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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고굴, 실크로드 불교문화의 정수

(2025-10-04)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23)

by 이재형

(실크로드 상단의 염원이 담긴 막고굴)

둔황의 명소를 꼽으라면 1위가 막고굴, 2위가 명사산/월아천, 3위가 옥문관쯤 된다. 오늘은 막고굴을 탐방한다. 막고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방송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많이 접했겠지만, 다시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막고굴(莫高窟)은 중국 실크로드의 가장 빛나는 보물 중 하나로, 불교 예술의 정수이자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곳은 불상이 모셔진 수많은 동굴이 있다 하여 "둔황 천불동“(敦煌千佛洞)이라 불리기도 한다. 사막 오아시스 도시 둔황에 위치하여 사막을 지나는 상단과 여행자들이 안전한 여정을 기원하며 불교 예술을 후원한 결과 탄생했다고 한다.


(천년의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막고굴)

막고굴 지역에는 약 1.6km에 달하는 절벽에 735개의 동굴이 만들어져 있다. 동굴들은 신도들이 예배를 드리는 예배굴과 수도승들이 명상과 생활을 하는 선실굴로 구분된다. 동굴 내부는 석조 불상, 벽화, 천정 그림 등으로 가득 차 있다. 그 내용은 불교 경전 이야기, 부처의 생애, 순례자와 후원자의 모습, 당시의 생활 풍경 등 매우 다양하다. 당시의 의복, 건축, 음악, 무용 등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라고 한다.


막고굴은 거의 천년에 가까운 세월에 걸쳐 완성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위, 북조, 수, 당, 송, 서하, 원나라에 이르기까지 약 1,000년에 가까운 불교 예술의 변천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당나라 시대의 작품이 가장 화려하고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막고굴은 4세기(366년)에 승려 낙준(樂僔)이 첫 동굴을 파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어, 실크로드를 오가는 상인, 지방관리, 왕실까지 다양한 계층이 공덕을 쌓기 위해 동굴을 파고 불상을 조성하며 후원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고고학적 대발견)

막고굴이 세상에 알려지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왕원록(王圓籙)이란 도사다. 19세기말까지 막고굴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로 있었다. 그러던 중 1900년에 왕원록이 제17 굴인 장경동(藏經洞)에 봉인된 방대한 양의 문서와 유물을 발견하였다. 문서는 한문은 비롯하여 티베트어, 위구르어, 소그드어, 심지어 히브리어까지 다양한 언어로 작성되었으며, 불경, 역사 기록, 문학, 계약서, 점문(占文) 등 당시의 모든 지식과 생활을 담고 있었다. 세계적인 고고학적 대발견이라 평가받는 일대 사건이었다.

(약탈당한 막고굴, 누구인 책임인가?)

그러나 이즈음 거의 해체상태에 들어가다시피 한 청나라 정부는 이 유물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 유물 발견 사실을 알게 된 서양의 탐험가들이 몰려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문서와 유물들을 닥치는 대로 사들여 본국으로 가져갔다. 중국인들에게 있어서는 사실상의 대규모 문화재 약탈로 기억되는 아픈 역사라고 한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왕원록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가 있다고 한다. 그는 막고굴을 관리하는 책임자였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고 “은화 몇 덩이에 민족의 보물을 팔아넘긴 문화 매국노”라는 낙인을 찍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신분이 도사였기 때문에 불교 동굴에 도교적인 요소를 추가하는 등 막고굴의 원형을 훼손하였다는 비난도 있다.


이에 대해 그 역시 시대의 희생자일 뿐이라는 옹호론도 있다고 한다. 그가 유물을 팔아넘긴 진짜 원인은 역사적 유물에 무관심했던 청나라 정부에 있다고 한다. 그는 7년 이상 정부에 문화재 보호를 위한 조치를 호소했지만, 철저히 외면당하였다. 그리고 문화재에 대해 문외한인 그가 그 문서들이 갖는 세계사적 가치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옹호하기도 한다.


(약탈은 전화위복인가?)

