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실크로드 유물의 보고 둔황박물관

(2025-10-06)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30)

by 이재형

(둔황 박물관으로)

어제 거의 2만 보 가까이 걷는 강행군을 하여, 오늘은 오전에 쉰 후 오후 느지막에 명사산/월아천에 가기로 했다. 아침을 먹으로 나가기도 싫었지만 굶고 있을 수는 없다. 호텔 옆의 우육면 집에 가서 자장면과 삶은 계란을 포장해서 와 집사람과 함께 먹었다.


오전 내내 뒹굴거리다가 오후 3시경 호텔을 나섰다. 명사산/월아천은 밤풍경이 좋다고 해서 일부러 늦게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명사산/월아천은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단다. 급히 예약을 하려 했으나, 당일 예약은 안된다. 별 수 없이 그곳은 내일로 미루고 둔황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둔황박물관은 2층 높이의 아담한 건물이었다. 특이하게도 각 전시실이 완만한 경사를 가진 긴 복도로 연결되어 있었다. 전시실은 거의 실크로드 유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실을 연결하는 복도에는 실크로드에서 활약한 인물들의 흉상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는 중국인들도 있었지만 서양인과 서역인들도 적지 않았다.

20251006_153113.jpg
20251006_153017.jpg
20251006_153028.jpg
20251006_153135.jpg
20251006_153153.jpg

유물들은 3~4 세기 것부터 시작하여 당대 것들이 많았고, 명대의 유물도 가끔 보였다. 대부분의 유물들이 실크로드와 관련된 것이었다. 둔황은 실크로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낙양에서 보았던 화려한 유물들에 비해서는 좀 떨어지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그 시대 이 지역의 찬란한 문화와 문명을 엿볼 수 있었다. 유물은 주로 불교유물과 실크로드 유물로 구성되어 있었다.


(악당 모과이 두목 스트라이프를 닮은 진묘수(鎭墓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그렘린이란 영화를 기억하실 것이다. 이 영화에는 모과이라는 상상 속의 동물이 등장하는데, 모과이는 물을 맞으면 무섭게 번식한다. 급격히 불어난 모과이들은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는데, 악당 모과이의 두목은 스트라이프란 괴수다. 중국의 유물에는 이 스트라이프와 비슷하게 생긴 캐릭터가 자주 발견된다.


바로 진묘수(鎭墓獸)란 상상의 동물이다. 진묘수는 무덤을 지키는 동물로서, 우리나라에서도 무령왕릉에서 출토되었다고 한다. 이 진묘수가 중국의 박물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이곳 박물관에서도 여러 점의 크고 작은 진묘수가 전시되어 있었다. 진묘수는 과거 중국에서 상당히 널리 알려진 동물이었던 것 같다.


전시실을 나오면 기념풍 판매점이 나온다. 어느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런데 이곳은 기념품 판매점을 나오면 또 다른 판매점으로 연결된다. 결국 4개의 판매점을 거치게 된다. 과연 실크로드 상인의 후예답다는 생각이 든다.

20251006_153323.jpg
20251006_153338.jpg
20251006_153409.jpg


(처음 사용하는 디디출행, 요금 지불방법을 모르겠어!)

박물관을 나왔다. 오늘은 여유 있게 사주야시장을 둘러보기로 했으나, 시간이 너무 이르다. 명승지를 검색해 보니 뇌음사(雷音寺)라는 사찰이 있어 들리기로 하였다. 둔황은 실크로드의 중심지로서 예로부터 불교문화가 번성했는데, 뇌음사는 둔황에서 중요한 불교 성지 중 하나라고 한다.


박물관 앞에서 택시를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빈택시가 지나가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차가 덜 다니는 지역인 것 같다. 시간도 여유 있고 하니 이 기회에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을 이용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디디추싱 앱을 깔았으나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은 없다. 이번에도 사용해 볼까 했으나, 본인인증 등 절차가 너무 까다로울 것 같아 포기했다.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한번 시도해 보자고 했는데, 의외로 인증 절차가 금방 끝나 활성화가 된다.


차를 불렀다. 뇌음사까지 12위안 정도라고 나온다. 얼마뒤 세련된 젊은 여자가 운전하는 차가 왔다. 뇌음사는 명사산 가는 길 도중에 있었다. 뇌음사에 도착했다. 그런데 요금결제 방법을 모른다. 택시와 같은 방법으로 알리페이로 요금을 지불하려고 QR 코드를 스캔했지만 안된다. 여자는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현금으로 20위안을 달란다. 그냥 주고 내렸다.

