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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Feb 21. 2022

드라마: 로마(Rome)

로마사(史)를 살짝 비틀어 재미를 더한 드라마

나는 로마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로마는 서양문명의 출발점이다. 로마가 공화정이 이루어졌던 시기는 기원 전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고구려, 신라, 백제가 생기기도 전의 일이다. 그런 옛날에 어떻게 그런 고도의 문명이, 그리고 고도의 사상이 탄생하였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로마시대 원로원에서 열변을 토하였던 칸토나 키게로의 연설은 현대 철학 혹은 정치이념에 비추어보아서도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드라마 <로마>(Rome)미국과 영국, 그리고 이탈리아가 합작하여 제작한 것으로, 시즌 1, 2로 이루어진 드라마인데, 시즌 1은 2005년, 시즌 2는 2007년에 방영되었으며, 시즌 1은 10회, 시즌 2는 12회로 이루어져 있다. 이 드라마는 로마 공화정 말기부터 제정 시대 직전까지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으로는 로마군 백부장 출신인 루시어스 보리너스와 그의 부하 타이터스 풀로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실존인물이기는 하지만 드라마 스토리는 거의 픽션이라 할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보리너스와 풀로는 역사적 사건의 고비고비에 등장하여 그들에 의해 역사에 약간의 비틀림이 생기는 것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이 드라마는 폭력성과 선정성이 매우 강하다. 보리너스는 뛰어난 검술로, 그리고 풀로는 강력한 체력과 완력으로 상대를 잔인하게 제압한다. 그리고 이들 주인공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에서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잔인하게 죽고 죽이는 장면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매회 아주 농도 짙은 정사 장면이 등장한다. 2012년 무렵 내가 약간의 사고를 당하여 병원에서 1주일 간 입원하고 있었는데, 그때 이 드라마를 다운로드 받아 입원실의 TV를 통해 드라마를 시청하였다. 당시 몸을 다쳐 거동이 불편한 상태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간호원들이 수시로 들락거려 몇 번인가 난처한 경우가 있었다.

이 드라마는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두 주인공의 활약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로마의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보리너스와 풀로라는 두 주인공은 주인공이면서 또 역사 드라마의 나레이터라는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이런 점에서는 어떻게 보면 카이사르와 옥타비아누스, 안토니우스 등이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드라마 <로마> 시즌1은 갈리아 전쟁의 평정으로부터 시작하여 갈리아에서 돌아온 카이사르가 로마의 정권을 장악하고 또 암살 당하는데 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시즌 2는 카이사르의 암살에서부터 아우구스투스의 원수정의 수립까지를 다루고 있다.


카이사르의 마지막 갈리아 전쟁에서 보레우스와 풀로는 대활약을 하여 큰 공을 세운다. 갈리아를 평정한 카이사르는 군을 이끌고 로마로 회군하여 로마의 정권을 장악한다. 이후 삼두정치, 내전 등의 고비고비에 보리너스와 풀로가 등장하여 그들로 인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로마사를 조금씩 비틀어 보인다. 브루투스 일파에 의한 카이사르의 암살에 있어서도 보레우스와 풀로 두 주인공은 그 낌새를 미리 알아채고 대책을 강구하지만 역사에 의해 그런 일들은 없던 일로 되어버린다는 식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시즌 1은 시저가 암살당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보레누스와 풀로는 갈리아 전투에서 옥타비아누스(후에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구해 준 적이 있다. 이로 인해 두 주인공은 옥타비아누스와 알게 되고, 또 그를 위해 일을 한다. 카이사르의 죽음 후 제2차 삼두정치가 나타나고 또 이들 간에 내전이 일어난다. 안토니우스는 내전 끝에 이집트로 피해 가며, 거기서 클레오파트라와 협력하여 다시 옥타비아누스를 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잘 아시다시피 안토니우스는 악티움 해전에서 대패한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도 마침내 자살하고 만다.

클레오파트라는 시저의 아들을 낳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아들에 대해서는 정말 시저의 아들인지 역사학자들 간에도 이견이 많다고 한다. 이 드라마에서 클레오파트라는 거의 색정광(色情狂)처럼 묘사된다. 그리고 그녀의 아들에 대해서도 클레오파트라가 풀로를 유혹하여 생긴 아들인 것처럼 묘사된다.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가 죽고, 로마로 귀환한 옥타비아누스가 황제로 즉위할 준비를 하며, 주인공인 보레누스와 풀로는 어지럽고 잔인한 정치 싸움판을 떠나 소탈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이 드라마는 잔인한 장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 그리고 막장 요소적인 이야기가 수시로 등장한다. 물론 드라마라는 픽션에서 재미를 위해 꾸며낸 이야기도 많겠지만, 실제 역사로 기록된 장면도 많다. 로마라는 뛰어난 문명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러나 사회는 모든 부분이 균형 있기 발전할 수는 없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아무리 로마가 정치이념적으로 그 당시로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하였다고는 하였지만, 권력에의 접근 방식, 인권의식, 개인과 정파의 행동양식 등에서는 현대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즉, 고도의 문명과 야만이 공존하였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드라마 <로마> 이후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서 <스파르타쿠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그렇지만 나는 <스파르타쿠스>보다는 <로마>가 훨씬 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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