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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29. 2022

영화: 상의원

임금의 옷을 짓게 된 자유분방한 조선의 의상 디자이너

옛날 조선시대 대궐에는 왕과 왕비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기거를 하다 보니 일상생활에 필요한 수많은 생활용품을 필요로 하고, 그래서 이를 공급할 자체 조직을 대궐 내에 두고 있다.  대궐에서 기거하는 사람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여야 하며, 또 입을 옷도 공급하여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므로 청소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이며, 건물을 수리할 일도 수시로 발생하였을 것이다. 이런 것을 모두 대궐밖에 의존할 수는 없을 것이며, 그래서 대궐 안에는 이러한 일들을 담당할 조직을 두었던 것이다.


상의원(尙衣院)은 조선시대 임금의 의복과 궁내의 일용품, 보물 따위의 관리를 맡아보던 부서였다. 상의원이 주로 하는 일은 왕실의 옷을 짓는 일이었다. 영화 <상의원>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상의원을 주제로 만든 영화로서, 2014년에 개봉되었다. 상의원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지금으로 말하자면 의상 디자이너이다. 주제가 의상 디자이너인 만큼 이 영화의 영상미, 특히 색체감은 빼어나다. 


상의원에서 30년 동안 왕실의 옷을 지어온 어침장 조돌석(한석규)은 이제 6개월만 채우면 양반이 된다. 어느 날 왕의 옷을 손보던 왕비와 궁녀들은 실수로 왕의 옷을 불태우게 된다. 왕비는 조돌석에게 다음날까지 왕의 옷을 만들어 달라고 하지만, 조돌석은 그 시간 안에는 불가능하다고 거절한다. 이에 왕비는 사람을 써서 궁 밖에서 옷을 잘 짓는 것으로 소문난 이공진(고수)을 찾아 하루 만에 왕의 옷을 만들도록 부탁한다. 궁궐에 들어온 공진은 하루 만에 왕의 옷을 지어 올린다. 

왕은 공진이 지은 옷을 입고 대단히 흡족해한다. 이전에 입었던 아주 격식에 따른 옷과는 달리 공진이 지은 옷은 몸에도 딱 맞고, 품새도 나기 때문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공진은 상의원으로 들어와 옷을 짓는 일을 하게 된다. 공진의 옷 스타일은 파격적이었다. 전통과 규격에 얽매였던 기존의 궁중의 옷과는 달리, 공진의 옷은 한껏 멋을 부리고 매력적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공진의 옷을 입은 궁녀가 임금의 성은을 입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궁녀들은 공진이 만든 옷을 입기 위해 줄을 서게 된다. 


왕비는 왕에게 내쳐져 있다. 왕은 자신의 내력과 왕비와 결혼하기까지의 얽힌 여러 사정으로 왕비를 멀리 해왔다. 왕에게 버림받은 아름다운 왕비를 보고 공진은 연모의 마음을 품게 된다. 그리고 왕비를 위해 옷을 지어 올리기 시작한다. 청나라 사신이 오자 사신을 접대하는 큰 행사가 열린다. 이 자리에 왕비는 공진이 지어 올린 기품과 위엄이 넘치는 옷을 입고 등장하여 좌중을 압도한다. 이에 감동한 왕은 그날 저녁 왕비의 처소를 찾는다. 그러나 이때 공진은 대궐을 떠나려 하며 마지막으로 왕비의 처소에서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왕은 왕비와 공진의 관계를 의심하여 격노하여 돌아간다. 


공진의 옷은 궁궐 안팎으로 대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사대부들은 공진이 만든 옷은 상스럽고 천한 것이며 풍기를 문란시키며, 공진은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라고 공격한다. 마침내 공진은 궁궐에서 스스로 만든 옷을 모두 거둬들이며 불태운다. 그리고 공진은 세상을 어지럽힌 죄로 참수형을 당한다.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공진이 왕비를 만난 장면부터 뭔가 위태위태한 상황이 계속된다. 공진이 왕비를 향한 연모가 뭔가 불길한 예감을 가져오며, 또 공진이 왕비의 옷을 지으면서 치수를 재기 위해 왕비의 몸에 손을 대는 등의 행동을 할 때는 그 위험이 극이 다다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왕비와 이별하는 과정에서 왕비와 단 둘이 있는 장면을 왕에게 들킴으로써 결국은 왕비와 공진은 파국을 맞게 된다. 

영화를 보고 공진과 왕비의 처지가 매우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영화이니까 그렇게 설정되었을 것이고,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그렇지만 영화 속에서의 공진과 왕비는 조금도 억울할 것이 없다. 자업자득이다. 그 당시 그렇게 엄격한 사회에서 둘은 당연히 의심을 살만한 일을 한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진 것이다. 공진은 왕비를 연모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당연히 왕비를 멀리해야 하였으며, 아무리 옷 짓는 것이 중요하더라도 왕비의 몸에 손을 대어서는 안 되었으며, 마지막 떠나는 자리에서도 왕비와 독대하여서는 안되었던 것이다. 


재미로 감상하는 영화를 두고 너무 정색을 하고 따지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다 영화를 조금도 극적으로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만든 설정에 대해서 정색을 하고 잘잘못을 논하는 것도 이상하다. 필자도 뭐 그 잘잘못을 심각하게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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