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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16. 2021

영화38: 외팔이 시리즈 ①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獨臂刀)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는 1967년 홍콩의 <쇼 브라더즈>에 의해 제작되었다. <방랑의 결투>를 시작으로 붐이 일기 시작한 홍콩 <쇼 브러더즈>사 제작 무협영화는 <용문의 결투> 등의 후속작으로 인기를 더하였다. 이러한 무협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그 아류의 수많은 무협영화가 소개되었으며, 국내에서도 이를 모방한 작품들이 여러 편 제작되었다.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걸쳐 지금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홍콩 무협 아류의 한국판 무협영화들을 여러 편 관람하였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무협영화가 우후죽순처럼 제작되자, 무협영화도 조금 식상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의 무협영화가 등장하였으니, 바로 외팔이 시리즈였다. 외팔이 시리즈 가운데 처음으로 나온 것이 <독비도>(獨臂刀)였는데,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홍콩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대히트를 쳐, 주인공인 왕우(王羽)는 이 영화 한 편으로 일약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중국 무협영화에 등장하는 무사들은 대부분 칼이나 창 등 손을 사용하는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쪽 팔이, 그것도 오른팔이 없는 검객이란 무사로서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러한 핸디캡을 피나는 수련으로 극복하여 아버지와 스승의 원수를 갚는 외팔이의 이야기에 많은 팬들이 열광하였다. 이 영화 이후에 국내에서도 팔을 못쓰는 검객을 주제로 한 영화가 한동안 꽤 제작되었으며, 그 가운데는 양팔을 모두 잘린 검객 이야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영화가 무협영화에 또 다른 영향을 미친 바 있는데, 그것은 주인공 혹은 정의의 편에 서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무기이다. 이전의 영화를 보면 대부분 주인공을 비롯한 정의의 편에 서있는 사람들은 날렵한 검(劍)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비해 악당들은 주로 칼 끝부분이 넓적한 도(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영화 <돌아온 외팔이>에서는 주인공 방강(왕우)의 스승 제여풍은 <금도>(金刀)란 칼을 개발하여 무림을 제패하는데, 이 금도는 칼 끝부분이 넓은 도(刀)였다. 이 영화 이후 무협영화의 주인공들도 칼 끝부분이 넓은 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무림의 고수 제여풍은 정파(正派) 무림고수로서 금도(金刀)라는 칼을 발명하여 이것을 무기로 무림을 제패한다. 금도는 칼 끝부분이 넓은 황금색으로 빛나는 칼이다. 무림이 평화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 장비신마라는 악당이 출현한다. 그는 제여풍의 무기인 금도를 제압할 수 있는 금도쇄(金刀鎖)라는 무기를 개발하여, 제여풍 일가를 공격한다. 제여풍의 충복인 방성은 장비신마가 보낸 적들에 의해 목숨을 잃으며, 금도쇄에 의해 잘려진 금도를 아들인 방강에게 유품으로 남긴다.

제여풍은 방성의 어린 아들 방강을 제자로 받아들여 무공을 가르치는데, 그는 문파의 제자들 가운데 최고의 무공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방강을 시기하는 문파의 다른 제자들과 방강에게 마음을 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방강에 미움을 갖게 되는 제여풍의 딸은 방강을 모함하여 문파에서 쫒아내며, 이 과정에서 방강은 제여풍의 딸에 의해 오른팔을 읽게 된다. 아버지를 잃었을 때, 그리고 문파에서 쫓겨나면서 “따예(大爺)!, 따예!”라며 울부짖는 방강의 모습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


쫓겨난 방강은 무림 고수의 딸인 소만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외팔이 검법을 완성한다. 한편 제여풍과 그 문파는 금도쇄를 앞세운 장비신마의 무리들에게 속절없이 밀리고 만다. 제여풍과 문파들은 거의 전멸 직전의 상황으로까지 내몰린다. 이 때 등장한 방강은 외팔이 검법으로 장비신마와 그 일파들을 물리치고 스승과 문파를 지켜낸다. 스승에게 하직 인사를 고한 방강은 초야에 묻혀 농부로 지내기로 결심하고, 소만과 함께 길을 떠난다.


외팔이 이전까지의 무협영화에서는 주인공은 대개 절세의 무공과 함께 깨끗하고 단정한 옷차림으로 표연이 등장하여 적을 가볍게 물리치는 경우가 많았으나, 외팔이는 기존 영화와는 달리 오른팔을 잃고 생의 밑바닥에 떨어져 필사적으로 다시 올라온다. 이러한 영화의 전개로 인하여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는 다른 중국 영화에 비해 처절함, 그리고 비정함이 더욱 돋보이는 영화였다.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가 대히트를 치면서, 곧 속편들이 제작되었으며, 또 이와는 직접 관계없는 많은 아류 작품들이 제작, 상영되었다. 이 영화로 주인공 왕우는 홍콩 무협영화의 톱스타로 등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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