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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 생명의 진화(7): 실루리아기(고생대)

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by 이재형

24.1. 실루리아기의 지구의 환경


실루리아기는 약 4억 4,370만 년 전부터 4억 1,600만 년 전까지의 시대로, 비교적 따뜻하고 안정적인 기후를 가지고 있었다. 오르도비스기 말의 대규모 빙하기가 끝난 후 전반적으로 온난하고 습한 기후가 이어졌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였고, 대륙의 얕은 바다가 확장되면서 해양 생물이 번성하는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따뜻하고 안정적인 해양 환경 덕분에 산호초와 같은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다시 번성하기 시작하였다.


실루리아기에는 대륙들이 점차 모여 초대륙 판게아를 형성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 이 시기에 북반구의 로렌시아와 발티카 대륙이 충돌하며 칼레도니아 조산운동이 일어나 칼레도니아 산맥과 같은 높은 산맥들이 형성되었다. 로렌시아(Laurentia)는 오늘날의 북아메리카와 그린란드, 스코틀랜드 일부를 포함하는 거대한 고대 대륙이었으며, 발티카(Baltica)는 오늘날의 스칸디나비아 반도, 발트해 연안, 동유럽 일부를 포함하는 고대 대륙이다. 두 대륙이 충돌하면서 애팔래치아 산맥의 일부가 형성되었으며, 이 충돌로 인해 거대한 초대륙인 유라메리카(Euramerica)가 탄생하였다. 이 두 대륙은 이후 곤드와나 대륙(Gondwana)과 합쳐져 초대륙 판게아(Pangaea)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였다.

로렌시아와 발티카 대륙의 충돌

이러한 지각 활동은 새로운 지형을 만들고 지구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실루리아기는 생물이 본격적으로 육지로 진출하기 시작한 중요한 시대이다. 이 시기에 쿡소니아(Cooksonia)와 같은 최초의 관다발 식물이 나타났다. 이 식물들은 물을 운반하는 관을 가지고 있어 물에서 떨어진 육지에서도 살 수 있었고, 점차 육지의 생태계를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식물에 이어 절지동물이 동물 중 최초로 육지로 올라와 육상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하였다.


바다에서는 척추동물인 어류가 다양하게 진화하였다. 특히 턱이 없는 무악어류와 함께 턱을 가진 판피어류가 출현하였다. 또한, 바다전갈과 같은 절지동물과 다양한 종류의 완족류, 삼엽충 등이 번성하였다.

실루리아기의 육지

실루리아기 전기와 말기는 기후, 생물 다양성, 그리고 생물 분포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전기는 오르도비스기 말의 대규모 빙하기가 끝난 직후로, 지구 환경이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시기였다.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기 시작하였고, 기후가 점차 온난해졌다. 실루리아 말기는 실루리아기의 번성기가 절정에 달하며, 생명체가 더욱 다양화되고 육지로의 진출이 본격화되었다. 온난하고 안정적인 기후가 이어졌고, 해수면은 최고조에 달하였다. 이로 인해 얕은 바다가 확장되어 해양 생물이 번성하는 기반이 되었다.


실루리아기의 생태계는 대기, 육지, 바다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 시기이다. 특히, 육상 생물이 처음으로 출현하기 시작하면서 지구의 모습이 점진적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 대기 중 산소 농도가 현재의 약 88%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이로 인해 지구를 보호하는 오존층이 형성되었고, 육상 생물이 자외선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또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현재보다 훨씬 높아 온실 효과를 통해 지구의 평균 온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었다.


실루리아기의 육지는 여전히 대부분 황량한 모습이었지만, 생물이 육지로 진출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시작된 시기이다. 바다 생태계는 오르도비스기 말의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바다 생태계는 다시 풍부해졌다. 얕은 바다가 확장되어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번성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었다.


24.2. 육상생태계


24.2.1. 식물


실루리아기에는 식물이 육지로 진출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 시기 육상 식물은 아직 단순한 형태로, 육지에 막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단계이다.


