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4b)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25)
둔황의 명승지라면 단연 막고굴과 명사산/월아천이다. 명사산/월아천은 사막의 오아시스 지역인데, 일몰 풍경이 일품이라 한다. 보통 관광객들은 오전에 막고굴을 탐방한 후, 오후에 명사산/월아천의 코스를 잡는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막고굴에서 무시무시한 인파를 보고, 명사산/월아천은 다음날로 미루기로 했다. 오늘은 중국의 국경일인 국경절에다가 토요일이다. 아무래도 평일에는 관광객이 줄어들 것 같았다.
대신 오늘은 둔황의 세 번째 명소라 할 사주야시장(沙州夜市)으로 가기로 했다. 사주야시장은 둔황을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꼭 들르는 대표적인 번화가이자 먹자골목으로서,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낮에는 비교적 한산하지만, 저녁이 되면 현란한 네온사인 불빛과 인파로 북적인다. 서주야시장은 크게 먹자골목, 기념품 숍 거리, 공예품/놀이거리 등으로 구분된다.
사주야시장은 20만도 안 되는 둔황 인구에 비해서는 아주 큰 전통시장이다. 많은 기념품상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음식점이 들어서있다. 야시장은 밤에 기야 제격이지만, 배가 고파 일단 들리기로 하였다.
택시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니 정말 아주 큰 야시장이었다. 보통의 야시장은 길을 따라 한 줄로 늘어서 있는데, 사주야시장은 바둑판처럼 격자형으로 생겼다. 아직 날이 밝기 때문에 많은 음식점들이 테이블을 길가로 내놓으며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먼저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제법 큰 음식점에 들렀다. 둔황에 오기 전에 둔황의 음식에 대해 찾아보니 당나귀 고기가 유명하다고 하였다. 이왕 왔으니 맛이나 보자는 생각에서 당나귀 요리와 물만두를 주문했다. 당나귀 껍질요리로서, 당나귀 껍질과 온갖 채소를 섞어 볶은 요리였다. 이곳에서는 당나귀 고기가 인기 있어 꽤 비싸다. 메뉴판의 가격을 보니 당나귀 고깃값이 100이라면 양고기는 70, 돼지고기는 40 정도이다.
탱글탱글한 식감에 돼지껍질보다는 부드러웠다. 약간 누린내 같은 뒤끝이 있었지만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당나귀 요리와 만두 합해서 160위안(32,000원), 중국 물가로는 꽤 비싼 편이다. 일부러 찾아서 먹을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다. 가성비를 생각하면 다시 먹을 생각이 없다. 돼지고기가 훨씬 낫다. 이곳은 당나귀 요리와 함께 낙타 요리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다음엔 낙타요리에 도전해 봐야겠다.
식사를 한 후 천천히 시장 안을 구경하였다. 전통시장이지만 현대적 건물이다. 시장 안은 상당히 넓었다. 내일 하루 종일 둔황시 외곽의 문화재를 구경할 예정이므로 먹을 것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 보니 사주야시장 바로 옆에 있는 큰 쇼핑센터 지하에 대형마트가 있다고 나온다.
쇼핑센터로 들어갔다. 5층 정도의 현대식 건물인데, 백화점 스타일인 것 같다. 그러나 입점해 있는 점포는 그다지 많지 않았고 손님도 별로 없었다. 특이한 것은 아동용품 판매점이 상당히 많았고, 이들 점포는 다른 점포에 비해 그래도 손님이 많은 편이었다. 꽤 큰 장난감 가게가 보여 들어갔다. 값싸고 괜찮아 보이는 장난감이 많아 손자 선물로 사고 싶었지만, 짐이 되니 그럴 수 없다. 쇼핑센터를 한 바퀴 돌아보고 지하의 대형마트로 내려갔다.
괘 큰 마트였다. 우리나라의 소형 이마트 정도 되는 크기였다. 그러나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둔황에서 대형마트는 아직 시민들의 소비 패턴에 맞지 않아 그런지는 모르겠다. 마트는 아주 깨끗했고 상품들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신선식품 코너로 갔다. 우리나라 이마트 신선식품 코너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깨끗이 정리된 채소와 과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과일과 빵을 구입하였다. 살 때마다 느끼지만 참 값이 싸다. 우리나라의 1/3도 안 되는 것 같다.
