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가공선의 노동실태와 노동자의 자각을 다룬 프롤레타리아 영화의 걸작
일본은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이후 근대화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서자마자 조선침략을 시작으로 제국주의로의 움직임이 노골화되었다.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후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였고, 청일전쟁과 노일전쟁의 승리로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하게 되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서구 제국에 비해 크게 낙후되었다. 군비의 강화와 산업화를 가속시키기 위해서는 서구로부터 많은 물자를 수입하여야 하였으나, 아직 서구에 비해 낙후된 산업발전으로 인해 필요 물자의 수입을 위한 외화가 부족하였다. 외화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였으나, 수출경쟁력이 낮았기 때문에 외화부족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때 일본의 중요한 수출 품목이 게 통조림이었다. 오츠크 해에서 잡은 게를 통조림으로 가공하여 미국과 유럽 등에 수출하였는데, 이것이 큰 인기가 있어 일본의 외화 획득에 중요한 기반의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게 어로와 가공은 당시 일본의 국책 사업이 되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졌다. 게 어로작업은 게를 잡는 어선과 잡은 게를 바로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제조선으로 구성된다. 이 게 통조림을 제조하는 배가 바로 카니코센(蟹工船, 해공선)이다. 이러한 게 어로는 게 통조림을 제조하는 한 척의 카니코센이 여러 척의 게 어선을 거느리는 선단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카니코센은 주로 화물선을 개조하였다. 이들 배들은 게 어로를 하지 않을 시기에는 화물선으로 운항하다가 어로 철이 되면 카니코센으로 이용되었다. 카니코센은 여객선이나 화물선이 아니었기 때문에 해운업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공장도 아니었기 때문에 노동법도 적용되지 않았다. 즉, 카니코센에서의 노동에 대해서는 어떤 법에서도 그 규정이 없는 이른바 법의 사각에 놓인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노동조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급료는 정확히는 알려지지 않으나, 1920년대의 홋카이도의 하코다테 신문(函館新聞) 기사에 의하면 “월급은 최고 2원 80전, 최저 16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으며, 작업 중에 항의라도 하면 큰 소리로 위협을 하곤 하였다.”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증언에 따르면 “그 당시 골든 배트라는 고급 담배 한 갑이 7전이었는데, 카니코센을 타면 3개월에 350원을 받아 급료 면에서는 다른 일거리의 10배는 되었다.”라고 하기도 한다.
이렇듯 임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증언이 있지만, 그 노동조건이 가혹할 정도도 심하였다는 점에서는 모든 증언이 일치한다. 하루 작업시간이 15시간 이상 되어 수면시간을 조금밖에 주지 않았고, 좁은 어선에서 거의 감금에 가까운 형태로 몇 개월씩이나 지내게 되어 스트레스나 과로에 의해 정신이 이상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카니코센 형식의 조업은 1970년대 200해리 경제수역의 설정이 일반화됨에 따라 폐지되었다.
영화 <카니코센>(蟹工船, 해공선)은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고바야시 다키지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가니코센>은 그의 대표작으로서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어 국제적 평가도 매우 높다. 이 영화는 1953년에 제작되었는데, 2009년에 다시 제작되기도 하였다.
때는 1920년대 말, 카니코센의 작업 감독인 아자카와(浅川)는 노동자들을 인간 취급을 않으며 가혹하게 노동을 시킨다. 노동자들은 잔혹한 작업환경 속에서 학대, 과로로 괴로워하며, 차례차례 병으로 쓰러진다. 노동자들은 거의 노예 취급을 당하고 있다. 노동자들 가운데 몇몇은 힘든 노동과 학대에 견디지 못해 정신이 이상하게 되며 그로 인해 자살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노동자들은 이러한 부당한 대우에 괴로워할 뿐 자기네들이 억울하게 박해받고 있다는 의식조차 없다.
참다못해 주인공을 비롯한 두 명의 노동자가 탈출을 기도한다. 그들은 밤중에 구명선을 훔쳐 바다로 탈출한다. 그러나 곧 폭풍우를 만나 조난을 당하며, 죽을 위기에서 다른 큰 어선으로부터 구조를 받는다. 그 어선은 러시아 소속의 어선이었다. 러시아 어선들은 낮에 작업을 끝낸 후 밤에는 즐겁게 춤을 추면서 여가를 즐기고 있다. 그들이 먹는 음식은 탈출 노동자들이 보기에는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일본 노동자들은 처음에는 이 배가 호화 여객선인 줄 알았는데, 중국인 통역자로부터 이 배 역시 러시아의 어선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중국인 통역자로부터 “프롤레타리아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로서 그들은 노동자로서의 자각을 하게 된다.
다시 카니코센으로 복귀한 이들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잔혹한 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어선에서 노동자로서 자각을 하게 된 복귀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을 규합하여 단체행동에 나선다. 그러나 이 일은 게 어로단의 호위 역할을 하는 해군 함정에 알려지고, 해군은 카니코센으로 진입한다. 노동자들은 해군은 국민의 군대이기 때문에 그들의 억울한 사정을 살필 거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해군은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을 진압하며, 주동자를 처벌한다. 해군이 물러난 후 노동자들은 지난번의 집단행동은 주동자가 있었기 때문에 주동자가 처벌됨으로써 진압되었다고 판단하고, 이번에는 주동자가 없이 전원이 행동에 돌입한다고 결의하고, 다시 집단행동에 돌입하여 악덕 감독을 비롯한, 관리자를 처단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