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Jan 07. 2022

벤자민 프랭클린이 생각나는 날

백신 패스 저항 사태를 보고

벤자민 프랭클린은 18세기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이다. 그가 발명한 피뢰침은 지금도 벼락의 위험에서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다. 그는 식민지 미국의 대표의 한 사람으로서 영국 의회에서도 활약하였다. 


당시 영국은 신대륙에서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이겨 프랑스와 식민지 재배분 협상에 들어갔다. 전쟁의 승전국인 영국에게 당연히 우선 선택권이 있었다. 영국은 두 지역 가운데 한곳을 먼저 선택할 수가 있었다.  하나는 캐나다이며, 다른 하나는 서인도제도에 있는 과들루프라는 섬이었다. 아시다시피 캐나다는 면적이 한반도의 50배가 넘는 거대한 땅덩이이며, 과들루프는 한반도의 1/100도 되지 않는 작은 섬이다.


캐나다를 가질래, 아니면 과들르푸를 가질래? 묻은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당시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에세 있어 캐나다는 쓸모없는 추운 불모의 땅이었고, 과들루프는 온갖 산물의 풍성하게 수확되는 풍요의 땅이었다. 영국인들의 압도적 다수가 과들루프를 원했다. 그러나 프랭클린은 달랐다. 그는 캐나다를 가져야 한다고 설득하였다. 


그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통계를 활용하였다. 인구통계, 산업구조 변화와 관련된 통계 등을 이용하여 장기적으로는 영국의 이익을 위해  과들루프보다는 캐나다를 선택하여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결국 영국은 캐나다를 가졌다. 이것이 반드시 프랭클린의 힘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선택에 프랭클린의 주장이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우두를 발명한 제너와 미국의 정치가 벤자민 프랭클린

이렇게 정치가로서의 프랭클린은 통계를 이용하여 국가의 이익을 분석하고 또 자신의 생각을 설득시키기 위하여 통계를 활용하였다. 실로 그는 증거기반정책수립(evidence based policy establishment)의 선구자라 할 것이다. 그런 그였지만 가족 일에 대해서는 통계를 무시하고, 그 결과 아들을 잃는 불행을 겪었다.


당시로서는 가장 무서운 병이 천연두였다. 당시 천연두의 사망률은 거의 40%에 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치료가 된다고 하더라도 심각한 부작용을 남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너가 천연두 백신, 즉 종두접을 발견하여 천연두 예방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보통 알기로는 종두법에 의해 천연두가 일거에 극복된 것으로 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제너가 발견한 종두법은 상당히 불안정하였다. 백신개발 초기단계였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시기 천연두 백신을 맞고 부작용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거의 2%정도에 가까웠다고 한다. 즉 100명이 백신을 맞으면 그 때문에 2명이 죽는다는 것이다. 사람들로서는 백신을 맞고 2%의 죽을 확률과 천연두에 걸려 40%의 죽을 확률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것이었다. 이렇게 백신의 위험이 크지만, 그래도 둘을 비교한다면 백신을 맞는 쪽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통계가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프랭클린은 이 통계를 믿지 않았고 아들에게 백신접종을 거부하였다. 그 결과 그의 아들 하나가 천연두에 감염되어 사망하였다.


정부가 백신 패스를 강화한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에게도 이를 적용하여 백산 패스가 없이는 학원에도 갈 수 없도록 한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이에 대한 저항이 거센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백신 패스를 반대하는 고등학생의  청와대 청원이 30만명의 서명을 얻었으며, 어떻게 한 조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백신 패스에 반대하는 학부모의 비율이 90%가 넘는다고 한다.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서이다. 그러나 과거 천연두 백신의 부작용 사망률은 2%나 되었지만, 이번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률은 그 천분의 일, 만분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잘 몰라 판단이 어려운 경우는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전염병 예방은 과학의 영역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비전문가의 어설픈 선입관에 근거하여 판단할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방역전문가들은 현단계에서는 백산 패스 정책이 불가피하며  최선이라 한다. 우리는 그 말을 믿어야 한다. 백신을 맞지 않는 것은 개인의 권리이자 선택이라 쳐도, 그 선택이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트리는 사태는 막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문을 보면 마치 백신 패스 반대를 부추기는 듯한 기사도 적지 않아 보인다. 200여년 전의 벤자민 프랭클린의 잘못된 선택을 생각나게 하는 요즘이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고쿠센 더 무비(ごくせん THE MOVI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