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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03. 2022

영화: 팔도 며느리

팔도강산 시리즈와 팔도 사나이 시리즈를 적당히 섞은 듯한 하이브리드 영화

1960년 후반에서 1970년 전반에 걸쳐 “팔도”라는 말이 들어가는  두 종류의 영화가 꽤 인기를 끌었다. 하나는 팔도강산 시리즈이다. 이 영화는 김희갑ㆍ황정순 부부가 전국 팔도강산에 시집가서 살고 있는 딸네 집들을 돌아다니며 우리나라의 발전상을 소개하는 정부 홍보영화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팔도 시리즈>로서 전국 각지에 있는 비슷한 류의 사람들이 서울로 올라와 의기투합하여 서울 출신의 주인공을 “형님”으로 모시고 공동의 적과 싸운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영화로는 <팔도 사나이>을 비롯하여 <팔도 가시나이>, <팔도 여군>, <팔도 기생> 등 많은 작품이 있다. 


영화 <팔도 며느리>는 1970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는 <팔도 시리즈>의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김희갑ㆍ황정순이 커플이 등장함으로써 <팔도강산>의 느낌도 강하게 풍기는 영화이다.  


홀아비인 인갑 노인(김희갑)은 아들 일곱을 장가 들여 칠 도의 며느리를 얻어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두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는데, 하나는 충청도 며느리를 얻어 팔도 며느리를 모두 채우고 싶은데, 이제 아들이 없어 그건 어렵다. 또 하나는 장남이 죽어서 첫째 며느리인 김지미가 과부로 지내는데, 그게 안쓰러워 새로운 짝을 지어주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인갑 노인은 예식장을 경영하고 있으며, 첫째 며느리 김지미가 예식장 경영을 돕고 있다. 인갑 노인은 주선태와 친한 친구로서 항상 장기들 두며 같이 어울린다. 주선태는 충청도 출신으로 그에게는 예쁘고 발랄한 딸이 있는데, 그녀는 영규란 청년과 연애를 하고 있다. 


인갑 노인에게는 숨겨진 여자가 있다. 젊은 시절 교사로 혼자서 지방근무를 하던 중 하숙집 딸과 눈이 맞아 아이가 생긴 것이다. 그렇지만 그 하숙집 딸(황정순)은 평생을 그늘에서 살아간다. 인갑 노인은 이 사실을 자식들에게도 숨기고 가끔 한 번씩 황정순을 만나러 간다. 그런데 알고 보니 친구 주선태의 딸의 연애 상대방인 영규가 바로 황정순의 아들이다. 

아들과 며느리들도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인갑 노인과 황정순의 결혼을 적극 추진한다. 그동안 아버지를 원망하던 영규도 마음을 열고 기꺼이 인갑 노인을 아버지로 받아들인다. 영규는 주선태의 딸과 결혼함으로써 팔도 며느리를 얻고자 했던 인갑 노인의 소원은 성취된다. 그리고 아들 며느리들의 축복 속에서 영규의 생모(황정순)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늘 마음에 걸렸던 첫째 며느리 김지미도 교수인 이순재와 결혼을 하기로 함으로써 인갑 노인의 모든 소원을 이루어진다. 


옛날 영화라 그런지 지금 보면 극적인 긴장감은 매우 낮다. 그런 만큼 아무 부담 없이 심심풀이로 보기에는 딱 좋은 영화이다. 1970년이라면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 옛날 같지 않은데, 막상 영화를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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