이와는 달리 그가 문화재 보호에 기여하였다는 역설적 주장도 있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20세기에 들어 수많은 전란에 휩싸였다. 만약 왕원록이 문서를 서방에 팔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그 문서들은 전란의 와중에 대부분 소실되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컸다. 오히려 외국에 반출되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 찬란한 중국의 문화유산이 보존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왕원록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든 막고굴은 고대 실크로드의 종교, 문화, 예술, 경제가 응집된 위대한 유산이며, 인류 문명사의 빛나는 보물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에라! 여기까지 온 김에 비싼 티켓으로 예매하자)

중국에서는 특히 유명한 명승지일수록 예약을 해야 한다. 요즘은 현장발권은 아예 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한다. 딥시크나 제미나이 같은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막고굴 방문을 위해서는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하며, 그것도 최소한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하라고 한다. 그런데 트립닷컴을 보면 다음날 입장관을 발매하고 있다.


어제저녁 트립닷컴을 통해 예약을 하였다. 티켓은 A티켓, B티켓 두 종류가 있는데, A티켓은 1인당 5만 원, B티켓은 1인당 2만 원이다. B 티겟은 공개된 정해진 몇 개의 굴만 보여주고, A 티켓은 그 외에 디지털 영화관과 추가로 몇 개의 굴을 더 보여준다고 한다. 망설이다가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비싼 것이 좋겠지 하는 생각에서 A티켓을 선택하였다.


티켓을 예약할 때는 관람시간대를 선택하여야 한다. 오전에 2개 시간대, 오후에 3개 시간대가 있다. 나는 오전 11시 관람시간대를 선택하였다. 한 시간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뜬다.


(늦은 해가 뜨는 도시 둔황)

아침 7시에 일어났는데도 주위가 컴컴하다. 중국은 단일 시간대를 사용한다. 이곳은 표준시간대인 북경에서 서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북경에 비해 해가 2시간 정도 일찍 뜨고 늦게 진다. 그렇지만 크게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미국은 지역에 따라 다른 시간대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국토의 동서 길이는 미국이 4,500킬로미터, 중국이 5,200킬로미터로 중국이 더 길다. 미국도 구태여 복수시간대를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주위에 특별한 식당이 없기 때문에 어제 갔다가 못 먹고 나온 국숫집을 찾았다. 전형적인 로컬 식당이라 값이 아주 싸다. 1인 분에 7위안(1,400원) 짜리 우육면을 주문했다. 주인이 직접 뽑은 수타면으로 만든 국수다. 먹어 보니 이게 웬일, 란저우 고급식당에서 먹었던 우육면보다 훨씬 맛있다. 양도 아주 많다. 이제 이 집이 단골식당이 될 것 같다.


(드디어 막고굴 도착)

막고굴에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나섰다. 그런데 호텔이 변두리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택시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이대로 있다간 예매한 시간대를 넘길 위험이 있다. 할 수 없이 호텔로 들어와 직원에게 도와달라고 했더니, 그 친구는 예약앱으로 택시를 부른 후 길가까지 나가 한참을 기다린 후 택시를 잡아준다. 이걸로 호텔에 대한 불만은 조금은 사라졌다.


막고굴은 둔황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가는 길 주위는 반 사막이다. 택시는 거대한 주차장에 우리를 내려준다. 이곳에는 관광객이 워낙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대형 주차장만 하더라도 몇 개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명승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대형 주차장이 아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주차장이다.

말라붙은 사막의 강

중국단상(16): 중국음식의 양


우리나라 고기집에 가면 일인분의 양은 많아야 180그램, 보통은 150그램 정도인 것 같다. 나도 일인분으로는 좀 부족한 느낌인데 젊은이들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가족 회식을 하더라도 평균 1.5인분 정도는 주문한 것 같다.


십여년전 미국 여행때 한국 갈비집에서 그 엄청난 양에 놀랐다. 집사람과 2인분을 시켰지만 도저히 다 먹지 못할 양이었다. 이번 중국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음식양이 엄청났다. 양코치는 1인분에 30개, 물만두는 알이 우리보다 큰데 1인분에 30개 가까이 되었다. 도저히 혼자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처음엔 잘 몰라 식당에 가서 만원~2만원 정도의 요리를 2접시 정도 주문했다. 그런데 그 양은 둘이서 한 접시를 겨우 먹을 정도였다. 이후 우리는 요리 하나에 국수 1인분 혹은 밥 1인분만 주문했다.


밥은 1인분에 400~600원 정도인데, 우리처럼 공기에 담지 않고 나무 밥통에 담아주는 경우가 많았다. 손님이 직접 밥을 퍼서 먹는다. 양이 아주 많은데다 아주 맛있었다. 우리나라 식당 공기밥보다 훨씬 맛있다. 바로 퍼서 먹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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