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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Feb 15. 2022

영화: 소비버 탈출(Escape From Sobibor

홀로코스트가 자행된 소비버 유대인 수용소의 대탈주극

그동안 홀로코스트(Holocaust)를 소재로 많은 영화가 제작되었다. 나는 홀로코스트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홀로코스트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고, 그러다 보니 이 천인공노할 학살극은 결국은 비극으로 막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보지 않으려는 것이다.   


영화 <소비버 탈출>(Escape From Sobibor)은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이면서도 좀 독특하다. 대부분의 홀로코스트 영화가 주인공들이 결국은 나치의 손에 희생되고 마는 슬픈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소비버 탈출>은 수용소에 수용된 유대인들과 소련 병사들이 힘을 합해 포로들을 학대하는 악질적인 독일 관리자들을 처치하고, 수용된 유대인과 소련군 병사 전원이 성공적으로 탈출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 <소비버 탈출>은 실화에 바탕을 두고 만든 영화로서, 1987년 영국에서 제작되었다. 동부 폴란드에 외곽에 위치한 소비버의 유대인 수용소에 유럽 전역에서 체포된 유대인들을 실은 기차가 속속 도착한다. 독일군들은 독일군들은 재봉사, 구두 수선공 등 기술을 가지고 있어 자기네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만을 골라내고 나머지는 모두 가스실로 보내 대량 학살을 해버린다.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 잡혀온 유대인들은 가족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독일군에게 선택된 자기들만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가스실에서 학살당해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도 언제라도 가스실에서 학살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몇 유대인들은 탈출을 모의한다. 그러나 수용소에 수용된 대부분의 유대인들이 평범한 시민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수용소를 관리할 군인들을 제압할 능력이 전혀 없다. 이렇게 막연히 탈출계획을 모색하던 중에 소련군 포로들이 수용소로 들어오게 된다. 


탈출계획을 모의하던 유대인들은 그 계획을 소련군 장교에게 알려주고, 함께 탈출하자고 설득한다. 소련군 병사들도 이에 동의하여 함께 탈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몇 명이 탈출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소비버 수용소에는 현재 약 1,000명의 사람들이 갇혀있다. 만약 일부가 탈출한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그 보복으로 모두 살해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탈출계획의 리더 격인 소련군 장교는 탈출을 하려면 수용소의 전원이 함께 탈출하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수용된 1,000명의 수용자가 감시병들 몰래 모두 탈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일하게 가능한 방법은 모든 수용자가 수용소 정문을 통해 걸어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시병들을 모두 처치하여야 한다. 소련군 병사와 유대인들은 독일 감시병들을 한 명씩 격리하여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수용소의 감시는 독일군들이 관리하되, 폴란드 병사들도 독일 병사와 함께 감시병으로 배치되어 있다. 마침내 탈출을 결행하는 날, 계획대로 그들은 독일 감시병 간부들부터 한 명씩 유인하여 몰래 살해한다. 그리고 소수의 감시병들을 뚫고 수용소 정문을 열고 일제히 탈출한다. 


이때 감시탑에서 경계근무를 하고 있던 독일 병사와 폴란드군은 탈출하는 수용자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한다. 그 와중에서 900명이 넘는 탈출자 중 300명 정도가 기관총 사격의 희생자가 된다. 그리고 나머지 600명 정도는 무사히 탈출하여 생명을 건진다. 

수용소에서 수용자들에게 악랄한 짓을 하던 독일 감시병들 중 일부는 탈출계획 당일 유대인들의 유인에 의해 살해된다. 그들이 살해당할 때는 정말 통쾌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수용소장을 비롯한 여전히 많은 감시병들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았다. 그들 중 일부는 전쟁이 끝난 후 전범재판에서 단죄를 받았고, 또 일부는 체포를 피해 세계 여러 곳으로 도피를 했으나, 전쟁 후 30년 이상에 걸친 끝없는 추적에 결국은 체포되어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폴란드 병사들의 행위였다. 감시탑 위에서 감시를 하고 있던 폴란드 병사들은 수용소 정문을 통과하여 벌판을 달려 나가는 탈주자의 등 뒤로 기관총 일제사격을 가한다. 그로 인해 300명 이상의 수용자가 사망하였다. 수용자들은 이미 정문을 빠져나가 탈출 중이고 그들이 기관총을 쏜다 한들 그들의 탈출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왜 그들은 자기네들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수용자들의 등을 향해 총을 쏘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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