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딥시크(DeepSeek)의 거짓말로 얻은 모처럼의 휴식

(2025-10-02)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19)

by 이재형

(딥시크의 거짓말로 망쳐버린 여행계획)

오늘은 모처럼의 휴식이다. 당초 나는 오늘 황하석림(黃河石林)에 갈 예정이었다. 그래서 어제저녁 딥시크에게 물어보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황하석림에 가려고 하는데, 쉽게 갈 수 있느냐고 하자, 딥시크는 아주 쉽다고 한다. 남부 버스터미널에 가면 바로 직행버스를 탈 수 있으며, 버스는 1시간 반 만에 황하석림 안까지 들어간다고 한다. 병령사 석굴 가는 것과 비교해서 어느 쪽이 쉬우냐고 묻자 황하석림 쪽이 훨씬 쉽다고 한다.


병령사 석굴에 갈 때 이놈한테 속아 직 싸게 고생을 했기에 다시 확인을 할 필요가 있었다. 바이두 지도와 고덕 지도로 병령사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았다. 둘 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여러 번 갈아타고 총 4시간 정도를 예상해야 한다고 한다. 다시 딥시크를 다그쳤다. “고덕 지도와 바이두 지도에게 물었더니 여러 번 갈아타야 하며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거야?” 이런 경우 항상 딥시크는 금방 꼬리를 내린다. “그들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아주 상습적이다. 진작 알았다면 여행사 상품을 이용했을 텐데 이미 늦었다.


이런 경과로 오늘은 황하석림으로 가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또 특히 나는 중국에 도착한 이후 그동안 쉴 새 없이 강행군을 계속해 왔으므로 하루쯤 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되어 오늘 하루 푹 쉬기로 했다. 이것도 딥시크 덕분이라 해야 하나? 집사림은 이미 며칠 전부터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지압 마사지에 맛을 들였다. 40분에 만원 정도인데 아주 잘한다고 한다. 오랜만에 여유 있게 침대에서 뒹굴거린다.


(특별히 할 일도 없는데 다시 중산교에나 가 볼까?)

오후가 되니 따분하다. 란저우의 최고 명소는 백탑산과 중산교이다. 도착 첫날 야경을 보았지만 다시 가기로 하였다. 백탑산 아래에 택시를 내리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늘 이런지 아니면 요즘이 국경절 연휴라 그런지 모르겠다. 최근 몇 년간 이렇게 많은 인파에 시달려 본 적이 없어 금방 피로가 몰려온다.


강둑에 서니 황하의 전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그저께 봤을 때는 그저 누르스름한 물빛이었지만 지금은 누르다 못해 붉은색이 돌 정도다. 불그스름한 황톳빛 강물이 세차게 흐른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 것 같다. 비로소 진정한 황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거의 주황색에 가까운 싯누런 강물 위로 유람선과 모터보트가 신나게 달린다. 황하는 중국인에게 있어 "어머니의 강"이다. 란주 시민에게 황하는 유원지이자 휴식처인 것 같다.

어제 내린 비로 붉은 색으로 면한 황하


황하

중산교는 보행자 전용의 철교이다. 중산교도 오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중산교 위에서 보는 황하는 또 다른 모습이다. 고층빌딩 숲을 지나가는 황하의 모습은 지금까지 가졌던 황하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해 준다.


백탑산 정상에 올라가면 볼 것도 많고 경치도 좋다고 한다. 강둑에서 보면 높이가 200미터 정도 될 것 같은데, 올라가는 길을 찾기 어렵다. 그리고 오늘 모처럼 쉬려고 한 날인데 또 고생을 하며 오르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중국에는 사람이 걷기 싫을 만한 산에는 반드시 케이블카가 있다. 딥시크에게 물어보니 강건너편에서 백탑산 위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있다고 한다. 중산교를 건너 케이블가 탑승장으로 향했다.

