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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10. 2020

[일본여행] 이즈반도(伊豆半島)와 후지산(富士山) E2

(2017.10.23) 아마기 고개( 天城越え)와 죠렌 폭포(浄蓮の滝)

아침에 예약해 둔 렌터카 회사로 갔다. 차 인수를 위한 간단한 절차를 마치고 차를 받아 나왔다. 오늘 여행 코스는 이즈반도(伊豆半島)이다. 이즈 반도는 20여 년 전, 그러니까 1995년에 한 번 와 본 적이 있다. 이즈 반도는 동경의 서쪽에 위치에 고구마처럼 길게 튀어나온 반도로서, 가운데는 아마기 산맥(天城山脈)이 가로지르고, 해변 쪽으로는 온천향(溫泉鄕)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곳 아타미(熱海)는 이즈반도로 들어가는 초입에 해당한다. 


20년 전 이즈 반도에 왔을 때는 동경에서 기차를 타고 시즈오카(静岡)까지 와서, 거기서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죠렌 폭포(淨蓮の滝)까지 갔다. 그런데 여기 시외버스라는 것이 그렇게 자주 있는 곳이 아니라서 이즈 반도 이곳저곳을 여행할 형편이 못되었다. 그래서 죠렌 폭포 근처,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만 몇 군데 구경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렌터카로 여행하기 때문에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갈 수 있게 되었다. 


이즈반도 여행을 계획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 이시카와 사유리(石川さゆり)의 <아마기 고에>(天城越え)의 현장을 찾기 위해서이다. 노래 <아마기 고에>는 불륜 여행을 소재한 노래이지만, 나는 지금 집사람과 여행 중이다. 

https://youtu.be/aX3woE35MUk


아마기 고에((天城越え)                                       아마기 고개

                  

1.

隠しきれない 移り香が                                   감출 수 없는 내 몸 향기가

いつしかあなたに 浸みついた                        언제인가 당신에게 스며들었다

誰かに盗られる くらいなら                            누군가에 빼앗길 정도라면

あなたを 殺していいですか                            당신을 죽여 버려도 좋을까요

寝乱れて 隠れ宿                                                    흐트러진 잠자리 숨겨진 거처

九十九(つづら)折り 浄蓮(じょうれん)の滝         구절양장에 죠렌 폭포

舞い上がり 揺れ堕ちる 肩のむこうに             춤추듯 오르고 흔들려 떨어지는 어깨너머로

あなた…山が燃える                                                 아, 당신...... 산이 불타요

何があっても もういいの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제 됐어요

くらくら燃える 火をくぐり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뚫고

あなたと越えたい 天城越え                            당신과 넘고 싶어요 아마기 고개


2.

口を開けば 別れると                                             입을 벌리면 헤어질 거라고

刺さったまんまの 割れ硝子                            부서진 그대로의 깨어진 유리창 

ふたりで居たって 寒いけど                            둘이서 있다 해도 추운 건 마찬가지

嘘でも抱かれりゃ あたたかい                            거짓이라도 안기면은 따뜻할 거야

わさび沢 隠れ径                                                    와사비 밭 숨겨진 작은 길

小夜時雨 寒天橋                                                    늦은 밤 겨울비 칸텐 다리

恨んでも 恨んでも 躯うらはら                        원망하여도 원망하여도 몸은 반대로

あなた…山が燃える                                          아 당신... 저 산이 불타올라요 

戻れなくても もういいの                               돌아갈 수 없어도 그만 되었어요

くらくら燃える 地を這って                                활활 타오르는 땅을 기어서

あなたと越えたい 天城越え                                 당신과 함께 넘고 싶어 아마기 고개


走り水 迷い恋                                                         흐르는 물 길 잃은 사랑

風の群れ 天城隧道(ずいどう)                              차가운 바람 아마기 터널

恨んでも 恨んでも 躯うらはら                         원망해도 원망해도 몸은 반대로 

あなた…山が燃える                                                  아 당신... 저 산이 불타요

戻れなくても もういいの                                돌아갈 수 없어도 그만 되었어요

くらくら燃える 地を這って                             활활 타오르는 땅을 기어서

あなたと越えたい 天城越え                                  당신과 함께 넘고 싶어 아마기 고개


아타미에서 이즈반도로 가는 길은 2개가 있다. 하나는 고속도로이고 다른 하나는 국도와 지방도가 이어진 길이다. 우리는 바쁠 것도 없고, 또 주위의 경치를 즐기며 가려고 국도 쪽을 택했다. 아타미에서 국도로 연결되는 길이 예사롭지 않다. 아타미가 해변에 있는 탓에, 국도로 가는 길은 매우 가파른 길이다. 그것도 넓은 길이 아니라 마치 골목 같은 길을 구불구불 올라간다. 거의 30분을 가파른 길을 이리저리 기다시피 하여 올라가니 이즈반도와 연결된 다리가 나온다. 


