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막고굴 탐방

(2025-10-04a)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24)

by 이재형

(디지털 영화로 보는 막고굴)

택시에서 내리자 먼저 디지털 전시센터로 들어갔다. 디지털 전시센터는 막고굴 관리를 담당하는 행정시설과 막고글에 관한 디지털 영화상영관, 기념품점 등 부대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막고굴 종합관리센터라 이해하면 될 것이다.


디지털 전시센터에는 두 개의 영화 상영관이 있다. A 티켓을 구입한 사람들에게만 디지털 영화가 공개된다.


제1 상영관에서는 실크로드의 소개와 둔황의 역사, 막고굴의 조성 배경과 역사적 의미, 막고굴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막고굴 건설방법 등이 아이맥스 영화로 상영된다. 제2 상영관은 360도 돔 영화관이다. 여기서는 중요 막고굴의 내부 모습과 불상, 그리고 벽화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루어진다. 돔 형태의 영화관이기 때문에 실제로 굴안에 들어와 있는듯한 느낌을 갖는다. 보존상의 이유로 공개가 제한되거나 접근이 어려운 석굴과 벽화를 3D 스캐닝 및 프린팅 기술로 복원한 디지털 콘텐츠로 상세하게 관람할 수 있다.


이 두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데에는 8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한 만큼 화질이 좋지 않았고, 해상도도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 정도 예산을 투입하였으면 현재의 중국의 디지털 기술을 감안한다면 훨씬 더 좋은 디지털 영상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20251004_125356.jpg
20251004_132531.jpg


(상상과는 다른 막고굴의 모습)

영화 관람을 마치면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타고 석굴 유적지역으로 이동한다. 버스는 사막 한가운데로 난 도로를 15분 정도 달린후 막고굴 유적 앞에 우리를 내려준다. 버스를 내리면 다리를 건너 유적지로 갔다. 모래천에 놓여진 다리인데 물은 전혀 없다.


다리를 건너니 막고굴이 나온다. 둔황의 사막에 산을 깎아 굴을 만들고 부처님을 모신 곳이 바로 막고굴로서, 이곳에는 7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석굴이 있다. 작은 것은 냉장고민한 것도 있지만, 큰것은 높이 20미터가 넘는불상이 들어가 있는 대형 석굴도 있다. 나는 이미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막고굴 영상을 여러번 본 적 있다. 모랫바람 부는 사막의 한켠에 있는 사암의 수직 절벽에 크고 작은 수많은 석굴이 뜷려져 있었다. 그 속에 모셔진 부처는 사막의 바람과 세월의 풍상에 바래져 가고 있다. 이것이 내가 그동안 보고 또 상상해왔던 막고굴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상은 이미 막고굴 주차장에 도착하면서부터 어긋나 버렸다. 넓은 주차장에는 수백, 수천대의 차들이 주차해있고, 좀전에 거쳐온 디저털 전시센터는 사막의 이미지를 담은 헌대식 건물이었다. 막고굴 구역에 들어가기 위해 관람객들이 긴 줄을 서있다. 이 역시 상상과는 달랐다. 이 줄은 A 티켓 전용이다. A 티켓 소지자들에게는 30명 정도에 한 명씩의 가이드가 붙어, 가이드 인솔하에 굴들을 방문하게 된다. B 티켓 소지자들은 이쪽을 관람할 수 없다.

20251004_141809.jpg
20251004_142421.jpg

(한국어 가이드와 함께하는 막고굴 탐방)

직윈들이 대기자들에게 이어폰을 나누어준다. 나야 중국말을 모르니 이어폰이 있어도 소용없다. 내 차례가 되자 직원에게 "한궈런"(韓國人) 이라고 말했더니, 직원은 줄 밖으로 나와 기다리라고 한다.


조금후 한국어 가이드가 왔다, 한국인으론 우리 부부 외에 칭다오에 거주한다는 40대 부부, 심천의 회사에 파견왔다가 휴일을 맞아 이곳에 왔다는 중년의 여성 직장인 이렇게 다섯이었다. 우리를 안내할 가이드는 대학시절 한국에 가고싶어 한국어를 배웠으나 아직 가보진 못했다는 3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다.


막고굴은 사암의 수직 절벽면에 만들어져 있다. 사막 언덕이 잘려쳐 생긴 절벽에 굴들이 들어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막고굴의 윗쪽은 사막의 산, 바로 명사산의 자락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사막을 이고 있는 꼴이다.


