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Jan 28. 2022

영화: 카게무샤(影武者)

죽은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의 대역이 된 사형수 이야기

영화 카게무샤(影武者)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 명감독 쿠로자와 아키라(黒澤明)가 만든 시대극이다. “카게무샤”란 어떤 사람의 대역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가 영화를 보면 중요한 인사가 있을 경우 그 사람을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그 사람과 아주 비슷한 사람을 대역으로 내세워 적을 혼란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때 그 대역으로 등장하는 사람을 “카게무샤”, 즉 그림자 무사라 부른다.


영화 <카게무샤>는 일본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유력 무장인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이 죽자 그의 역할을 대신한 사형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다케다 신겐이 어떤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자. 다케다 신겐은 전국시대의 무장으로서 카이(甲斐) 지방을 그 영지로 하였다. 그의 세력권은 지금의 일본 중부지역으로서 나가노현, 기후현, 아이치현 일대였다. 그는 전국시대의 유력 다이묘(大名)로서 그의 고쿠다카(石高)는 약 120만 석으로 전국시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유력 무장이었다. 고쿠다카란 그 지역에 수확되는 곡식 수확량으로서, 현대식으로 말하면 국내총생산(GDP)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는 강력한 군대를 거느렸는데, 특히 그의 철기 기마대는 전국시대 최강의 군대로 평가되고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다케다 신겐과 맞섰다가 대패한 후 혼자서 말위에서 똥을 싸며 도망쳤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그때 똥 싼 바지를 두고두고 걸어두고, 그런 참패를 두 번 다시 겪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였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역사는 흔히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는데,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막부를 수립한 후, 막부 측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권력을 다투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낮게 평가한 반면, 신겐에 대해서는 “이에야스 공을 괴롭혀 인간적으로 성장시킨 무신(武神)"으로서 높이 평가하였다. 즉 신겐을 신격화함으로써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신격화한 것이다. 에도 막부에서는 에도 막부를 세운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신군(神君)이라 불렀다.


영화 <카게무샤>는 1980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16세기 중반 천하의 용장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은 천하 제패의 야망을 품고 당시 일본의 수도인 쿄(京, 지금의 교토)로 향한다. 그는 도중에 있는 히가시미카와(東三河)를 떨어트리기 위해 총공격을 행한다. 그러나 성내에서 날아온 총알에 맞아 죽는다. 그는 죽으면서 자신의 뒤를 이을 장남이 성장하기까지 3년 동안은 일체의 군사행동을 하지 말고 영지를 단단히 지키라는 유언을 남긴다. (그러나 실제 다케다 신겐은 전투 중에서가 아니라 병으로 죽었다. 이야기를 좀 더 극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영화에서는 전사한 것으로 한 것 같다.)


신겐의 동생 다케다 노부카도(武田信廉)와 신겐의 중신들은 내부에도 알리지 않고 비밀에 부친다. 노부카도는 이전에 신겐과 쌍둥이처럼 닮은 죄인을 사형 직전에 구해 집안에 데리고 있었다. 노부카도는 그를 신겐의 카게무샤(影武者)로 내세운다. 신겐의 카게무샤가 된 죄수는 처음에는 여러 말썽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과거에 신겐으로부터 입은 은혜와 그리고 자신의 나라가 처한 상황을 알게 되어 진심으로 카게무샤로서의 역할을 다하려 한다.


그는 여러 번 측실 등 신겐의 가족들에게 가짜 신겐이라는 것을 들킬 뻔 하지만 위태로우면서도 겨우 위기를 모면하곤 한다. 한편 신겐의 생존을 의심한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와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는 양동작전을 전개하기 시작한다. 이에 대하여 신겐의 서자인 스와 카츠요리(諏訪勝頼)는 독단으로 출진하여 다케다 가는 불협화음에 휩싸인다. 게다가 카츠요리는 자신이 신겐의 측실의 자식이어서 가독을 잇지 못하고, 신겐의 후계자가 될 자신의 아들의 후견인으로 되어 있으며, 또 연극이긴 하지만 천한 카게무샤에게 고개를 숙여햐 하는 등 이런저런 불만을 갖고 있다.

어느 날 카게무샤는 신겐의 애마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게 된다. 다케다 신겐은 어깨에 과거 카와나카시마(川中島) 전투에서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에게 입은 부상 흔적이 있다. 카게무샤에게 그 부상이 없는 것을 본 신겐의 측실은 그가 가짜 신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다케다 신겐의 죽음이 그의 집안과 군대에 알려지자 중신들은 할 수 없이 카츠요리를 다케다가의 총령(総領)으로 내세운다. 총령이 된 가츠요리는 빨리 전공을 세우고 싶어 안달한다. 전공에 목마른 카츠요리는 중신들의 제지를 떨치고 나가시노(長篠) 전투에서 오다ㆍ도쿠가와의 연합군을 상대한다.


그는 다케다군의 천하무적 기마대를 이끌고 적진으로 돌격한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기로 있는 것은 오다ㆍ도쿠가와군의 조총부대. 오다가 처음 고안하였다는 조총 삼단 사격에 다케다의 기마군은 맥없이 쓰러진다. 다케다 군의 시체가 쌓이는 중에 카게무샤였던 사내는 창을 주워 들고 혼자서 적진으로 돌진한다. 싸움이 끝나고 사내는 치명상을 입었지만, 겹겹이 시체가 쌓인 전장을 배회하면서 목을 적시려 강물에 다다른다. 그리고 그는 물속에 가라앉은 풍림화산(風林火山)의 군기(軍旗)를 보고 그것을 건지러 달려가다가 죽고 만다.


이 영화를 보면 좀 억울한 생각이 들 사람이 있다. 바로 다케다 군의 총대장인 다케다 카츠요리(武田勝頼, 諏訪勝頼(스와 카츠요리) 라고도 한다) 일 것이다. 그는 다케다 신겐의 뒤를 이어 다케다 가의 영주가 되었지만, 아무래도 무장으로서의 기량에는 신겐에 미치지 못하였다. 영화에서는 그가 전공에 안달하여 무리하게 싸움을 벌인 것으로 묘사되었지만, 실은 그는 오다ㆍ도쿠가와군의 공격에 어쩔 수 없이 대항하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미 이때는 신겐의 시절에 비해 전쟁의 방식이 바뀌었다. 조총을 이용한 전술이 개발되어 기마대가 과거만큼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조총을 이용한 대표적인 전술이 오다 노부나가가 고안하였던 삼단 공격(三段構え)인데, 이는 조총부대를 세 줄로 세워 맨 앞줄이 사격을 하고 뒤로 가서 사격준비를 하는 사이에 두 번째 줄이 사격을 하고 다시 후방으로 이동하며, 다시 세 번째 줄이 사격을 하는 방식이다. 조총은 한번 사격을 하고 다음 사격까지 준비에 1분 정도고 걸린다고 하는데, 이렇게 삼단 공격을 하면 20초 정도의 간격을 둔 연속 사격이 가능하다. 삼단 공격은 오나 노부나가가 고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실은 그 이전에 지방의 어느 군소 영주가 처음 고안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실전에 도입하여 그 위력을 발휘하게 한 것이 오다 노부나 가이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폴리스 아카데미(Police Academ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