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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령사(炳靈寺石窟) 석굴을 찾아 유가협으로

(2025-10-01)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17)

by 이재형

(병령사(炳靈寺)가 품고 있는 십만불(十萬佛))

란저우 시내의 명소는 대충 둘러보았다. 오늘과 내일은 란저우 외곽에 있는 명소를 찾기로 하고, 오늘은 먼저 병령사 석굴, 그리고 내일은 황하석림에 가기로 했다.


먼저 병령사 석굴에 대해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병령사 석굴(炳靈寺石窟)은 황하 상류 협곡 절벽에 조성된 불교 석굴 사원으로서 중요한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병령사”炳靈寺, 빙링시)라는 명칭은 티베트어의 “십만불”(十萬佛)을 뜻하는 말을 음차 한 데서 나왔다고 한다. 1958년 중국 정부가 전력 생산과 홍수조절 목적으로 유가협(劉家峽) 댐을 건설하자, 이 지역은 높은 수위의 호수가 되어버렸고, 그 결과 병령사 석굴 지역은 섬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병령사 석굴은 주로 유가협 항구에서 배를 타고 접근하게 된다. 육로로 가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너무 돌아서 가기 때문에 거리도 멀고 길도 험하므로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딥시크에게 물어보니 육로 접근은 절대 비추천이며, 아예 생각도 말라고 한다. 배를 이용하는 경우 접근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유가협의 절경도 아울러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병령사 석굴보다 오히려 유가협의 경치를 즐기기 위해 병령사를 찾아간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병령사를 찾은 사람들은 버스로 유가협 항까지 가서 그곳에서 배를 타고 병령사로 가게 된다.


집사람은 가지 않겠다고 한다. 어제 호텔 근처의 마사지숍에서 마사지를 받았는데 아주 잘한다면서 오늘도 마사지나 받으며 쉬겠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혼자서 병령사를 찾아간다. 혼자서 가면 홀가분하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딥시크의 거짓말 때문에....)

딥시크에게 병령사 석굴 가는 방법을 물었다. 그랬더니 난저우 역 앞에 있는 시외버스 남부터미널에 유가협 가는 직행버스가 있느니 타고 가면 된다고 한다. 그 외에 방법이 없냐고 물었더니 그것이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라 하면서 다른 대안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택시를 타고 남부터미널로 갔다. 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우산을 썼지만 몸이 많이 젖었다. 중국의 도로는 비가 조금만 와도 물이 많이 고인다. 곳곳에 물 웅덩이가 많다 보니 신발도 많이 젖었다.

끝없이 계속되는 산악지대
저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맥

버스 대합실에 들어가려 하니 경비원이 막아선다. 버스표를 보여달라는 거다. 이런, 들어가야 표를 사지. 그렇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대합실 입구는 작은 문 하나만 열려있고 대합실 앞에는 몇백 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그 사람들은 대합실로 들어가려 하지만 못 들어가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다. 이 터미널에는 그저께 여기서 구채구까지 가는 버스가 있는지 알아보러 한번 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무런 문제 없이 대합실 안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여기서 마냥 기다릴 수 없다. 내가 경비원들에게 병령사 간다느니 하며 뭔가 말을 한다고 해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될 리가 없다. 중국에서는 중국어를 못하면 아예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틈을 봐서 옆문으로 살짝 대합실 안으로 갔다. 티켓 구매방법도 모른다. 병령사로 가기 위해서는 유가협으로 가야 한다. 정보센터가 보이길래 통역기를 이용하여 유가협에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황당한 대답.

“여긴 유가협 가는 버스 없어요.”