절벽에 만들어진 굴들이 너무 질서정연하여 마치 절벽에 학교 교실이 만들어져 있는 느낌이다. 굴들은 나무문으로 닫혀있어 더욱 그런 기분이 든다. 이 나무문들은 모두 20세기 이후에 만들어졌다 한다. 너무나 미적 감각 없이 대충 만들어 붙인 것 같아 없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절벽이 사암이라 쉽게 부스러져 내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단단하고 매끈하다. 알고보니 1980년대에 풍화작용으로부터 이곳 유적을 보호한답시고 콘크리트로 외벽을 발랐다고 한다. 지금의 중국이라면 도저히 이런 짓을 하지 않았겠지만, 이전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시절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20251004_145428.jpg
20251004_145508.jpg


(화려한 무늬와 채색의 막고굴)

석굴에는 한 팀씩만 들어간다. 가이드가 이끄는 한 팀의 관람이 끝나면 다음 팀이 들어가는 식이다. 그래서 다른 팀은 30명 정도가 한꺼번에 들어가지만 우리는 다섯 명의 단출한 한 팀이어서 아주 여유있게, 그리고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을 할 수 있었다. 굴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굴의 크기는 다양했지만 어느 것이나 화려하다는 점에서는 같다. 며칠전 다녀온 용문석굴과 병령사 석굴은 별다른 장식없이 돌로 불상을 조각하였는데, 상당히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었다. 색채도 자연석 그대로였다. 그러나 이곳 막고굴은 그렇지 않다. 천장과 벽은 화려하고 섬세한 무늬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색상도 무척 화려하다. 불상들도 모두 잘 어울리는 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그런데 가끔 얼굴이니 팔 등 특정 신체부위가 전체 체형과 어울리지 않거나 어색한 색채의 불상이 보인다. 파손된 부위를 근세에 들어 수리한 부분이라 한다.


막고굴은 남북조 시대인 4세기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당나라 때 절정을 이루었다 한다. 그러니까 거의가 1300년 전의 유물이다. 그런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채색부분은 원형그대로 선명하다. 불상은 훼손된 부분이 적지 않지만, 성한 부분은 보존상태가 아주 좋다. 사막지대라 건조한 날씨 덕에 이렇게 원형이 잘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막고굴 안은 아쉽게도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어쩔 수 없이 굴 바깥 사진밖에 찍을 수 없다.


(인파에 밀려다닌 B코스 탐방루드)

일단 A티켓 관람코스를 끝내고 나오니 입구 근처에 거의 수백 미터에 걸쳐 겹겹이 줄을 선 긴 줄이 보인다. 예매를 하지 않아 현지 매표를 하려는 사람들이라 한다.


가이드와 헤어지고 B 티켓 관람에 합류하였다. 사람이 얼마나 밀려드는지 그냥 사람들에 떠밀려 몇개 굴을 다 돌았다. 도저히 차분히 관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걸로 막고굴 관광이 끝났다. 지난 몇십년 동안 막고굴에 대해 가졌던 환상이 깨어진 날이기도 하다.


▪ 중국단상(17): 스마트폰과 신분증의 사회


요즘 스마트폰은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연락은 물론 소통, 정보 취득도 스마트폰에 의지하며, 오락 등으로 무료함까지 달래준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다. 가난한 저개발국에 가더라도 사람들은 스마트폰만은 들고 있다.

이렇듯 우리 생활에서 스마트폰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폰 없이 못 사는 건 아니다. 조금의 불편을 참으면 스마트폰이 없어도 일상생활에 큰 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중국은 다르다. 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생활 유지 자체가 힘들다.


모든 거래는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이루어진다. 현금거래를 할랴치면 상인이 거스럼돈을 갖고 있지 않으며, 거래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교통요금도 스마트폰으로 결재된다. 기차니 시외버스, 문화재 방문도 모두 스마트폰으로 예약해야 한다. 정말 스마트폰 없이는 꼼짝없이 집에 틀어박혀 있을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과 함께 없어서는 안될 것이 신분증이다. 기차를 타거나 문화재에 입장하는 등 티켓이 필요할 때 티켓의 역할을 하는 것이 신분증이다. 스마트폰으로 미리 예약을 하고, 실제 입장은 신분증 확인을 통해 하게 된다. 그래서 신분증 없이는 도시간 이동이 불기능하고 박물관, 공원조차 입장이 어렵다.


해외여행을 하다가 여권을 잃어버린다면, 다른 나라라면 여행을 마친 후 출국시 어떤 조치를 취하면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여권을 잃어버리는 순간 꼼짝도 못하게 된다. 나는 해외여행중 여권은 거의 숙소에 두고 다닌다. 그렇지만 중국에선 그럴 수 없다. 항상 품에 지녀야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