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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01. 2021

영화:콜트는 나의패스포트(拳銃は俺のパスポート)

청부살인자와 야쿠자 조직의 대결

1960년대 일본은 조직폭력배, 즉 야쿠자들의 전성기였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야쿠자 조직들이 있었고, 또 이들 간에는 이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당시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이었던 야마구치 조(山口組)는 조직원이 2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영화 <콜트는 나의 패스포트>는 1967년 일본에서 제작된 영화로서 야쿠자 두목을 암살한 후 그 보복에 나선 조직원들과 싸움에 나선 살인청부업자의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 제목에서 한자로 권총(拳銃)이라 써놓고, 이를 “콜트”로 읽는다. 이것은 당시 야쿠자들이 이용하던 총기에 콜트 권총이 가장 인기 있는 무기였기 때문이라 한다. 그리고 권총이란 말은 어딘지 촌스런 느낌이 나고, 콜트라면 좀 더 멋있는 느낌이 나기 때문이기도 했다. 


요코하마(横浜)를 근거로 하고 있는 오다와라(大田原) 파의 나와바리에 칸사이(関西) 지역의 야쿠자 시마즈(島津) 파가 진출하려 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오다와라 파의 두목이 살인청부업자 우에무라(上村)를 불러 시마즈 파의 두목을 처치해달라는 의뢰를 한다. 시마즈는 사무실 창문이나 자동차 창문을 모두 방탄유리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암살은 쉽지 않다. 그러나 우에무라는 오다와라와 시마즈가 만나는 자리을 노려 원거리 저격으로 시마즈를 살해한다. 


두목이 살해당하자 시마즈 파는 두목의 복수를 하기 위해 우에무라를 죽이려 한다. 우에무라는 외국으로 도피하려고 하나 이미 공항은 시마즈 파 부하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 어쩔 수 없이 우에하라는 외국으로 밀항을 하려 요코하마 항 근처 외딴 싸구려 여관 나기사관(渚館)에 묵는다. 이를 알고 찾아온 시마즈 파의 부하들과 우에무라와의 싸움이 벌어지는데, 우에무라는 여관 종업원으로 일하는 수상 생활자(水上生活者)인 미나라는 여자의 도움을 받아 이들을 물리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살인청부업자 우에무라와 여러 명의 시마즈 파 조직원들 간의 결투 장면이다. 넓은 텅 빈 부두에서 우에무라는 땅속 여기저기에 총을 숨겨놓고, 자기를 공격해오는 시마즈 파 조직원들을 한 명 한 명 쏘아 죽인다. 이 장면은 마치 서부극의 한 장면과 같은 느낌을 준다. 


앞에서 “나와바리”라고 했는데, 이 말은 우리도 많이 사용한다. 무슨 뜻일까? “나와바리”는 한자로 縄張り라고 쓴다. 승(縄, 나와)은 줄 혹은 밧줄이란 뜻이며 장(張, 하리)은 “(줄을) 당긴다, 친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나와바리”는 줄을 친다는 뜻이다. 내 구역, 내 땅이라고 줄을 치는 것을 바로 나와바리라 한다. 우리말로 하면 “나와바리=구역”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여관 나기사관(渚館)의 종업원 미나가 수상생활자라 하였는데, 이것은 또 어떤 사람일까? 우리가 동남아 지역에 여행을 가보면 배나 물 위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집을 지을 땅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일본에도 1960년대까지는 돈이 없어 배나 물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이들을 수상생활자들이라 하였다. 


그럼 우리나라는 이러한 사람들이 없었을까? 우리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물이 많은 강이 드물기 때문에 배 위에서 사는 사람들은 없었으나, 개천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1970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의 청계천 위에는 판잣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 외에 다른 도시에서도 아마 이런 경우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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