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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역으로의 관문 옥문관(玉門關)

(2025-10-05c)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29)

by 이재형

(황량한 사막 위의 관문)

드디어 말로만 듣던 옥문관에 도착했다. 시간은 오후 3시가 가까워지는데, 벌써 15,000보 가까이 걸었다. 그것도 사막길을. 내 머릿속에 옥문관은 풍요로운 땅에 위치하고 있을 것으로 상상했는데, 실제로는 광막한 사막의 한가운데 있었다.


옥문관은 중국 고대 실크로드로 나가는 상징적인 관문이었다. 한나라 때 처음 건설된 이후 실크로드의 북로를 통제하는 군사 요새이자 세관이었다. 그랬기에 당시 상인들과 여행자들에게는 "중원으로 들어가는 문" 이자 "서역으로 나가는 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옥문관은 흉노 등 북방 유목 민족의 침입을 막는 군사 방어 시설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옥문관이 위치한 이 지역은 고대 중국에서 가장 변방에 해당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옥문관은 수많은 중국 시문학에 등장하며 "변방의 고독과 장엄함, 이국의 정취"를 상징하는 장소가 되었다.


옥문관은 실크로드의 북쪽길의 관문이며, 남쪽 관문은 이곳에서 수십 킬로 떨어진 양관이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황량한 성문이어서, 이곳으로 첫 부임해 온 관리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하필 “옥문관(玉門關)”인가?)

나는 이 관문의 이름을 왜 옥문관으로 지었는지 궁금했다. 중학교 때 국사 선생님이 들려주던 선덕여왕과 여근곡/옥문지(女根谷/玉門池)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끼리 키득거리던 생각이 난다. 그래서 옥문관은 그 이름 때문이라도 풍요한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실제의 옥문관은 황량한 사막 위에 몇 킬로에 걸쳐있는 황폐하고 메마른 성루였다. 서역에서 이곳을 통하여 옥이 많이 수입되었기 때문에 옥문관이라 이름이 붙었다고 한단다.


(광활한 옥문관 유적지)

옥문관 유적지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한장성 유적으로서 한나라 때 건설한 장성의 유적이다. 한 장성은 진나라가 쌓은 장성의 서쪽 끝에서부터 이어져 서역으로 연결된다. 하서주랑 구간의 한장성은 천 킬로미터가 넘는데, 만리장성의 일부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한무제가 서역 개척 후 새로 획득한 영토인 하서주랑을 보호하고 실크로드 교역로를 안전하게 유지ㆍ확보하기 위해 건설하였다고 한다.


두 번째는 대방반성(大方盤城)으로, 이는 병참 시설이었다. 옥문관 수비군의 3개월치 군량을 비축하고, 서역 파견부대의 보급 중계기지 기능을 담당하였다고 한다. 현재는 자연훼손이 심하게 진전되어 유적만 남아있다. 세 번째는 소방반성으로서 조그만 크기의 토성인데,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옥문관의 주성곽(主城郭)으로서, 군사 요새이자 한대 실크로드 북로의 핵심 관문 기능을 담당하였다. 수비군 사령관 격인 옥문관 도위(都尉)가 이곳에 주둔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옥문관이라 하면 이 소방반성을 가리킨다.

한장성유적

옥문관 유적지는 전체면적 52평방제곱 킬로, 길이 18킬로의 넓은 지역이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한장성 유적과 대방반성을 갔다 온 뒤 마지막으로 소방반성을 보게 된다. 입장료와 버스비를 합해 130위안. 입장하는 사람은 무조건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한장성ㆍ대방반성ㆍ소방반성)

우리를 태운 버스는 버스는 먼저 한장성(漢長城) 유적지로 갔다. 이곳은 한나라 때 세운 장성의 유적지로 지금은 허무러 진 토성의 흔적만 남아있다. 만리장성의 일부라고는 하지만 현대의 우리가 보고 있는 만리장성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대방반성도 허무러 져 그 흔적만 남아있다. 소방반성은 정육면체에 가까운 토성인데, 그 안은 빈 공간으로 텅 비어있다.


소방반성을 지나 앞쪽으로 가면 전망대가 있고 그 앞에는 이 지역에서는 드물게 제법 넓은 늪지역이 있다. 주위가 온통 사막인데 어떻게 늪이 형성되었는지 궁금하다. 늪지대를 지나서는 끝없는 사막과 황무지가 펼쳐진다. 수많은 군마를 거느린 북방민족이 성문 앞까지 밀어닥치고, 성위에서는 한족의 군사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소진되어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전망대에서 다시 소방반성으로 돌아오면서 보니 소방반성의 모습이 묘하게 보인다. 옥문관이란 이름이 이 때문에 붙은 것은 아닌가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해본다.