(란저우에서 처음 먹어보는 란저우 명물 우육면)

점심을 먹지 않아 배가 고프다. 그때 우육면(牛肉麵)이라는 큰 간판을 단 꽤 크고 호화로운 식당이 보인다. 란저우 명물은 우육면이다. 비단 란저우뿐만 아니라 중국 어디를 가더라도 란저우 우육면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다. 컵라면의 경우도 거의 반은 우육면이다. 그만큼 우육면은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음식인데, 란저우가 바로 우육면의 고향이다. 그렇지만 란저우에 와서 아직 우육면을 제대로 먹어보지 못했다. 며칠 전 국수를 먹긴 했는데, 그것이 우육면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우육면 세트 2인분을 주문했다. 우육면과 함께 얇게 썬 쇠고기 수육이 나온다.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아주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먹을만하다는 정도이다.


(백탑사행 케이블카? 앓느니 죽지...)

식사 후 케이블카 티켓을 끊었다. 그런데 탑승대기줄이 아주 길다. 거의 300미터에 가까운 긴 줄로서, 황하 강변에 길게 늘어서있다. 그런데 케이블카에서 움직이는 케이블카 캐빈이 딱 6개밖에 없다. 3개씩 묶어서 한 번에 움직이는데, 올라가는 편 1개 묶음, 내려가는 편 1개 묶음씩 운행된다. 몇 시간을 기다려도 못 탈 것 같다. 다시 매표소에 가서 환불을 받았다. 알리페이를 이용하면 환불이 아주 편하다. 그냥 티켓을 주고 알리페이 QR 코드만 보여주면 바로 스캔해서 자동 환불이 된다.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내일은 둔황으로 가는 날이다. 둔황까지는 여기서 1000킬로미터가 넘는 먼 길이다. 게다가 고속철이긴 하지만 다른 구간보다 속도가 느리다. 기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만큼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 빵과 과일 등 먹을 것을 충분히 샀다.

황하


중산교 위의 인파
황하 유람선


▪ 중국단상(10): 문화ㆍ문명의 중심지 중국


종국을 여행하다 보면 왜 중국이 고대 문화, 문명의 중심지가 되었는지 이해가 간다. 문화/문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1) 인구, (2) 경제적 기반, (3) 대외 개방성이라는 세 조건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조건인 인구에 대해선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압도적인 세계 1위의 인구대국이었다. 두 번째 조건인 경제적 기반에 대해서는 중국을 여행해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칭다오에서 시안을 통과해 란저우까지 거의 1000킬로 이상을 달려왔다. 그동안 산은 거의 본 적 없다. 어쩌다가 얕은 구릉이 그야말로 아주 가끔 보일 뿐이었다. 열차 양쪽으로 넓은 벌판이 가도 가도 끝도 없이 펼쳐진다. 과거 농경사회, 이 넓고 풍요로운 땅은 부의 토대였을 것이다. 개방성이란 점에서도 과거 대부분의 중국 왕조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왔다. 지리적으로 중국은 다양한 민족과 국경을 마주해 왔으며, 교류를 해왔다. 멀리 유럽과도 교류가 있었다.


이상과 같은 문명의 세 조건을 모두 갖추었으니 문화와 문명이 번성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이러한 세 조건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정도까지 발전해 온 것이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백탑산 전경

▪ 중국단상(11): 덜 걷힌 "죽의 장막“


냉전시대, 소련을 철의 장막, 중국을 죽의 장막이라 불렀다. 폐쇄적이고 정보가 통제된 사회란 의미이다. 그 후 중국은 개방의 길을 걸었지만, 아직도 장막은 완전히 걷힌 것 같지 않다.


나는 해외여행을 할 때 심카드 대신 로밍을 선택한다. 경험상 집사람과 함께 사용하더라도 한 달 10기가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12기가 로밍상품을 계약했다.


중국은 구글, 유튜브, 네이버, 카톡 등 해외 주요 포털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모든 게 다된다. 어느 후배가 로밍의 경우 차단에서 제외된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나는 제한 없이 인터넷이 가능하지만 집사람은 차단되는 것 같다. 나도 중국 와이파이를 연결하면 주요 해외 포털이 차단되어 버린다.


와이파이를 꺼놓고 있으니까 데이터 사용량이 무섭게 늘어난다. 그런데 와이파이를 켜면 외부 소식을 알 방법이 없다. 비로소 중국인들이 외부 정보와 얼마나 차단되어 있는지 실감이 난다. 물론 중국인들도 꼭 외부정보와 접촉하겠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vpn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외국 포털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의 중국인들이라면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결국 15억이라는 거대 인구가 아직도 외부 정보와 격리된 채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가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