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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04. 2021

중국 여행 E4 서호(西湖)에서

(2019.11.6) 항주 역과 서호, 그리고 소동파

아침이 되어 일어나기 싫었지만, 어제 마신 술 탓에 갈증이 심해 일어났다. 과음을 해서 속이 편치 않다. 어제 술값을 계산한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어떻게 호텔까지 왔는지는 도무지 기억나진 않는다. 아마 택시로 왔겠지. 술로 필름이 끊겨보기는 몇십 년 만에 처음인 것 같다.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어젯밤 그 정신에 여행기 반일치를 썼다. 그것도 멀쩡하게. 쓴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데...


식당으로 갔다. 유부를 넣은 콩국이 그래도 속을 달래는데 좋다. 콩 국물과 과일을 많이 먹으니 속이 좀 진정된다. 나이도 있는데 좀 자제해야지... 스스로 반성해본다. 사실 요즘 술을 좀 자제했는데, 막상 발동이 걸리니 브레이크가 제대로 안 듣는다.


오늘은 항저우(杭州)로 이동하는 날. 고속철도역으로 갔다. 역으로 들어가는데 짐 검사와 검표, 개찰구에서 다시 검표를 한다. 어제 예매를 할 때도 여권이 필요했다. 기차나 시외버스를 타는데도 신분증이 필요하고, 숙박을 할 때도 신분증이 필요한 나라다. 기차는 물론 지하철이나 시외버스를 탈 때까지도 짐 건사를 한다. 아직 중국이란 나라는...


역이 무척 크다. 대합실 천정이 매우 높고 넓이도 서울역보다 훨씬 넓어 보인다. 유선형의 고속철 열차는 매우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다. 열차 안으로 들어가서는 조금 실망. 좌석이 우리나라 무궁화호 열차처럼 한 줄에 2석, 3석으로 배치되어 좁고  답답한 느낌이 든다. 또 좌석 시트도 후줄근한 싸구려처럼 보인다.

중국 고속철도와 거대한 항주 역

한 시간 정도 걸려 항저우 역에 도착. 한산한 시골 도시라 생각했는데, 엄청 큰 도시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인구가 880만 명이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하철도 10호선까지 있다. 항저우 역에 내렸다. 역사(驛舍)를 보고 깜짝 놀랐다. 중국인들은 역시 스케일이 크다. 이렇게 큰 건물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건물 가운데 단일 건물로는 압도적으로 제일 큰 건물이다. 


남북으로 폭이 150미터 정도, 동서로 길이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500미터는 확실히 넘어 보인다. 축구장 한 20개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천장도 무지 높다. 일단 예약한 호텔로 와 짐을 풀었다. 항저우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말로만 듣던 서호(西湖)를 보기 위하여.


호텔에서 서호까지는 2킬로 남짓, 택시를 타고 서호로 갔다. 서호를 보고 한편으로는 감탄,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 실망했다. 우선 감탄한 것은 호수 주위의 경치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잘 가꾼 숲, 물과 나무와 환상적으로 어울리는 다리, 정자 등 인공 구조물. 조금 실망한 점은 상상했던 것보단 호수가 작았다는 점이다. 하도 서호를 예찬하는 글이 많아 마치 바다와 같이 수평선이 보이는 큰 호수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보니 넓긴 하지만 호수 이쪽에서 저쪽 끝이 보일 정도의 크기다. 이곳저곳 구경을 하면서 4시간 정도 걸으니, 호수 둘레를 2/3 정도는 돌은 것 같다.


어두워져 호수 주위의 건물들과 호수 가운데의 배들이 불빛을 밝히니 서호는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다. 출렁이는 물결, 호수를 비추는 불빛, 그리고 하늘에 걸린 반달은 서호를 환상의 호수로 만든다. 

서호 풍경

항저우(杭州)라면 서호(西湖), 서호라면 소동파(蘇東坡), 소동파라면 동파육, 동파육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백주(白酒). 동파육 안주로 백주 한잔 없다면 서호 여행은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다. 서호 관광기념품점 사이에 있는 꽤 큰 음식점을 찾았다. 동파육을 비롯한 요리 두어 가지에 고량주 작은 넘 한 병을 시켰다. 실망이다. 맛은 없는데 짜기만 하고, 값만 비싸다. 중국에 와서 가장 맛없는 식당이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택시라고 생각하고 탔는데, 잘못 타 또 바가지를 썼다. 금전적으론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중국에 와서 제일 불편한 점은 인터넷 사용이다. 아직 통제사회이다 보니 여러모로 제약이 많다. <구글>은 번역기를 제외하곤 모두 안 되고, <페이스북>도 제대로 안 된다. 카톡은 되다 안 되다 하는데, 받는 건 괜찮지만 보내는 건 안 될 때가 많다. <네이버>는 되지만 <다음>은 안 된다. 그러니 우선 지도를 사용할 수가 없다. 그리고 지메일로 미리 보냈던 자료들도 열 수가 없다. 중국의 가장 큰 포털인 <바이두>(百度)를 이용하고자 해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접근할 수가 없어 앱을 깔 수가 없다. 카톡 대신에 중국 채팅 앱인 위 채트를 깔아놓았으나 사용에 자꾸 트러블이 생긴다. 불편하지만 도리 없이 참을 수밖에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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