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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04. 2021

영화34:북제만화(北斎漫畵, 호쿠사이망가)

마성(魔性)의 여자에게 반해 평생을 찾아 헤맨 천재 화가 이야기

영화 북제만화(北斎漫画, 호쿠사이 망가)는 1981년에 제작된 영화로서 화가 카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의 일생을 그린 영화이다.


일본의 전통적인 그림으로서 <우키요에>(浮代絵)라는 것이 있다. <우키요에>란 에도 시대에 성행하였던 서민적인 회화로서 실제로 그림을 그린 육필화와 그림을 목판으로 만들어 찍어낸 목판화가 있다. <우키요에> 그림의 소재는 다양하여 미인화(美人画), 배우 그림(役者絵), 풍경화 등 서민의 수요나 당시의 풍속을 잘 그리고 있다. 우키요(浮世)란 “피안(彼岸)이 아닌 현세(現世)”,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 “호색성(好色性)이 농후한 속세”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카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는 18-19세기에 걸쳐 살았던 저명한 <우키에요> 화가이다. 그가 그린 <우키에요>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웬만하면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호쿠사이의 대표작으로는 <부악삼십육경>(富嶽三十六景)과 북제만화(北斎漫画, 호쿠사이망가)가 있다. 그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저명한 화가로서, 1999년 미국의 <라이프> 지는 <최근 1000 가장 중요한 공적을 남긴 세계의 인물 100인>에 일본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호쿠사이를 포함시킨 바 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만화(漫画)라는 말도 호쿠사이의 그림집 호쿠사이망가(北斎漫画, 북제만화)에서 비롯되었다. 호쿠사이는 <만화>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이다. 그러나 호쿠사이가 말하는 “만화”란 현재와 같은 그림으로 그린 이야기인 만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 내키는 대로 부담 없이 그린 그림”이라는 뜻으로 <만화>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우키요에 화가인 테츠조(鉄蔵, 호쿠사이)와 딸 오에이(お栄)는 소설 작가 사시치(左七)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면서 그림을 팔아서 먹고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오나오(お直)라는 마성(魔性)의 여자를 만나 그녀의 포로가 되고 만다. 그는 밤낮으로 오나오의 그림을 그린다. 돈에 쪼달린 테츠조는 오나오를 그의 양부에게 넘기지만, 그의 양부는 오나오에 빠진 나머지 자살하고 만다. 그리고 오나오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만다.


테츠조는 평생을 오나오를 찾아 헤매지만 그녀는 두 번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세월은 수 십 년이 흘러 호쿠사이도 어느덧 나이 80이 넘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바닷가에서 오나오와 빼다 박은 듯한 젊은 여자를 만난다. 테츠조는 그녀를 모델로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는 그림을 마친 후 편안한 마음으로 8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이 영화는 위대한 화가의 일생을 그렸다고는 하지만, 성적(性的)인 부분을 많이 다룬 영화이다. 호쿠사이의 딸 오에이(お栄) 역을 맡은 타나카 유코(田中裕子)와 오나오(お直) 역을 맡은 히구치 카나코(樋口可南子) 둘 다 모두 당시의 인기 있는 톱 클래스의 여배우였다. 이러한 두 인기 여배우가 전라(全裸)로 출연한다고 하여 꽤 화제를 모았는데, 그 때문인지 영화 흥행은 대성공이었다고 한다.


호쿠사이는 살아있을 때 이미 뛰어난 그림 실력을 인정받아 많은 돈을 받고 그림을 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다. 그는 도무지 돈에 대한 개념과 관심이 없었다. 그는 다른 화가들에 비해 몇 배의 돈을 받고 그림을 그렸지만, 먹고 입는 것조차 변변치 못한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다. 그림 값을 받으면 그 봉투를 뜯지도 한고, 돈을 세지도 않은 채 책상에 던져두곤 하였다. 쌀가게, 장작 가게, 옷 가게에서 돈을 받으러 오면 그들에게 봉투채로 던져주었다. 장사치들은 돈을 받아가서는 돈이 많으면 착복하였고, 적으면 다시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식이었다. 이러한 돈에 대한 무관심이 그를 평생 동안 가난에 시달리게 하였다.


심각한 주제를 약간 코믹하게 처리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카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의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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