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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15. 2021

영화37: 슈라 Demons (修羅 Demons)

복수귀(復讐鬼)로 변한 사무라이의 살인극

영화 <슈라 Demons>(修羅)는 1971년 제작된 영화이다. 수라(修羅)란 불교에서 나온 용어로 악과 싸움이 지배하는 귀신의 세계를 말하며, 수라 세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신이 바로 아수라(阿修羅)이다. 사람의 마음에 시기ㆍ질투ㆍ교만이 가득 차거나, 번뇌와 망상에 사로잡혀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얻지 못하면 이 모든 것이 수라의 세계이다. 죽고, 죽이고, 악다구니를 쓰며 서로를 미워하는 세계를 우리는 수라장(修羅場)이라 한다.


영화 <슈라 Demons>(修羅, Demons)는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예술인 가부키(歌舞伎)의 극 가운데 하나인 <카미카케테 산고다이세쯔>(盟三五大切)를 영화화한 것이다. <카미카케테 산고다이세쯔>란 극은 이전에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 있는 <츄신쿠라>(忠臣藏)에서 스핀 아웃된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주인의 복수를 하려는 47인의 사무라이 이야기의 곁가지 이야기라 볼 수 있다. <츄신쿠라>에 대해서는 아래의 사이트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2081800511


술과 여자에 빠져 있는 가난한 낭인 사츠마 겐고베에는 방탕한 생활을 하는 타락한 사무라이가 아니라 실은 자기의 주인이었던 아코성 성주의 복수를 위해 적의 눈을 속이기 위해 거짓된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하나, 그는 기생인 코만(小万)에 어느 정도 빠져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겐고베에의 충실한 부하인 하치에몬(八右衛門)은 거사를 위해 겐고베에를 존경하는 가난한 백성들로부터 고생스럽게 돈을 모아 겨우 금화 100량의 군자금을 만들어 온다. 그리고 이 돈을 겐고베에게 주면서 거사를 위해 써 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겐고베에도 이제 방탕한 생활을 마치고 주인의 복수를 위한 거사에 착수하려고 한다. 이때 기생 코만의 하인인 산고로(三五郎)가 찾아와 코만이 돈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팔려갈 처지에 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겐고베에는 부하 하치에몬의 만류를 무릅쓰고 거사를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코만을 만나보러 간다.


코만의 거처에는 코만과 함께 기생집의 주인 등 관계자가 모여 누가 코만의 몸값을 지불하지 않는 이상 코만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라고 겐고베에에게 설명한다. 그리고 코만의 몸값은 금화 100량이라 한다. 결국 겐고베에는 거사자금으로 준비한 금화 100량을 주고 코만이 다른 남자에게 가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실은 이것은 모두 코만과 기생집 주인 등 관계자, 그리고 코만의 하인 산고로(사실은 코만의 남편) 등이 서로 짜고 겐고베를 속여 돈을 사기 치기 위한 음모였다.

이들은 겐고베를 속여 돈을 갈취한 후 자기네들끼리 모여 겐고베를 비웃는다. 이것을 우연히 엿듣게 된 겐고베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고 분노하며, 이들에게 복수를 하고자 한다. 겐고베는 먼저 기생집에 모여 있던 기생집 주인 등 기생집 관계자들을 모조리 살해한다. 그리고는 코만의 집으로 찾아간다. 코만의 집에는 코만과 그녀의 남편 산고로, 그리고 둘 사이에 태어난 아기가 있다. 겐고베는 산고로와 코만은 물론, 강보에 싸인 그들의 아기까지 잔인하게 살해하고 만다. 그리고 복수를 마친 후 겐고베는 사라지고 만다.


며칠 후 아코(赤穂) 47인의 무사들이 키라의 집을 습격하여 키라를 살해하고 주인의 복수를 한다. 그러나 겐고베의 이름은 47인의 무사들 이름 속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처절한 복수극을 그렸다. 그것도 무사로서의 대단한 명분이 걸린 복수가 아니라, 기생에게 사기당해 돈을 빼앗긴 후 그들의 비웃움에 분노하여 비무장한 일반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인 복수극이다. 이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전반은 겐고베가 금화 100량을 사기당하는 과정이며, 후반은 겐고베가 복수극을 펼치는 과정이다. 후반에 들어오면서 화면은 선혈로 낭자해진다. 겐고베는 편집광적인 일면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는 순간 자신의 눈앞에 있는 모든 자들을 베어버린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을 속였던 기생 코만을 벤다. 코만은 겐고베의 칼에 맞아 죽어가면서 강보에 싸인 아기의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그러한 애원에도 겐고베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아기까지 잔인하게 죽여버리고 만다. 코만은 그 모습을 보며 절규하면서 죽어간다.


이 영화의 제목은 수라(修羅)이다. 정말 그 제목 그대로 온 화면이 복수와 살인과 피로 낭자하다. 복수귀로 변한 겐고베의 행동에는 광기마저 느끼게 한다. 이러한 통속적인 복수극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그것이 또 극의 인기를 높여 몇 십, 몇 백 년 두고두고 공연되어 내려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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