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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26. 2022

영화:블라인드

시력을 잃은 전직 여경과 사이코패스의 숨 막히는 대결

가끔 외국영화 가운데는 시각장애자를 주인공으로 한 액션물이 발견된다. 서양뿐만 아니라 옛날 중국 무협 영화나 일본 사무라이 영화에도 맹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몇 편 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시력을 잃은 사람이 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된다.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적과 싸우는가? 싸움에서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치명적 약점이다. 그런데 이들 영화를 보면, 시각을 잃은 대신 청각이나 후각 등 다른 감각기능이 일반 사람들에 비해 몇 배나 예민해져, 이를 이용하여 적들과의 싸움에서 이긴다는 것이 대개 공통적인 스토리인 것 같다. 


영화 <블라인드>는 시력을 잃은 전직 여자 경찰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스릴러 물로서 2011년에 개봉되었다.   여자 경찰 수아(김하늘)는 자신의 뜻과는 달리 친구들과 음악에 빠져있는 동생이 영 못마땅하다. 수아는 친구들과 음악을 즐기고 있는 동생을 강제로 데리고 나오다 교통사고를 만나 동생은 사망하고, 자신은 시력을 잃게 된다. 수아는 시각 장애로 경찰도 사직하고, 맹도견 슬기의 도움을 받으며 새로운 삶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연속적인 여대생 실종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사이코패스인 의사이다. 우연히 범인이 운전하는 차를 탄 수아는 그 차가 운행 중 교통사고를 내고 뺑소니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경찰은 범인을 쫒으며, 수아는 경찰을 도운다. 이때 또 다른 사고 목격자인 음식 배달기사 기섭((유승호)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경찰이나 수아가 기섭을 믿지 않았지만, 기섭의 목격 증언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고는 기섭을 믿는다. 

사이코패스인 범인은 수아가 자신의 범행의 증인이라는 것을 알고 수아를 해치려고 한다. 이때부터 수아와 사이코패스 사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시각을 잃은 수아로서는 범인의 추격을 피하기 어렵다. 범인에게 쫓기는 도중에 평생의 반려자인 맹도견 슬기는 수아의 목숨을 구하려다 범인의 칼에 찔려 죽는다. 


이러한 가운데 경찰의 수사로 범인의 정체는 어느 정도 특정된다.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 수아와 함께 수사를 해오던 강력계 형사 조희봉은 오히려 범인의 칼에 찔려 죽는다. 한편 수아와 기섭은 수아가 자랐던 보육원을 찾았다. 마침 보육원의 원아들과 원장은 밖의 다른 행사에 참석하러 모두 보육원을 떠나고 보육원에는 수아와 기섭만이 남게 된다. 범인은 이 보육원으로 찾아와 수아와 기섭을 살해하려 한다. 


보육원 안에서 수아와 기섭 그리고 범인 간의 숨 막히는 싸움이 전개된다. 싸움의 능력에 있어서는 수아와 기섭은 범인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러나 시각을 잃은 대신 다른 감각기능이 예민한 수아와 그리고 수아를 지키기 위해 온 몸을 내던진 기섭의 필사적인 대응으로 범인을 제압하고, 이 순간 경찰이 들이닥친다. 


사이코패스와 싸우는 영화들은 대개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런 류의 영화들은 대개 극의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주인공과 사이코패스 간의 숨 막히는 대결이 벌어진다. 이때 주인공들은 몇 번의 위기를 거친 후 사이코패스를 공격하여 쓰러트린다. 이때 대개 사이코패스들은 기절해버린다. 그러면 주인공들은 사이코패스를 제압하고 아끼는 사람을 구했다는 기쁨에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눈다. 그 순간 사이코패스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주인공들에게 재차 공격을 해온다. 그러면 주인공들은 다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되고, 심지어는 몇 명을 더 희생시킨 뒤에 마지막으로 겨우 사이코패스를 제압하는 것이 뻔한 스토리의 전개이다. 

영화 <블라인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들을 살해하려는 사이코패스 범인을 뒤에서 공격하여 겨우 범인을 기절시킨다. 그런 후 범인을 정말 제압해 둘 생각은 하지 않고, 서로 이제 살았다는 기쁨에 수아와 기섭은 서로 부둥켜안고 주저리주저리 온갖 사연을 다 주고받는다. 그 사이에 범인은 다시 정신을 차려 수아와 기섭에게 공격해오고, 수아와 기섭은 범인에게 거의 죽음에 이를 정도로 몰리지만, 겨우 다시 범인을 제압한다. 


물론 영화니까 흥미를 높이기 위해 그랬다고는 하지만 정말 한심하다. 기쁨을 나누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먼저 범인부터 기절을 시켜 묶어 놓던지 하여 정말 제압한 이후에 기쁨을 나누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렇다고 이런 말을 들을 사람도 없고. 앞으로 나올 동서양의 수많은 스릴러 물 영화도 이런 뻔한 이야기를 예외 없이 도입할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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