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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23. 2022

영화: 인의의 무덤(仁義の墓場)

야쿠자들로부터도 경원시된 포악 무도한 야쿠자의 일생

지금은 큰 힘을 잃었지만, 1980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에서 야쿠자의 위세는 대단하였다. 이들은 유흥가를 거점으로 하여 큰 세력을 떨쳤으며, 또 이권을 둘러싸고 야쿠자 조직 간에 격렬한 싸움도 벌어지곤 하였다. 이렇게 야쿠자들이 성행했던 만큼 일본에서는 야쿠자를 소재로 한 영화가 적지 않다. 일본의 야쿠자에 대해서는 아래의 영화 감상평에도 잠깐 소개한 바 있는데,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2093742352 


야쿠자란 조직을 형성하여 폭력을 사용하여 직업으로서 범죄활동에 종사하여 수입을 얻는 자들을 말한다. 이들 야쿠자 조직의 특징은 조직 내에서 “오야붕(親分)과 꼬붕(子分)”의 관계를 갖고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오야붕”이란 부모에 해당하는 사람, “꼬붕”이란 자식에 해당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즉 야쿠자 조직을 하나의 가족으로 보고 두목을 부모, 그리고 그 아래 부하들을 자식이란 관계로 설정된 것이다. 또 꼬붕보다 더 아래에 있는 조무래기들을 “친삐라”, 즉 양아치로 부른다. 


그런데 조직폭력배들을 왜 “야쿠자”라 부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유력한 것이 8(야), 9(쿠), 3(자)에서 나왔다는 설(說)이다. 일본에서는 화투를 이용한 도박으로서 <오이쵸카부>라는 도박이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가보치기>와 같은 것인데, 3장의 화투를 이용한 끗발을 겨루는 도박이다. 이 도박에서 가장 낮은 숫자는 말할 것도 없이 0끗이다. 8, 9, 3의 화투패를 잡으면 0끗이 된다. 그래서 이 8, 9, 3, 즉 “야쿠자”는 “패자, 실망자, 실추자” 등이 반사회적인 의식을 가지고 사회 밑바닥에서 나쁜 짓을 하는 자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대대적인 폭력단 소탕 작업으로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본에서는 수많은 야쿠자 조직이 건재해있다. 그래서 공안위원회는 특별히 감시대상이 되는 폭력단체를 <지정 폭력단>으로 지정해두고 있으며, 또 범죄행각이 더욱 흉폭한 야쿠자 조직에 대해서는 <특별지정 폭력단>으로 지정해두고 있다. 지정 폭력단으로 지정되면 그에 속한 조직원들은 다른 폭력단에 비해 더욱 엄격한 처벌을 받게 된다. 2019년 시점에서 지정 폭력단으로 지정된 야쿠자 조직원수는 13,800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지정 폭력단 가운데서도 규모가 큰 5대 지정 폭련단으로는 야마구치 구미(山口組), 스미요시 카이(住吉會), 코베야마구치 구미(神戶山口組), 이나카와 카이(稲川會), 코토 카이(工藤會)이다. 


일본 영화 <인의(人義)의 무덤>은 1975년에 제작된 영화로서 전후(戰後)의 혼란기를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인데, 그 소설도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인의”(人義)란 야쿠자 세계의 예절 혹은 규율 등을 일컫는 말이다. 이영화는 인의(人義), 조직, 오야붕/꼬붕 관계, 야쿠자 세계의 규율 등에 노골적으로 적대의식을 보인 실재의 야쿠야 이시카와 리키오(石川力夫)의 파괴적이고 처참한 일생을 그렸다. 이 영화는 역대 일본의 100대 영화로도 선정되었는데, 야쿠자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패전 직후 동경의 신주쿠는 일본의 야쿠자 조직과 중국계의 야쿠자 조직 간의 싸움이 극에 달래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이시카와는 동료 야쿠자들과 함께 중국 야쿠자 조직인 산동회(山東会)를 급습하여 테러를 가한다. 그러나 경찰은 중국 야쿠자 조직은 계속 가두어두면서, 이시키와 등 일본 야쿠자들은 풀어준다. 이런 가운데 야쿠자들 간의 싸움은 연일 계속되고, 이시카와는 유흥업에 종사하고 있는 치에코(地恵子)를 강간하고, 정부로 삼는다. 

이시카와의 지나친 흉폭함에 질린 야쿠자 조직에서도 그를 경원시한다. 그러나 이시카와는 파괴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적군, 아군 가릴 것 없이 야쿠자 사업에 끼어들어 분탕질을 한다. 이리하여 야쿠자 조직 모두가 이시카와를 제거하기로 마음먹는다. 이시카와의 정부 치에코는 이시카와를 살리기 위하여 일부러 경찰에 통보하여 이시카와는 수감된다. 징역살이 후 출소한 이시카와에 대해 조직에서는 당분간 오사카에서 은인자중하고 있으라는 명을 내린다. 오사카로 간 이시카와는 마약에 절어 폐인에 가깝게 된다. 


오사카에 잠시 있던 이시카와는 참지 못하고, 조직의 명을 어기고 다시 동경으로 돌아온다. 이시카와는 돌아오자마자 자신을 오사카로 쫓아낸 조직의 간부에게 칼부림을 하고, 야쿠자들이 운영하는 도박판을 습격하여 판돈을 빼앗은 등 흉폭함이 도를 더해간다. 마침내 동경의 여러 조직들이 이시카와를 제거하기로 한다. 그나마 이시카와를 제어하던 정부 치에코도 병으로 죽는다. 이시카와도 곧 자기의 죽음을 예견하고 미리 묘비석을 만들어 놓는다. 그 묘비석에는 “인의”(人義, 진기)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 며칠 후 그는 야쿠자들에 의해 죽고, 그가 죽은 후 미리 만들어둔 묘비가 그의 무덤에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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