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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12. 2021

드라마: 천지인(天地人)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신(家臣)의 표상

일본 전국시대(戰國時代)에는 수많은 무장과 효웅(梟雄)들이 합종연횡을 하면서 자웅을 겨루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건이 카이(甲斐)의 다케다 신겐(武田信玄)과 에치고(越後)의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의 대립일 것이다. 이 두 무장은 카와나카시마(川中島)에서 5회에 걸쳐 대회전(大會戰)을 가졌다. 


에치고는 지금의 니가타(新潟) 지방으로, 이 지역은 눈이 많아 설국(雪國)으로 잘 알려져 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카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대표작인 소설 <설국>도 바로 이 지방을 무대로 하고 있다. 또 설국(雪國)이라면 요시 이쿠조(吉幾三)가 부른 노래 <설국>도 생각난다. 

https://youtu.be/P2yOoKSsbpE


대하드라마 천지인(天地人)은 우에스기 켄신의 뒤를 이어 에치고의 영주가 된 우에스기 카게카츠(上杉景勝)의 가신인 나오에 카네츠구(直江兼続)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2009년에 방영되었으며, 전체 47회로 이루어져 있다. 이 드라마는 필자가 처음으로 감상한 NHK 대하드라마로서, 이 드라마를 감상하고 난 뒤 재미를 들여 이후 여러 편을 감상하였다. 드라마 <천지인>은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시종 “평화”와 “가족”,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주인공 나오에 카네츠구는 사랑 “愛” 자가 장식된 투구를 쓰고 있다. 그는 항상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 단풍(모미지)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맹세한다. 


주인공 나오에 카네츠구(直江兼続)는 5살 때 우에스기 켄신의 조카이자 후계자인 우에스기 카게카츠의 코쇼(小姓)가 된다. 코쇼란 무사의 직책 가운데 하나로서 무장의 주변에서 무장의 신변잡사를 도와주고, 때로는 친구가 되는 역할을 한다. 요즈음 우리나라로 치면 “부관”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당시 전국시대에는 다이묘의 아들 등 고위 무장의 아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그 또래의 아이들을 붙여, 함께 놀고 공부하면서 나중에 함께 성장하여 그 아들의 충성스런 가신이 되도록 하였는데, 이를 코쇼라고 한다. 

카네츠구는 주군인 우에스기 카게카츠에게 충성을 다하여 보필한다. 카네츠구는 무장이라기보다는 탁월한 행정가 혹은 외교관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는 내부적으로는 에치고의 영주 자리를 둘러싼 싸움에서 카게카츠를 적극 도와 카게카츠가 영주 자리를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카게가츠의 필두 가신으로서 탁월한 행정력으로 카게카츠를 보필한다. 


우에스기 켄신이 사망 후 영주의 자리에 오른 우에스기 카게카츠는 아무래도 무장으로의 역량에서는 켄신에 크게 못 미친다. 그렇지만 켄신이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반면 카게카츠는 외교와 협상으로 문제를 타결해나간다. 그리고 카게카츠의 통치에 중심이 되는 주인공 카네츠구는 평화와 사랑으로 세상을 다스리려 한다. 그 상징으로 그는 항상 사랑 애(愛) 자로 장식된 투구를 쓴다. 


오다 노부나가가 죽은 후 권력을 잡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는 전국의 다이묘들에게 알현할 것을 명한다. 카게카츠와 함께 오사카성에 당도한 카네츠구는 히데요시에게 충성할 것을 맹세한다. 카네츠구의 인품을 마음에 들어 하나 히데요시는 자신의 신하가 되어줄 것을 요구하나, 카네츠구는 이를 거절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은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세력과 이에 대항하는 반 도쿠가와 세력이 대립한다. 히데요시의 가신이었던 이시다 미츠나리(石田三成)는 반 도쿠가와의 핵심인물로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맞설 영주들을 규합한다. 미츠나리와 절친한 사이인 카네츠구도 미츠나리의 뜻에 따라 반 도쿠가와의 세력에 가담한다. 그리고 그는 일본 전국의 영주들에게 도쿠가와 세력에 대항하여 봉기하라는 소위 <나오에 격문>(直江状)을 뿌린다. 이에 격분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에치고 정벌을 위해 군사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교토와 오사카의 군사력 공백이 생기자 미츠나리는 반 도쿠가와 세력을 규합하여 군사를 일으킨다. 


이렇게 일본 전국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세력의 동군(東軍)과 이시다 미츠나리를 중심으로 한 서군(西軍)이 대격돌을 하게 되며, 결국 일본 역사에 있어서 최고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세키가하라(関が原)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 이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끈 동군이 승리하게 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권력을 잡게 된다. 이때까지 이에야스에 맞섰던 에치고의 우에스기 카게카츠와 나오에 카네츠구는 어쩔 수 없이 이에야스에게 복종하게 된다. 

나오에 격문과 세키가하라 전투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자기에게 반기를 들었던 우에스기 카게카츠를 그대로 용서할 리는 없다.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 논공행상에서 영지를 에치고에서 요네자와(米沢)로 바꾸도록 하며, 이전에 80만 석에 이르던 영지도 15만 석으로 크게 삭감하였다. 


이후 메이지유신(明治維新)에 이르기까지 우에스기 가문은 요네자와 지역을 다스렸으며, 나오에 카네츠구는 영주를 보필하는 충성스럽고 유능한 가신의 모범으로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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