이곳에서 과일은 수박, 멜론, 사과, 귤 등에서 열대과일에 이르기까지 종류는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다양하지만, 우리는 주로 사과, 배, 대추, 귤 정도만 구입한다. 그런데 열차 탑승 시 보안검사 때문에 과도를 가지고 다닐 수 없어 칼로 껍질을 벗겨야 하는 과일은 살 수 없다. 그래서 사과와 배도 껍질채 먹을 수 있는 것으로만 산다. 얇은 껍질의 사과와 배가 있는데 먹어보면 맛이 꽤 괜찮다. 사과와 배 각각 4알, 대추 두둑이 한 주머니, 빵 몇 개를 사도 5천 원이 조금 넘는 정도이다. 정말 물가천국이라 해도 좋다.
호텔로 돌아왔다. 내일은 둔황 외곽의 명승지 관광에 나설 예정이므로 준비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통편이 문제다. 트립닷컴을 검색해 보니 둔황 외곽 5곳의 명승지를 다녀오는데 1인당 15만 원의 단체관광 상품이 있다. 아침 7시에 출발하여 밤 11시에 돌아온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번 소림사에서 경험했듯이 단체관광은 우리에게 너무 힘이 든다.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 가이드와 너무 멀리 떨어질 수 없고, 관광지에서 재집결 시간을 모르니 관광을 하면서도 늘 시간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관광지로 가는 대중교통은 있을 리가 없다. 그러던 중 택시를 대절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호텔 직원에게 12시간 정도 택시를 대절한다면 비용이 어느 정도인가 물었더니 뜻밖에도 4백 위안(8만 원)에 가능하다고 한다. 그 시간에 트립닷컴에서 본 5개의 관광지를 모두 들릴 수 있냐고 물으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직윈에게 부탁하여 내일 오전 8시에 호텔로 택시를 오도록 하였다. 입장료 등을 감안하더라도 여행사 상품의 절반도 안 되는 비용이다.
이로서 내일의 여행계획은 완전 해결. 먼저 둔황 영화촬영세트장을 들린 후, 한장성유적지, 아단국립지질공원, 옥문관, 양관을 들릴 예정이다. 구글 지도로 확인해 보니 450킬로 정도의 여정이다.
이번 여행 준비를 하면서 제일 눈에 뜨이는 음식이 "란저우 우육면"이었다. 란저우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면 어김없이 우육면이 나온다. 중국 인공지능인 딥시크의 경우 조금이라도 란저우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 어김없이 란저우에서는 우육면을 먹어보라는 조언을 한다.
첫 숙박지인 제남에서도 란저우 우육면 간판이 많이 보였다. 그렇지만 곧 우육면의 본고장인 란저우에 갈 텐데라며 참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호텔 옆의 젊은 회교도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서 란저우 우육면을 먹었다. 괜찮았다. 낙양에서도 란저우 우육면 식당을 발견하였지만 참고 옆에 있는 사천국숫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본고장인 란저우에 가서는 의외로 우육면을 먹을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중 황하 옆의 높은 누각에 있는 고급스러운 란저우 우육면 식당을 찾아 우육면 세트를 주문했다. 1인분 60위안, 그럭저럭 괜찮았다.
어제 둔황의 호텔에 밤 9시 가까이 되어 도착했다. 근처 식당이라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우육면 전문의 콧구멍만 한 로컬 식당. 선택의 여지가 없어 들어가니, 홀에서 손님 한 사람이 국수를 먹고 있고, 주방에서는 주방장인 듯한 젊고 뚱뚱한 녀석이 국수를 먹고 있었다. 우리가 주문을 하자 이미 영업 끝났다며 손을 내젓는다. 별 수 없이 처음으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오늘 아침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여러 우육면 메뉴가 있는데, 그중 하나를 골랐다. “오! 오! 오! 최고!!!” 앞으로 5일 동안 아침은 모두 이 집에서 하기로 정했다. 기회가 되면 저녁까지.
한 그릇 7위안(1,4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