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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Feb 16. 2022

드라마: 아오이 도쿠가와 3대>(葵 徳川三代)

도쿠가와 가 3대에 걸친 에도 막부(江戸幕府) 권력기반 구축 과정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1603년 에도 막부(江戸幕府)를 설치하고 스스로 쇼군(將軍) 자리에 오르면서 도쿠가와 가문은 일본의 권력을 잡았다. 도쿠가와 가는 이후 1867년 15대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徳川慶喜)가 그 권력을 천황에 반환하기까지 약 250년 동안 절대권력으로서 일본을 통치하였다. 에도 막부를 창건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도쿠가와 가문의 권력의 기반을 닦기 위해 철저한 제도를 마련하였으며, 이후 그는 막부에서 신군(神君)으로 추앙받는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의 가문의 권력을 반석에 올려놓기 위하여 가장 고심하였던 것이 첫째는 반란을 막는 일이며, 둘째는 가문 내에서의 권력다툼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공식적으로는 각종 법도를 만들고, 또 집안 내부적으로는 쇼군 직의 승계에 관한 엄격한 규칙을 만들어놓았다. 


NHK 대하드라마인 <아오이 도쿠가와 삼대>(葵 徳川三代)는 20세기 마지막 대하드라마로서 2000년 1월에서 12월에 걸쳐 방영되었다. 아오이(葵)란 접시꽃 류의 식물을 말하는데, 도쿠가와 가의 문장(紋章)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에도 막부의 창설자이자 제1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리고 제2대 쇼군인 도쿠가와 히데타다(德川秀忠), 제3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츠(徳川家光)에 걸친 막부의 성립과 그 기반의 공고화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드라마의 초기에는 무장들 간의 싸움을 그린 전국(戰國) 드라마적 성격을 갖고 있으나, 후반에 갈수록 권력 다툼을 그리는 정치 드라마적인 성격을 갖는다.  

이 드라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사망한 다음날 아침부터 시작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망으로 권력의 공백이 생긴 상태에서 도요토미 가의 권력을 지키려는 측과 권력을 빼앗으려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측의 대립이 날이 갈수록 격화된다. 마침내 1600년 이시다 미쯔나리(石田三成)가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도요토미 측의 서군(西軍)과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지휘하는 동군(東軍)이 세키가하라(関ヶ原)에서 일대 회전을 벌이게 된다. 이 전투에 참가한 병력은 양 군 합해서 15만 명 이상이 되는데, 한나절의 전투 끝에 서군이 대패하고 만다. 


NHK 대하드라마는 거의 태반이 전국시대를 그 무대로 하고 있다. 전국시대를 무대로 한 영화에서는 세키가하라 전투가 빠질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의 전투는 제작비가 크게 소요되어서인지 대부분의 드라마에서는 전투 신이 없이 처리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이번의 <아오이 도쿠가와 삼대>에서는 세키가하라 전투의 진행상황과 전투의 모습을 상당히 상세하게 그리고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일본의 다른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들이다. 이 전투에 참가한 각 무장들의 입장, 그리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전황에 따른 각 무장들의 자세, 그리고 대의명분의 기치 아래서 전투에 참가하였으나, 각자의 이해를 쫓아가는 무장들의 선택과 배신 등이 실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야심가이면서 카리스마 넘치며 또 음모에도 다른 누구에게 지지 않는 권력의 화신으로 등장한다. 이에 비해 2대 쇼군이 된 도쿠가와 히데타다는 무섭고 거침없는 아버지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쩔쩔매면서 또 기가 드센 처 오고우(お江)에 눌려 지내는 공처가로 등장한다. 그리고 3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츠는 야심 있고 음흉하며, 정서적으로 불안한 잔인한 성격의 인물로 그려진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말할 것도 없이 제목 그대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도쿠가와 히데타다,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미츠의 3인이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에서 이들 3인 이상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이 히데타다의 처 오고우(お江)이다.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조카이기도 한 그녀는 남편인 이에타다를 깔고 앉아 휘두를 뿐만 아니라 시아버지인 그 카리스마 넘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도 조금도 지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은 거리낌 없이 다 한다. 오고우에 대해서는 이후 NHK 대하드라마 <오고우~아가씨들의 전국>(お江~姫たちの戦国)라는 드라마에서 그녀의 일생을 그린 바 있다.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2134803634


이 드라마에서 오고우의 언니로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측실이자 도요토미 히데요리의 생모인 오챠챠(お茶々, 요도도노(淀殿)라고도 한다)도 비중 있게 등장한다. 이 드라마가 거의 40년에 걸친 오랜 세월을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어, 오고우의 경우 20대 초반에서 60대에 걸친 나이로 등장한다. 그런데 주된 시대는 오고우나 오챠챠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후반에 걸친 시기이다. 그런데 이때 오고우의 역을 맡았던 이와시타 시마(岩下志麻)는 60세, 오챠챠 역을 맡았던 오가와 마유미(小川眞由美)는 당시 63세였다. 이런 할머니들이 20대 여성 역을 맡으니 어색한 점도 적지 않았다. 특히 오챠챠가 다른 남자와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상대역은 기분이 별로였을 걸로 생각된다.  


이 드라마에서 또 재미있는 부분이 드라마의 내레이터 역을 맡은 도쿠가와 미츠구니(徳川光圀)이다. 그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손자로서 도쿠가와 쇼군가의 다른 줄기인 히다치미도 번(常陸水戸藩)의 제2대 번주이다. 그는 특히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 문화사업을 크게 일으켰으며, 또 역사서인 <대일본사>를 편찬하기도 하였다. 또 은퇴 후에는 여러 지방을 여행하며 많은 여행기를 남겨 미도 코몬(水戸黄門)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를 소재로 한 수많은 가부키극, 소설, 드라마, 영화가 만들어졌다. 미츠구니는 두 명의 시종과 함께 이 드라마의 내레이터로 등장하여 마치 역사책을 읽어 주듯이 연도별로 일어난 사건을 잘 정리해주고 있다. 

나레이터로 등장하는 도쿠가와 미츠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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