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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21. 2022

정부의 강제적 토지수용, 어떻게 볼 것인가?

강제수용권은 공권력의 과도 행사인가, 공공을 위해 필요한 제도인가?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여 토지의 수용이 쉬운 편이다. 정부가 공공사업을 벌이거나 주택단지를 개발할 때 토지를 쉽게 강제수용할 수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토지 소유자에게 충분한 보상이 주어져 다행이지만, 옛날 개발연대에는 그야말로 몇푼 돈에 집과 모든 생활터전을 잃고 쫓겨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댐 건설로 인한 수몰지구 거주민들은 졸지에 난민이 되곤하였다. 물론 이것이 사후적으로는 그분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온지는 아무도 모른다.


집과 전답과 고향을 잃고 실의에 빠져 생을 보낸 사람도 있을테고, 반대로 고향을 잃은 대신 도시로 흘러들어와 큰 돈을 번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각자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선진국 도시 가운데 우리나라만큼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 곳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토지수용이 쉽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웬만한 나라에서는 토지 수용의 어려움으로 대단위 아파트 건설은 거의 불가능하다.


토지 수용과 관련하여서는 일본이 좋은 비교대상이 된다. 일본은 민간은 물론 정부에 의해서도 토지의 강제수용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토지수용 문제는 공공사업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된다. 일본의 관문인 나리타 공항조차도 토지수용의 어려움으로 계획에 큰 차질을 가져왔으며, 결국은 당초의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당초 5개의 활주로를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출발하였지만, 결국은 2개를 건설하는데 그쳤다. 일본정부는 이제 더이상의 나리타 공항 확장의 꿈을 완전히 포기하였다.

어느 일본 교수로부터 들은 말이다. 1994년에 있었던 한신대지진으로 코베 시 중심가가 크게 파괴되었다 한다. 고베시 당국은 이를 복잡한 도심을 재개발할 좋은 기회로 생각했으나, 지주들 간의 이해충돌로 결국은 지진 이전의 조밀한 상태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럼 수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높은 토지보상비를 제시하면 되지 않을까? 이것도 불가능하다. 토지 보상에 있어서 일본정부의 기본원칙은 먼저 수용을 허락한 사람에 비해 나중에 응하는 사람에게 절대로 더 높은 보상가를 자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제수용권이 없는 데다가 보상비에도 일관된 원칙이 적용되므로 토지수용이 쉬울리가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그 지역 출신의 신망있는 인사들에게 부탁하여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말이 그렇지 그게 잘 될 리는 없다. 특히 요즘같은 세상에.... 그랬기 때문에 과거 일본의 개발연대에는 민간에 의한 개발사업에 있어서 토지수용을 둘러싸고 야쿠자, 즉 조폭들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토지의 강제수용이 쉬운 한국형 모델과 강제수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본형 모델 가운데 어느쪽이 바람직한가? 해답은 없을 것이다. 개인의 선택, 개인의 자유라는 점에서는 일본형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지만 공공의 이익, 장기적 계획이라는 점에서는 한국형이 효율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편리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이루어진 도시와 작고 좁지만 개성있는 단독 주택으로 이루어진 도시, 어느쪽을 선택해야 할 지도 판단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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