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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16. 2021

영화: 샤모(軍鷄, 군계)

격투기를 소재로 한 잔혹하고 극단적인 내용의 영화

일본 만화 가운데는 우리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비윤리적인 극단적인 내용의 만화가 많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 <샤모>(軍鷄, 군계)도 이러한 유형의 해당한다. <샤모>는 격투기를 소재로 한 만화인데, 그 설정이 너무나 처참하고 잔혹하며, 비윤리적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마 출판되지 못하였을 것이다. 


영화 <샤모>(軍鷄, 군계)는 이 만화를 원작으로 하여 2008년 홍콩에서 제작된 영화이다. 그런데 영화 제목을 한자로 “군계”(軍鷄)라 쓰고는 왜 “샤모”로 달았을까? 군계(軍鷄)란 싸움닭을 말한다. 싸움닭의 본고장은 태국이며, 태국을 옛날부터 “시암” 혹은 “샴”(siam)이라 불렀다. 이 “샴”을 일본식 발음으로 “샤모”라 한 것이다. 태국에서 싸움닭 경기가 성행하고 있으므로, 한자로 싸움닭이란 의미로 군계로 쓰고는 읽을 때는 태국을 뜻하는 “샤모”라고 읽는 것이다. 

태국의 싸움닭(샤모)

학교에서 우등생인 고교 1년생 나루시마 료는 어느 날 부모를 모두 칼로 찔러 죽이고 소년원에 들어온다. 여기서 만난 카라데(空手)의 달인 쿠로가와 겐지(黒川健児)의 가르침을 받아 “살아남기 위한 카라데”를 배우게 되며, 출소하여서는 격투계에 입문하여 무한의 배틀을 거쳐나간다.


여기서 잠깐 옆길로 빠지지만 주먹과 발을 사용하는 일본의 입식 타격 무술로서 카라데와 당수, 공수도 등이 있는데, 이들 무술은 각각 어떤 것들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모두 같은 것이다. 옛날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손과 발을 사용하는 타격 무술로서 <티>(手)라는 무술이 있었다. 이것이 20세기 초 일본 본토에 알려지면서 일본식 발음이 “테(手)”로 불리워졌다. 여기에 중국의 권법이 추가되었다. 이에 따라 무술 테(手)의 중국이라는 뜻의 당나라 “당(唐)”자가 추가되어, 테는 당수(唐手)로 호칭이 변하였다. 이 당수를 일본식 훈독(訓讀)으로 읽으면 “카라데”가 된다. 


일본어 “카라”라는 말은 외국이란 뜻으로, 우리나라를 표시하는 “한(韓)” 자도 “카라”로 발음된다. 한국(韓國)이라고 한자를 쓰고, 이것을 “칸코쿠”라 읽는 것이 보통이지만, “카라노 구니”라 읽을 수도 있다. 이 외국 혹은 중국을 뜻하는 “카라”(唐)이라는 말은 비다라는 뜻의 “공”(空) 자와 발음이 같다. 그래서 카라데를 맨손으로 하는 무술이라는 뜻으로 “당수”(唐手) 대신 “공수”(空手)로 쓰기도 한 것이다. 이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카라데란 말을 당수란 말보다는 공수로 표기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게 되었다. 

일본의 카라데

이야기가 너무 옆길로 빠졌다. 소년원에 입소한 나루시마 료는 같은 소년원생들에게 심한 괴로움을 당한다. 그렇지만 그는 카라데를 배워 그를 괴롭힌 원생들에게 철저히 복수한다. 


료에게는 중학생인 여동생 나쯔미(夏美)가 있다. 나쯔미는 졸지에 양친이 오빠에게 살해되어 혼자 남겨지게 된다. 사회에서는 양친을 살해한 범죄자의 동생이라 나쯔미를 백안시하며, 또 나쯔미 스스로도 양친의 죽음과 오빠의 천인공노할 범죄를 받아들일 수 없어 패닉 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먹고살기 위해 사창가로 굴러 떨어지며, 마침내 마약 중독자가 된다. 


출소한 료는 자신을 향한 사회에의 질시에 대한 저항과 나쯔미를 구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격투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리고는 무시무시한 격투가들과 이를 둘러싼 암흑가의 인물들과 싸워나간다. 료가 무모한 격투의 길에 들어서 끝없이 싸워나가는 것은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여동생 나쯔미를 구하기 위해서이다. 료가 사회에서 만나는 인간들은 어느 하나 정상적인 사람들은 없다. 모두 악랄하며,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는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들이다. 료는 이러한 인간들과 끝도 없이 싸워나간다. 

<샤모>(軍鷄)의 원작은 장편만화이다. 그래서 영화 <샤모>가 이 스토리를 모두 소화해 내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따라서 스토리 앞부분인 료의 소년원 생활을 주로 다루고 있다. 원작이 그런 만큼 영화의 내용도 상당히 잔인하고 처절하지만, 원작인 만화만큼은 심하지는 않다. 원작 만화는 그 내용의 잔인성과 비윤리성으로 선뜻 손이 가지 않지만, 역시 스토리는 재미있는 만큼 한번 손에 들면 놓기 싫을 정도의 흡인력이 있다. 


이에 비해 영화는 상당히 순화된 편이며, 내용도 그럭저럭 한 편이다. 특히 원작 만화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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