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Feb 01. 2022

영화: 장례식(お葬式)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장례식에서의 작은 소동

우리가 살아가면서 불가피하게 맞이하게 되는 장례식은 가장 엄숙한 의식이다. 사랑하는 부모 형제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자리인 만큼 슬프고 비통하기 그지없으며, 또 사람의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엄숙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장례식에는 여러 가지 작은 소동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게 되는 의식들은 대부분 예측된 것들이다. 예를 들면 결혼식이라든가 환갑, 생일 등은 그것이 언제일지 미리 알고 있으며 그것을 위해 미리 모든 준비를 해둔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 당일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획대로 순탄하게 의식을 치를 수 있다. 그러나 장례식은 다르다. 사람의 죽음은 언제일지 예측할 수 없으며, 또 예측할 수 없는 의식이기에 막상 자신이 치루어야 할 장례식에서는 어떻게 하여야 할지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장례식에도 여러 절차와 예절이 있는데, 이를 평소에 익힐 기회가 없기 때문에 장례식이 닥치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장례식 풍습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특히 장례식을 중하게 여겨 굴건제복(屈巾祭服)을 하고 곡을 하며, 며칠에 걸쳐 장사를 지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그렇게 번거로운 의식을 치를 수도 없고, 또 장소도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병원 영안실에서 간략히 장례를 치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점에서는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의 경우는 대체로 마을회관 같은 곳에서 장례를 많이 치른다. 그리고 장례 풍습도 우리와 비슷하여 문상객들이 밤샘을 하며 시끌벅적하게 고인을 회상한다.   


일본 영화 <장례식>(お葬式)은 1984년에 개봉되었다. 인기 배우였던 이타미 주조(伊丹十三)의 감독 데뷔작으로서 흥행에도 대성공이었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의 엄숙한 의식이었던 장례식에 대해 엄숙함보다는 처음으로 장례식을 맞아 우왕좌왕하는 가족들과 주위의 사람들의 행동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그 때문에 <장례식>이라는 어두운 제목과는 달리 영화 내내 웃음이 넘치고 있다. 영화 제목부터가 그다지 재수 있어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흥행에 별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개봉되자 대히트를 쳐 일본 아카데미상을 비롯한 각종 영화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어느 날 배우 이노우에 와비스케(井上侘助, 이타미 주조 분)와 그의 처이여배우인 아마미야 치즈코(雨宮千鶴子)가 광고 촬영을 하고 있는 자리에 돌연 치즈코의 아버지 신기치(真吉), 즉 와비스케의 장인이 사망했다는 연락이 온다. 장모는 장례식을 이즈 반도에 있는 와비스케의 별장에서 치르고 싶다고 하자, 와비스케는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승낙한다.


와비스케와 그의 처 치즈코는 처음 경험하는 장례식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부부와 아이들을 데리고 장례식장인 그의 별장에 가자, 처가의 식구들 그리고 친척들, 동네 사람들, 사망한 신키치의 친구들이 문상을 오기 시작하자, 와비스케 부부는 당황하면서도 문상객들을 접대한다. 장례식에서 벌어지는 모습들은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다. 입 달린 사람들은 모두 장례식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참견하고, 또 한 순간 경건해지다가 또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기도 한다.


저녁에는 와비스케의 매니저가 찾아오는데, 이때 와비스케의 정부(情婦)인 요시코(良子)도 따라온다. 문상을 마친 후 와비스케의 정부인 요시코는 혼자서 동경에 돌아가기 싫다며, 와비스케에게 함께 동경에 돌아가자고 때를 쓴다. 그녀를 겨우 돌려보낸 와비스케에게는 또 처가 친적들이 기다리고 있다. 여자들은 문상객들에게 내놓을 음식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면서도 웃고, 떠들며 문상객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또 일을 한다고 허둥지둥 뛰어다니기도 한다.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작은 소동들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3일간의 장례식은 끝이 난다. 영구차로 시신을 무덤으로 보낸 후 부부는 한숨을 돌린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토털 리콜(Total Recall)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