최초의 육상 식물 쿡소니아(Cooksonia)이다. 쿡소니아는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육상 식물로, 약 4억 3,000만 년 전 실루리아기 중엽 지층에서 화석으로 발견된다. 쿡소니아는 높이가 7~8cm에 불과한 매우 작은 식물로, 주로 습지나 물가 근처에 서식하였다. 이 식물들은 뿌리와 잎이 없는 단순한 줄기(축)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줄기 끝에는 포자를 담고 있는 포자낭이 달려 번식하였다.


쿡소니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수분과 양분을 운반하는 관다발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관다발 덕분에 물의 부력 없이 육지에서 스스로를 지탱하고, 육상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은 이후 모든 육상 식물의 진화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관다발은 식물의 줄기, 뿌리, 잎에 있는 물관부와 체관부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식물의 수분과 양분 운반을 담당하는 중요한 조직이다.

쿡소니아

물관부는 주로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무기 양분을 식물의 줄기와 잎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죽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을 위로 끌어올리는 모세관 현상과 증산 작용의 원리를 이용한다. 체관부는 잎에서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유기 양분(포도당 등)을 식물의 다른 부위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살아 있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양분을 필요한 곳으로 능동적으로 이동시킨다.


실루리아기의 육지는 대부분 황량한 바위와 흙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쿡소니아와 같은 원시 식물들이 물가 근처에서 얕은 초목을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식물들의 등장은 이후 동물이 육지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식물들은 육지 환경의 대기 성분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면서 지구의 대기 구성을 변화시켰다. 이로 인해 오존층이 강화되어 육상 생명체가 자외선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실루리아기의 원시적인 식물들은 이후 데본기에 뿌리와 잎이 발달하며 더 크고 복잡한 형태로 진화하는 초석이 되었다.


24.2.2. 동물


실루리아기는 생명체가 바다에서 육지로 진출하기 시작한 생태계의 중대한 전환점이다. 이 시기에는 대기 중 산소 농도 증가로 오존층이 형성되면서 유해한 자외선으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 덕분에 식물과 동물이 육지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식물에 이어 절지동물이 동물 중 최초로 육지로 진출하였다. 이들은 육지의 새로운 먹이원을 탐색하며 육상 생태계의 첫 구성원이 되었다.


이 시기 육상동물이 탄생할 수 있었던 주요 배경은 다음과 같다.


• 오존층 형성: 대기 중 산소 농도가 증가하여 해로운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이 형성되었다. 이로 인해 생명체는 햇빛에 의한 손상 없이 육지에서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 육상 식물의 선행 진출: 쿡소니아(Cooksonia)와 같은 최초의 관다발 식물이 먼저 육지로 진출하였다. 이 식물들은 동물에게 서식처와 먹이원을 제공하며 육상 생태계의 기반을 다졌다.


실루리아기의 육상 동물은 주로 지네와 유사한 다지류와 거미류의 조상이다.


• 프네우모데스무스 뉴마니 (Pneumodesmus newmani): 2004년 스코틀랜드에서 발견된 이 화석은 약 4억 2,800만 년 전의 것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육상동물이다. 이 동물은 지네와 유사한 다지류의 일종으로, 육지에서 공기 호흡을 위한 기관을 가지고 있었다.

• 트리고노타르비드 (Trigonotarbids): 거미류의 조상으로, 육상에서 활동하는 포식자였다. 이들은 육지에서 먹이를 사냥하며 새로운 생태적 지위를 개척하였다.


이 시기의 육상 동물들은 바다에서 육지로의 전환을 위한 중요한 적응을 보였다. 이들은 물속에서 아가미로 호흡하던 것과 달리, 공기 호흡을 위한 원시적인 기관을 진화시켰다. 그리고 물의 부력 없이 중력을 이겨내고 몸을 지탱하기 위해 다리를 발달시키고, 몸의 구조를 강화하였다. 이 시기 육지에는 척추동물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최초의 육상 척추동물인 양서류는 이보다 한참 뒤인 데본기 말에 출현하였다.

프네우모데스무스 뉴마니
트리고노타르비드
실루리아기 육상동물


24.3 해양생태계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대멸종 이후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후가 온난해지면서 해양 생태계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따뜻하고 얕은 바다가 확장되면서 산호가 크게 번성하여 대규모 산호초를 형성하였다. 이는 다양한 해양 생물에게 서식지와 은신처를 제공하며 해양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였다.


