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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Feb 22. 2022

영화: 이조괴담(李朝怪談),

검은 고양이란 요물이 등장하는 옛 공포영화

요즘도 아이들 사이에 이런저런 괴담이 떠도는지 모르겠다.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귀신이나 요물(妖物)이 등장하는 괴담이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많이 떠돌아다녔다. 괴담 중에 주로 많은 것이 처녀귀신 이야기, 공동묘지 이야기, 여우 이야기, 검은 고양이 이야기 등등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무서웠던 이야기가 “검은 고양이” 이야기였다. 1970년대 <검은 고양이 네로>란 노래가 대유행을 해 검은 고양이에 대한 인상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하튼 옛날 검은 고양이는 여우와 함께 요물의 상징이었다. 


검은 고양이가 왜 대표적인 요물이 되었을까? 아마 검은 고양이의 복수를 그린 에드가 알란 포우의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하튼 검은 고양이는 우리나라 공포영화의 중요한 소재 가운데 하나였다. 영화 <이조괴담>은 검은 고양이의 복수를 주제로 한 공포영화인데, 1970년에 개봉되었다. 그때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검은 고양이에 관한 민담을 영화화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영화는 신상옥 감독이 제작하였는데, 신 감독은 이전에도 <백사부인>(白蛇夫人), <사녀>(蛇女), <천년호>(千年狐) 등 몇 편의 공포영화를 제작한 적이 있었다. 


때는 연산군의 방탕과 학정이 극에 달할 무렵이다. 연산군 무관 윤필우의 처 야화가 여진족 출신으로 미모가 출중하다는 소문을 듣는다. 윤필우의 친구이자 근위별감인 김충원이 연산군이 야화를 빼앗으려 한다는 것을 알려주자, 야화는 몸종을 자신인 것처럼 연산군에게 보내고 자신은 피신한다. 이 사실을 한 연산군은 윤필우를 참수에 처하고, 야화를 불러들인다. 그러나 야화는 연산군의 침실에서 자살하며, 죽어가면서 평소에 아끼던 검은 고양이에게 원수를 갚아달라는 말을 남긴다. 

이때부터 대궐 안에는 괴변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매일 궁녀들과 나졸들의 시체가 궁안에서 발견되는가 하면 고양이 울음소리와 함께 연산군 침실에 피투성이가 된 윤필우와 야화의 혼령이 나타난다. 또 후궁 장녹수가 밤이면 요귀로 변하여 연산군을 괴롭힌다. 연산군은 매일매일 악몽에 시달리며, 또 헛 것을 보고 공포에 떤다. 아무리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라 하지만, 요물이 더 이상 궁궐을 어지럽히는 것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한 근위별감 김충원은 고승의 힘을 빌어 검은 고양이를 죽인다. 


그동안 한국의 공포영화라면 <월하(月下)의 공동묘지>에서 보듯이 소복을 입은 여자 귀신이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나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리고 공포영화의 대표적인 동물은 여우였다. 그런데 <이조괴담>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검은 고양이가 등장한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볼 수도 있다. 아마 그 당시 민담으로 이야기되던 검은 고양이 이야기를 공포영화의 새로운 소재로 삼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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