유가협 가는 버스를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정보센터 직원들은 몇 군데 전화를 해보더니 서부 버스터미널로 가라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유가협 가는 버스를 타다)

다시 택시를 타고 서부터미널로 갔다. 비는 점점 더 심해진다. 택시를 내렸는데 터미널이 보이지 않는다. 도로 옆에는 서부터미널이라는 표지판이 서있다. 한참을 헤맨 끝에 겨우 터미널을 찾아 들어갔다. 대합실로 들어가니 아무도 승객은커녕 직원들도 보이지 않는다. 매표소 창구가 몇 개 있긴 한데 그 안에는 아무도 없다. 이곳저곳 서성이고 있자니 경비복을 입은 중년남자가 한 사람 들어온다. 그 남자를 향해 “류지아샤”(劉家峽)라고 말하니 알았다면서 매표소 안으로 들어가더니 티켓을 끊어준다. 아무도 없는 터미널이지만 보안검사는 해야 한다. 역시 그 남자가 보는 앞에서 메고 있던 배낭을 검색기에 통과시켰다.


버스에 오르니 승객은 나 혼자다. 버스는 떠날 생각을 않는다. 그렇게 버스 안에서 30분 정도를 기다렸을까, 승객들이 하나둘씩 타기 시작하고 좌석이 반쯤 찼을 때 버스는 출발한다. 호텔에서 8시쯤에 나왔는데, 벌써 10시가 지났다. 1970년대 우리나라 시외버스를 생각게 하는 낡은 버스이다. 온몸이 비에 젖에 몸이 떨리는데, 버스는 히터도 켜주지 않는다.

출발한 지 30분쯤 지나 버스는 란저우 시내를 벗어나고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한참을 달리니 주위에는 점점 산이 많아진다. 버스가 지나는 도로 옆길은 거의 수직으로 올라간 높은 산들이다. 버스도 점점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고도계를 보았다. 해발 2000미터가 넘었다. 란저우 시의 높이가 해발 1500미터 정도이니까 거의 500미터 이상 올라온 것이다. 주위의 산들은 거의 3000미터에 가까울 것 같다. 이렇게 높은 산 사이로 달리니 경치는 그야말로 절경이다.


출발한 지 두 시간쯤 지나 드디어 버스는 유가협 터미널에 도착했다.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내리고 있다.


▪ 중국단상(8): 문화재 입장료


우리나라에서는 이전에는 문화재 입장료가 1~2천 원에 불과했는데,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5천 원 내외까지 된 곳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전에는 입장료가 전혀 부담이 되지 않았으나, 요즘은 명소 몇 곳만 들르면 금방 입장료만 몇만 원이 나간다. 나야 경로 할인 혜택을 받지만, 젊은 사람들은 가족 나들이에 문화재 입장료도 꽤 부담이 될 것 같다.


나도 비싸진 입장료에 불만을 갖기도 했지만, 작년 유럽 여행을 다녀온 후 그 불만을 싹 거두었다. 유럽은 입장료를 받는다면 최하가 만원, 조금 알려진 곳이리면 거의 5만 원에 가깝다. 부부가 함께 여행하면 입장료만 한 번에 10 만원씩 나간다.


중국도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 별 것 아닌 곳에서도 꼭꼭 입장료를 받는다. 아주 싼 곳이 5~6천 원 정도, 좀 알려진 곳이라면 2만 원 내외이다. 그뿐만 아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도 안에서 별도 입장료를 받는 시설도 적지 않다. 중국의 소득 수준을 생각한다면 엄청나게 높다. 대신 할인제도는 많은 것 같다. 경로, 군인, 경찰, 교사, 소방관, 청소년 등등은 무료이거나 대폭 할인된다.


어느 문화재를 가더라도 경로우대는 반드시 있다. 60세 이상은 반값, 65세 이상은 무료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외국인에 대해서는 지역마다 다르다. 내외국인 차별 없이 경로요금을 적용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외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곳도 있다.


제남에서는 내외국인 차별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모든 문화재가 완전 무료였다. 그 덕택에 거의 10만 원 가까이 혜택을 보았다. 그런데 낙양은 외국인에게 경로요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낙양에서만 입장료를 10만 원 훨씬 넘게 쓴 것 같다. 다음 행선지는 란주다. 그곳은 또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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