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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15. 2021

영화: 퍼시픽 림(Pacific Rim),

헐리우드의 화려한 기술로 탄생한 괴수영화의 총집결판

영화의 많은 장르 가운데 괴수(怪獸) 영화라면 일본을 꼽을 수 있다. 괴수 영화가 처음 태어난 곳은 역시 영화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었다. 킹콩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괴수영화가 탄생하였다. 그리고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 들과 각국의 고유한 괴수들을 창조해내어 괴수 영화를 제작하였다. 그렇지만 일본만큼 지속적으로 그리고 많은 수의 괴수영화를 제작한 나라는 아마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의 괴수라면 단연 <고질라>를 꼽을 수 있고, 고질라 시리즈에서는 고질라의 대항하는 수많은 괴수들을 만들어 내었다. 고질라뿐만 아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수많은 로봇 전사의 상대역으로 여러 가지 괴수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유명한 괴수라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사도>(使徒, 시도)가 떠오른다. 사도는 어디에서 생겨난 괴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세컨드 임팩트에 의해 붕괴된 동경을 끊임없이 공격해온다. 이에 대응하여 인간은 에반게리온 프로젝트에 착수하여, 거대한 범용 인간형 전투병기(戰鬪兵器)인 에반게리온(에바)을 제작하여 <사도>와 맞서 싸운다. 에바는 조종사와 기계 로봇이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영화 <퍼시픽 림>(Pacific Rim)은 2013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퍼시픽 림>을 감상하노라면 전반적인 느낌이 위에서 설명한 일본 애니메이션인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태평양 바다 심해에서 거대한 균열이 발생하여 거기서부터 정체를 알 수 었는 카이주(Kaiju)란 괴수가 계속하여 출현하여 인간들을 습격한다. 이에 대항하여 인류는 예거라는 거대 로봇을 만들어 이 카이주와 대결한다. 카이주가 무엇일까? <괴수>(怪獸)라는 한자를 일본식 발음으로 읽으면 카이주가 된다. 즉 카이주는 괴수란 뜻이다. <퍼시픽 림>에 등장하는 카이주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사도>와, 그리고 이를 방어하는 인간들의 로봇 병기 <예거>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에바>와 흡사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러면 결국 <퍼시픽 림>은 일본 괴수 영화를 모방한 그 아류작에 지나지 않는가? 실제로 영화의 아이디어나 또 영화로부터 받게 되는 느낌만을 갖고 말한다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조잡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일본의 괴수영화에 비해 첨단 영화기술을 총동원한 퍼시픽 림은 그 박진감이나 스케일 면에서 일본의 괴수영화와 비교할 작품이 아니다. 일본의 괴수영화의 경우 대부분 괴수 인형 속에 사람이 들어가 동작하는 것을 확대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화면은 육중한 괴수의 움직임이라 보기 어려운 어색한 장면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이에 비해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총동원한 <퍼시픽 림>의 경우 키가 100미터가 넘는 <카이주>와 <예거>의 움직임이 실제와 같은 박력을 보이고 있다.

태평양 심해로부터 카이주가 계속 나타나 인간들을 습격하자, 인류는 <예거>라는 초대형 로봇을 만들어 카이주와 싸운다. <예거>는 조종하는 인간과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예거를 조종한다. 여러 대의 <예거> 가운데 전투력이 뛰어난 <집시 데인저>는 주인공 롤리 베켓과 그의 형 얀시 베켓이 한 조가 되어 조종하고 있다. <집시 데인저>는 여러 마리의 <카이주>를 물리치지만 새로이 등장한 <나이프 헤드>라는 카이주에 당해 <집시 데인저>는 파괴되고, 형 얀시는 죽고 만다.


<집시 데인저>는 은퇴하게 되고 세월이 흘렀다. 카이주는 출몰 시기가 점점 단축되었고, 점점 더 크고 강력해졌다. 이에 대항하는 인류는 한계를 느끼고 각국의 지도자들은 예거로 카이주에 맞서는 것을 포기하고, 태평양에 생병의 벽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세워 카이주를 막고자 하였다. 이와 함께 예거 프로젝트도 포기하도록 압력이 가해진다. 그러나 최후의 방어막이라고 생각되었던 생명의 벽도 허무하게 무너지고, 인류는 다시 예거에 마지막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예거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다시 예거 프로젝트를 부활시켜 카이주와 싸우려고 한다. 은퇴하여 건설 노동자로 일하고 있던 주인공 롤리도 다시 <집시 데인저>의 조종사로 복귀한다. 그리고 그는 일본인 여성 <모리 마코>와 한 조가 되어 <집시 데인저>를 조종한다. 처음에는 조종에 서툰 마코의 실수로 카이주와의 싸움에 실패를 하지만,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다른 3대의 <예거>와 함께 카이주를 물리치고, 그들의 본거지까지 파괴한다.


이와 같이 영화 <퍼시픽 림>의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그렇지만 거대한 카이주와 예거가 벌이는 전투 장면은 정말 볼만하다. 일본 괴수영화에서 보는 전투 장면들과는 완전히 차원을 달리한다. 이때까지 많은 괴수영화를 보았지만, <퍼시픽 림>만큼 실감 나고 박진감 넘치는 영화는 처음이다. 역시 할리우드 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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