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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29. 2021

<삼프로 TV> 대선후보 토론 관전평

이재명, 윤석렬의 인터비 비교

요즘 세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삼프로 TV>의 "대선 후보에게 묻는다"를 시청하였다. 두 후보 각각 90분씩이라 3시간을 투자하여 모두 들었다. 후보가 내놓은 정책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어차피 정책이야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인터뷰를 보고 다음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재명)


1. 인터뷰에 응하는 자세가 상당히 여유있었다. 편안한 모습과 자세로 자신의 생각을 여유있는 태도로 조리있게 잘 설명하였다고 생각된다. 이재명의 최대 강점은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간략히 쉽게 설명하는 능력이다.(쉬운 것을 어렵게 설명하던 안희정과는 정반대다.) 이번에도 그 능력이 돋보였다. 이재명의 얼굴이 가까이 클로즈업된 얼굴을 처음 보았는데, 턱 부근에 살이 좀 많다. 얼굴에 좀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2. <삼프로 TV>가 증권 전문 매체라 그런지 증권시장에 대한 질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재명은 그의 말대로 증권투자로 꽤 많은 돈을 벌기도 하고, 잃기도 하였으므로 증권시장에 대한 지식이 상당했다. 많은 돈을 투자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증권관련 책을 읽고, 경제신문도 빠짐없이 읽은 덕분이라 생각된다.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공식화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내놓았다. 내 생각과는 다른 점이 있지만, 본인의 생각은 일관되게 정리되어 있는 것 같다. 


3. 부동산 정책과 관련하여서는 그의 일관된 주장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세부 정책 간의 약간의 모순도 보이기도 하는데, 그가 주장하는 "실용적"에 바탕을 둔 정책이라는 기준을 적용한다면 넘어갈 수 있는 문제로 생각된다.

4. 앞으로 경제정책과 관련하여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이 방송을 보기전 이재명이 "정부가 앞장 서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경제를 개편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상당히 시대착오적인 주장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방송을 보니 인프라와 R&D에 대한 정부의 투자와 역할을 강조한 것이었다. 언론이 잘못된 보도를  한 것이다. 다만 어떤 인프라를 말하는지 좀 궁금하였다.


한가지 흥미있는 이야기는 배달앱의 독과점에 대한 대응으로서, 경기도에서 자체 배달앱을 개발하여 경쟁을 도입하였다는 경험담이었다. 이 정책은 그 적절성에 대한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흥미로운 테마이다. 경제학자들이 한번 다루어 볼만한 주제이다.



(윤석열)


1. 첫 인상이 얼굴이 깨끗하다고 느꼈다. TV에서 보던 얼굴과 상당히 다르다. 최근 얼굴에 상당히 신경 쓴 것 같다. 예상 외로 인터뷰를 하는 자세에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국힘당 토론회에서는 지나치게 긴장해 상당히 불안하고 초조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 때와 비교한다면 많이 안정된 느낌이다. 요즘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그의 말은 비문 투성이었는데, 예상 외로 무리없이 차분히 대답한다. 이 정도면 침대축구 안해도 될 정도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2. 윤석열은 증권시장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는 듯 했다. 그가 내세운 정책이라 해봤자 최근 과외를 통해 급히 주입된 단편적인 지식인 것 같다. 그러나 이건 그를 탓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재명은 자신의 큰 돈이 걸려 있었기에 열심히 증권시장을 공부했고, 윤석열은 증권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권시장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증권시장의 아주 세부적인 정책까지 일일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신 그는 증권시장의 이슈를 불공정거래로 옮겼다. 여기에 그는 검사로서의 수사 경험을 생생하게 이야기해 줌으로서 프레임을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수사가 아니라 제도이다. 제도개선에 대한 그의 답은 없었다.

3. 부동산 문제로 주제가 바뀌면서 지금까지 여유를 갖고 인터뷰에 응해 오던 자세가 조금씩 망가지기 시작한다. 현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력한 말로 규탄하면서도 정작 그 문제가 무엇인지는 제대로 지적을 못한다. 말도 빨라지고 톤도 높아지며 조금씩 흥분도가 높아진다. 거기에 비례하여 지금까지 잘 자제되어 오던 비문도 많아진다. 부동산대책으로 일관되게 공급확대를 주장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질문에는 그냥 넘어가 버린다. 그는 아마 지금까지 부동산 문제에 그다지 신경써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오늘 그의 주장은 근래 단기간에 주입된 내용일 것이다. 충분히 소화되지 못한 주장을 너무 강한 톤으로 내세우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4. 경제정책으로 주제가 넘어오면서 윤석열은 완전히 망가진다. 구글 정부가 되어야 하며,  정부가 디지털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등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 거침없이 나온다. 데이터, AI, 디지털, 플랫폼 등 요즘 유행하는 말들이 아무런 맥락도 없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온통 비문이어서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 신문에 보도된 문장을 다시 읽어 보았다. 역시 무슨 말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윤석열 그 자신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까? 그냥 주워 들은 단어를 생각나는대로 늘어놓는 것 같다. 자기가 잘 모르는 내용은 원칙론만 간단히 말하는 것이 좋다.


시장경제를 강조하며 규제완화를 강력히 주장한다. 그런데 사업조정적 규제는 어떻게 해야하나 묻자, 그건 동네상권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무슨 규제를 완화하려는지... 독과점과 담합에 대한 규제강화를 주장하고, 미국의 사례를 들면서 우리나라의 재도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사실관계를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5. 윤석열 인터뷰의 전체적인 느낌은 지식은 얕은데, 주장(신념?)은 지나치게 강하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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