20251006_153736.jpg
20251006_154343.jpg
20251006_153704.jpg
20251006_154926.jpg
20251006_154935.jpg
20251006_155304.jpg
20251006_155315.jpg


(삼장법사와 손오공이 다녀간 뇌음사)

뇌음사는 작고 조용한 사찰이었다. 느낌이 아주 좋다. 뇌음사의 "뇌음(雷音)"이라는 말은 불교 경전에서 부처의 설법 소리를 우레에 비유한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뇌음사는 <서유기>로 인해 유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유기에서 삼장법사는 손오공 등의 제자를 데리고 불경을 구하기 위해 천축에 있는 가상의 절 대뇌음사를 찾아가 불경을 받아 중국으로 돌아온다. 소설 속 대뇌음사는 인도에 있는 가상의 장소이지만, 둔황의 뇌음사는 이 문학적 배경을 현실에 구현한 것이라 한다. 기록에 따르면 삼장법사가 실크로드를 따라 인도로 향하던 도중 둔황을 방문했으며, 이때 뇌음사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지금의 뇌음사는 고대 사원의 유적 위에 바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1989년에 둔황 시에서 명사산 기슭에 새로 지은 것이라 한다. 둔황이 막고굴로 유명해지고, <서유기> 이야기가 널리 퍼지면서 관광객과 불자들은 <서유기>의 배경이 된 '뇌음사'를 보고 싶어 했고, 이에 따라 둔황 시에서는 문학적 상징과 역사적 전설을 현실화하여 관광 및 종교 성지로 새로이 뇌음사를 건립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사원 내부에는 삼장법사와 <서유기> 이야기를 묘사한 벽화와 조각상이 많이 있다.

20251006_165035.jpg
20251006_165044.jpg
뇌음사

(디디출행, 웃돈을 요구하네?)

집사람이 불당에 들어가 있는 동안 뇌음사의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규모가 작은 절이기 때문에 금방 둘러볼 수가 있었다. 별로 할 일이 없다. 남는 시간에 디디추싱 결제방법을 알아보았다. 아주 쉽다. 운행기록을 누르면 바로 결제금액이 나오고, 그것은 알리페이와 바로 연결된다. 거기서 12위안을 결제하면 되는 것이었다. 20위안을 달라는 대로 줬으니 1,600원을 더 준 셈이다. 별 것 아닌 금액이지만, 중국에 와서 처음으로 쓴 바가지이다. 보통 중국 택시 기사들은 단돈 1위안의 웃돈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또 남았다. 현금으로 요금을 줘버렸으니 디디추싱에는 여전히 요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다음번 이용에 지장이 있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에이, 나쁜 X.

20251006_165246.jpg
뇌음사
뇌음사

중국단상(23): 보행자 보호


중국의 대도시에서 겪었던 제일 큰 불편은 거리를 마음 놓고 걸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중국엔 인도가 제대로 없나? 그렇지 않다. 오래된 도로에도 반드시 인도는 갖추어져 있고, 새로 건설된 도로에는 아주 널찍한 인도가 잘 정비되어 있다.


그런데 이 인도가 보행자들이 마음 놓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인도를 통해 달린다. 인도를 걷다 보면 뒤에서 다가온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바로 옆을 휙 지나가는 경험을 수없이 한다. 부딪히기라도 하면 치명적이다.


앞으로부터 달려오는 오토바이는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으니 그래도 괜찮다. 뒤에서 오는 오토바이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더욱이 요즘은 전기 오토바이가 급속히 늘어났다. 전기 오토바이는 소리가 나지 않으므로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알아차리기 힘든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인도를 달리는 오토바이를 볼 때가 있다. 대개는 배달 오토바이이며, 네거리 등 짧은 구간에서 잠시 인도를 침범한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아예 처음부터 그냥 인도를 통해 달린다. 학생, 주부, 일반인 등 구분이 없다. 누구나 인도로 달린다. 심지어는 툭툭이 같은 삼륜차까지 인도로 달린다.


그리고 인도는 잘 마련되어 있지만 인도에 주차된 차들을 많이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보이긴 하지만, 중국은 인도가 거의 주차장처럼 보이는 곳도 적지 않다. 이런 것들은 걷는데 정말 방해가 된다.


중국에는 야시장 같은 복잡한 보행자 거리가 많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도 인파를 뚫고 오토바이가 그것도 제법 빠른 속도로 지나다닌다. 그런 오토바이가 한두 대가 아니기 때문에 정말 걷는데 힘들다. 나는 짜증이 나는데 중국인들은 일상화된 일인지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것 같다.


중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문명인이 되자고 계몽하지만, 보행자 보호에는 신경을 안 쓰는 건지 궁금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