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8) 내장산과 도솔산 선운사
한 달쯤 전에 11월 18일-20일의 이틀간 <낙안민속자연휴양림>을 예약해 두었다. <낙안민속 자연휴양림>은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 근처에 있는 자연휴양림으로 비교적 최근에 오픈한 자연휴양림이라 한다. 처음 이곳을 택할 때 어느 곳에 있는 자연휴양림으로 할까 망설이다가, 11월 중순이라는 날짜를 생각하면, 순천은 남쪽이라 그래도 단풍이 남아있을 것 같아 그리고 정하였다. 그리고 내려가는 길에 내장산을 들리면 단풍도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오전 10시쯤 세종시 집을 출발하였다. 요 며칠 날씨가 좋았는데, 오늘따라 하늘이 잔뜩 흐려있다. 일기예보를 보니 비까지 온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미 자연휴양림은 예약된 것, 날씨가 흐리든, 비가 오든 출발은 하고 볼 일이다. 세종시에서 순천까지 바로 가면 2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내장산을 거치면 차 시간만 한 시간 정도 더 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내장산을 향해 차를 달리다 보니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행선지는 내장산의 내장사(內藏寺)이다. 몇 년 전에 내장산에 와서 절을 찾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내장산이 아니었는데, 어디였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운전을 하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때는 백양사였다. 백양사는 넓은 터에 아주 넓게 자리 잡고 있고, 들어가는 길도 아주 넓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장산이 가까워지자 단풍나무 가로수 길로 들어선다. 단풍나무 가로수 길이 몇 킬로에 걸쳐 이어져 있는데, 아쉽게도 모두 낙엽이 져버리고, 앙상한 가지들만 있다. 지난주쯤에 한번 와봤어야 하는데, 약간 후회되는 마음도 생긴다. 단풍나무 가지가 길을 덮고 있어, 단풍이 한창일 때 왔으면 정말 장관일 텐데 아쉽다.
내장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장사를 향해 걸어 올라간다. 백양사에 비해서는 길이 좁은 편이다. 일주문을 지나니 좁은 가로수 길이 나온다. 여기도 모두 낙엽이 져버려 앙상한 가지만 있는 단풍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물 가운데 조그만 물레방아가 있는 연못이 나온다. 연못이 내장사 돌담과 잘 어울린다.
절로 들어가니 넓은 마당은 하얀 작은 돌조각으로 덮여 있다. 백양사에 비해서는 훨씬 규모가 작으나, 아담한 절이다. 절 주위에는 남은 몇 잎이 달린 나무들이 서있다. 세종시의 집 근처에는 나뭇잎들이 이만큼은 떨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 비록 이 쪽이 남쪽이긴 하지만 산 속이라 날씨가 차서 잎이 일찍 떨어진 것 같다. 집사람이 불공을 들이는 사이에 범종각을 비롯한 절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내년에는 꽃이 피는 봄과 가을 단풍을 구경하러 철을 맞추어 다시 찾도록 하여야겠다.
이곳 내장산 쪽으로 오는 길에 선운사 가는 길이라는 도로안내판이 많이 붙어 있었다. 멀지 않다면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선운사도 한번 찾아보아야겠다. 지도로 검색을 해보니 내장산에서 선운사까지 30킬로가 채 못된 것 같다. 그래,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거기까지 가 보자. 선운사로 향하였다.
선운사하면 생각나는 것이 복분자술과 골프장이다. 선운산 복분자술은 여러 번 마셔보았는데, 맛이 꽤 괜찮았다. 선운사 골프장은 한 번도 가보진 못했지만, 가격이 싼 골프장으로 하도 광고에 자주 나와 익숙해졌다. 고창은 전라도에서도 오지라는 느낌이 들어 선운사는 아주 심심산골에 있는 절이라는 선입관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평평한 넓은 터에 아주 널찍히 자리 잡고 있다. 선운사로 올라가는 길도 아주 널찍하다. 이곳도 단풍은 거의 다 진 것 같으나, 그래도 조금씩 붉은 잎을 남기고 있는 나무들이 이곳저곳 듬성듬성 보인다. 선운사로 올라가는 큰길 옆에는 넓은 계곡물이 흐른다. 도중에 계절을 착각한 개나리꽃이 몇 개 피어 있다. 이곳 선운사도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라 하는데, 시기를 놓쳐 아쉽다.
선운사는 아주 넓은 터에 자리 잡고 있다. 절 마당도 넓으며, 건물들도 아주 넓은 터에 넉넉하게 자리 잡고 있다. 내장산에 비해서는 훨씬 규모가 큰 절이다. 선운사는 도솔산(兜率山)에 위치하고 있다. 도솔은 보살이 머물고 천인(天人)들이 즐기는 하늘이다. 그러니까 도솔천 아래는 중생이 사는 사바세계, 도솔천(兜率天)은 하늘의 세계이니 이곳 도솔산은 천인과 중생을 구분하는 경계가 되는 산인가?
비가 점점 심해진다. 절 곳곳에는 잎이 모두 지고 가지만 남긴 백일홍 나무가 여기저기 서있다. 역시 나무 모양은 매화와 백일홍이 최고이다. 비가 자꾸 심해지면 운전하는데 부담이 생긴다. 집사람이 불공을 드리고 나오는 데로 빨리 최종 목적지인 낙안읍성 휴양림으로 향하기로 했다.
오늘 저녁은 휴양림에서 삼겹살로 하기로 하였다. 삼겹살을 사려고 하는데 좀처럼 가게가 보이지 않는다. 순천시 경계에 들어 조그만 마을을 지나는데, 마침 농협 하나로마트가 보여 삼겹살과 맥주 1병, 소주 1병을 샀다. 비는 폭우로 변하고 있다. 마치 여름날 소나기가 내리듯 세차게 차문을 때린다. 윈도 브러시를 가동했지만, 비가 하도 심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저녁 6시 반쯤 되어 그럭저럭 휴양림에 도착하였다. 벌써 날은 깜깜하다. 키를 받아 들고 <숲 속의 집>으로 올라갔다. 휴양림에 가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잠깐 휴양림의 숙소에 대해 설명을 하면, 숙소에는 <숲 속의 집>과 <연립동>, 그리고 <휴양동>의 3가지가 있다. <숲 속의 집>은 숲 이곳저곳에 한 가족이 숙박할 수 있도록 독립적으로 떨어져 있는 숙소이다. <연립동>은 <숲 속의 집>과 비슷한데, 집이 두 개 단위로 하나씩 묶여져 있는 숙소이다. 그리고 <휴양동>은 일반 리조트나 펜션같이 큰 건물에 여러 개의 방이 배치된 숙소이다. 이러고 보니 휴양림의 숙소로는 단연 <숲 속의 집>이 가장 인기가 있다. 그런 만큼 숲 속의 집은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 국립 자연휴양림에는 위와 같은 세 가지 타입의 숙소를 모두 구비하고 있는데, 이곳 낙안읍성 자연휴양림은 <숲 속의 집>만 3동이 있는 것 같다. 이곳 숲 속의 집은 모두 2층으로, 1층은 거실과 주방, 2층은 침실로 되어 있다.
비가 오니 날씨가 춥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먼저 난방을 켠다. 자연휴양림의 <숲 속의 집>은 모두 난방시설이 잘 되어있다. 난방만 켜면 나무로 된 온돌방이 지글지글 끓는다. 삼겹살에 소주 한 병을 비우니 잠이 쏟아진다. 비몽사몽 졸다가 2층 침실에 올라가자마자 요와 이불도 깔지 않고 그대로 잠에 곯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