지금부터는 산 능선을 따라 나 있는 길이다. 한참을 달리니 죠렌폭포(淨蓮の滝)가 나온다. 죠렌폭포는 이곳 아마기 산 제일의 명승지라 할 수 있다. 죠렌 폭포는 높이는 약 25미터, 폭은 7미터 정도의 큰 폭포로 수량이 무척 많아 떨어지는 물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한다. 일본 100대 폭포 가운데 하나로 주위 경치도 좋고, 폭포도 참 아름답다. 그리고 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가까이 가보면 가히 감탄할 명폭포이다. 폭포 근처에 가면 물보라가 피어오르고, 부슬비와 같은 물안개가 온몸을 감싸 안는다. 

칸텐바시(寒天橋)와 죠렌폭포(淨蓮の滝와 와사비밭

죠렌폭포 근처에는 와사비(고추냉이) 밭이 많이 있다. 와사비는 깨끗한 물에서만 자라는 식물으로서, 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을 한편에 가두어 와사비 밭을 만든다. 와사비 밭은 물이 잔잔히 흐르는 웅덩이로서, 밭이라 표현하기는 좀 어색하고, 일본어로는 와사비 자와(わさび沢, 와사비 못)이라 하는데, 우리말로 적당한 표현이 없어 그냥 와사비 밭이라 했다. 와사비 밭에는 와사비가 파릇파릇 자라고 있었다. 


죠렌폭포 주차장에서 길을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가면 한천다리(寒天橋, 칸텐바시)가 나온다. 폭 6-7미터에 길이 10미터 정도의 작은 돌다리다. 한천다리 옆으로 나 있는 좁은 길로 올라가면 아마기 터널(天城隧道)이 나온다. 한천 다리가 걸려있는 지금의 길은 새로이 건설된 도로이고, 아마기 터널은 새 도로 건설 이전에 구도로에 나있던 터널이다. 터널로 들어가니 습기 찬 공기에 양 벽으로는 이끼가 가득 나있다. 


노래 <아마기 고개>(天城越え)에 등장하는 명소는 이로서 다 둘러보았다. 다만 “숨겨진 거처”(隠れ宿)는 어디인지 모르겠다. 주차장 근처에는 선물가게와 함께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몇 개의 음식점이 보인다. 여기는 와사비가 명물이므로, 와사비를 소재로 한 상품이 많다. <와사비 아이스크림>이 먹음직스러워 보여 먹기로 했다. 아이스크림에 큰 스푼 하나 분량의 고추냉이를 발라준다. 예상외로 고추냉이의 매운맛과 아이스크림의 달고 시원한 맛이 잘 어울린다.   

와사비 아이스크림과 이즈반도의 바다

다시 차로 이즈반도 끝 쪽으로 달렸다. 한 시간 가량 달리니 반도 끝 바다가 나온다. 태평양의 푸른 물이 끝없이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 온천장 몇 곳을 구경했으나, 특별히 내키는 데가 없어 그대로 호텔로 직행하였다. 


벌써 저녁때다. 어제저녁은 호텔 근처에서 초밥을 먹었는데 오늘은 뭘로 하나.... 마침 근처에 괜찮아 보이는 이자카야(居酒屋)가 보이길래 여길 택했다. 닭꼬치, 임연수 구이, 꽁치 구이, 돼지고기 꼬치 등을 안주로 생맥주 한잔을 곁들이니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 


해지기 전에 아타미 해변으로 내려갔다. 곤지키야샤(金色夜叉)의 칸니찌와 오미야의 이별을 모티브로 한 동상이 있고, 그 옆으로는 <오미야 솔밭>(お宮の松)이 있다. 이곳 아타미 해변은 만(灣)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늑한 느낌을 준다. 해변 끝까지 산책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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