(더 이상 못 걷겠다. 이만 돌아가자)

옥문관을 나왔다. 이제 양관(陽關)만 남았다. 시간은 벌써 5시가 넘었다. 중국은 단일시간대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은 북경보다 두 시간 이상 늦게 해가 진다.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다. 기사는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양관으로 가겠다고 한다. 그냥 호텔로 돌아가자고 했다. 벌써 2만 보 가까이 걸었다. 온몸이 파김치가 되어 더 이상 걸을 힘도 없다.


(역시 술은 “백주(白酒)”가 최고야!)

저녁은 호텔 옆 우육면집에서 하기로 했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간절하다. 그런데 시원한 맥주가 없다. 찬 것을 싫어하는 중국인들은 맥주도 상온으로 마신다. 대신 백주를 달랬더니, 없다면서 옆집 가게에서 사서 마시라고 한다. 옆집 가게에 갔지만 냉장고에 쟁여둔 맥주는 없다. 할 수 없이 52도짜리 고량주 한 병을 샀다. 중국은 아직도 52도 술이 대세다.


우육면과 자장면, 그리고 물만두를 주문했다. 주인이 좀 놀라는 눈치다. 우육면도 자장면도 양이 많다. 만두는? 맙소사. 30개나 된다!! 우육면은 원래 맛있었다. 자장면은 마치 된장처럼 생긴 자장이었는데, 우리나라 자장면에 비해 맛이 순하다. 괜찮았다. 그런데 문제는 만두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다. 결국 반 이상 남기고 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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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도 고량주 때문에 녹초가 된 몸이 쫙 풀리는 기분이다. 역시 고량주는 52도라야 한다. 40도 대나 30도 대는 싱겁다. 음식값 45위안(9,000원). 어제 먹은 당나귀 고기보다 훨씬 낫다. 알리페이로 지불하려 했으나 여전히 인터넷이 불통이라 안된다. 현금으로 지불.


(인터넷 불통의 원인은 “비행기 탑승 모드”)

호텔로 돌아왔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인터넷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인터넷이 터져야 트레블 웰렛 충전을 시킬 수 있고, 그래야 현금도 뽑아 쓸 수 있다. 혹시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이 연결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나는 구글이나 구글지도, 네이버 등을 이용하기 위해 와이파이를 꺼두고 있었다. 와이파이를 연결시키는데 연결이 안 된다. 몇 번을 해도 안되며 자꾸 무슨 메시지가 뜬다. 건성으로 보던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다.

“비행기 탑승 모드에서는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런! 지금까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핸드폰이 저절로 비행기 탑승모드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인터넷이 터지지 않았던 것이고. 비행기 탑승모드를 해지하니 모든 것이 OK!


중국단상(22): 입에 맞이 않은 중국음식


나는 중국요리를 좋아한다. 양장피, 유산슬, 동파육, 전가복, 팔보채 등등 모두 내가 좋아하는 요리다. 여기에 천진고량주, 공부가주라도 한 병 곁들이면 세상에 이런 행복이 없다.


이번 중국여행에서도 식도락에 많은 기대를 했다. 그런데 실제로 현지에서는 반이상을 그냥 국수로 때웠다. 메뉴에 적힌 요리가 뭔지 잘 모르는 이유가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몇 번 요리를 시켰지만 맛있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국음식점에서 주로 먹는 요리는 거의 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 음식은 단맛이 주류이다. 특히 육류 음식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중국 현지요리는 단맛이 거의 없었다.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꼬치류는 맵고 짠맛밖에 없었다. 다시 먹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볶은 요리 등 그 밖의 요리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면은 거의가 요리사가 직접 뽑아내는 수타면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면에 비해 탄력은 덜한 편이었다.


이전에 북경의 최고의 음식점이라는 전취덕(全聚德)에서 여러 번 베이징 카오야를 먹은 적 있다. 먹을 때마다 그다지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단골로 가던 일산의 베이징코야의 오리가 훨씬 더 맛있었다.


우리나라의 중국요리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어 변한 것 같다. 그래서 이젠 본고장인 중국과는 맛이 현저히 달라진 것 같고, 이것이 우리 입에 맞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중국음식에 대한 환상이 조금씩 사라진다. 물론 이번 여행에서 내가 최고급 음식점의 최고급 요리를 맛보지 못해 이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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