턱이 없는 무악어류가 계속 번성하였고, 턱을 가진 어류가 최초로 나타났다. 턱의 발달은 먹이 섭취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어류가 해양 생태계의 주요 포식자로 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의 바다 동물들은 무척추동물과 척추동물 모두에서 중요한 진화를 보였다.

턱을 가진 최초의 어류


24.3.1 무척추동물


무척추동물은 실루리아기 바다 생태계의 주요 구성원이었다. 따뜻하고 얕은 바다가 확장되면서 산호와 해면류의 일종인 스포트론포로이드가 크게 번성하였다. 이들은 대규모의 생물초(bioherms)를 형성하여 다양한 해양 생물에게 서식지와 은신처를 제공하였다.

스포트론포로이드

절지동물인 바다전갈(Eurypterids)이 최대 전성기를 맞았다. 이들은 주로 얕은 바다나 기수(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물)에서 살았으며, 일부 종은 몸길이가 2m 이상에 달하는 거대한 포식자였다. 이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삼엽충과 완족류가 여전히 풍부하게 존재하였다.

오늘날의 조개와 비슷한 완족류(Brachiopods)도 번성하였다. 조개와 유사하게 두 개의 껍데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조개와는 달리 위아래로 껍데기가 나뉘어 있다. 실루리아기에는 다양한 완족류가 번성하며 바닷속에 널리 분포하였다.


두족류(Cephalopods)로서, 오늘날의 오징어나 문어의 먼 조상으로, 원뿔 모양의 껍데기를 가진 직각석(Orthoceras)이 이 시기에 번성하였다. 이들은 몸집이 커다란 포식자였다.

완족류
직각석


24.3.2. 척추동물


이 시기 바다의 척추동물은 어류가 유일하였다. 실루리아기는 어류의 진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턱이 없는 어류인 무악어류는 오르도비스기에 이어 계속해서 번성하였다. 이들은 먹이를 빨아들이거나 해저의 유기물을 섭취하며 살아갔다.


이 시기 턱을 가진 최초의 어류가 나타났다. 턱은 먹이를 효율적으로 잡고 씹을 수 있게 해주어 먹이 사슬의 정점에 오를 수 있는 혁명적인 진화였다. 턱을 가진 최초의 어류는 판피어류이다. 이들은 턱이 없는 무악어류가 대부분이던 실루리아기에 나타났으며, 턱의 발달은 어류의 먹이 섭취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이후 해양 생태계의 주요 포식자로 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판피어류 (Placoderms)는 몸의 앞부분, 특히 머리와 어깨 부위가 딱딱한 골판(骨板)으로 덮여 있어 '갑주어(甲胄魚)'라고도 불렸다. 이 골판은 몸을 보호하는 갑옷 역할을 하였다. 판피어류는 아가미 지지대였던 연골이 진화하여 턱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턱의 출현은 먹이를 물어뜯거나 씹을 수 있게 함으로써 먹이 선택의 폭을 넓혔고, 작은 유기물만 섭취하던 무악어류와 달리 더 크고 단단한 먹이를 사냥할 수 있었다.


판피어류 외에도 이 시기 극어류(Acanthodians)가 나타났는데, 이들은 연골어류와 경골어류의 공통 조상으로 추정된다. 판피어류와 극어류는 데본기에 크게 번성하며 바다를 지배하였고, 이후 더 다양한 척추동물로 진화하는 기반이 되었다.

판피어류
극어류


24.3.3. 해양식물


실루리아기의 해양 식물은 주로 다양한 해조류와 원시적인 조류였다. 당시 바다는 얕고 따뜻한 환경 덕분에 풍부한 해조류가 서식하기에 적합하였다.


주요 해양 식물로는 먼저 녹조류를 들 수 있다. 오늘날의 녹조류와 유사한 해양 식물들이 존재하였다. 이들은 광합성을 통해 바다 생태계의 주요 생산자 역할을 하였으며, 일부는 육상 식물의 조상으로 여겨진다.


이와 아울러 해면류도 나타났는데, 이들은 해양 동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당시 바다 생물초(bioherms)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특히 스포트론포로이드(Stromatoporoids)는 산호와 함께 생물초를 만들었다.

스포트론포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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