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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Feb 20. 2022

영화: 고금소총(古今笑叢)

조선시대의 와이당(猥談) 유머

지금이야 서점에 가거나 신문을 보거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여러 가지 유머 이야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유머가 성(性)과 관련되게 되면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옛날에도 이러한 성과 관련된 유머가 있었을까? 인간세상 어딘들 성과 관련된 유머가 없는 곳이 어디 있을까? 그 엄격한 조선사회에서도 성과 관련된 유머는 곳곳에서 있었다. 이러한 옛날 조선 시대 시중에 떠들던 성과 관련된 유머를 모은 책이 바로 <고금소총>(古今笑叢)이다. 


요즘은 이런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성에 관한 이야기를 “와이당”이라 하였다. “와이당”이 무슨 뜻일까? 외설(猥褻)스러운 이야기, 즉 외담(猥談)의 일본식 발음이다. 즉 와이당이란 외설스러운 이야기를 말한다. 고금소총은 조선의 와이당 집이라 할 것이다. 


<고금소총>은 그동안 사회 이곳저곳에서 떠돌거나 혹은 각종 서적에 흩어져 있던 성과 관련된 유머를 집대성한 책이다. 고금소총은 1959년에 처음 발간되었는데, 모두 789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이후에도 고금소총은 계속 여러 문헌을 통해 이야기를 더욱 발굴해왔다. <고금소총>은 한국판 <데카메론>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영화 <고금소총>은 1988년에 처음 개봉되었다. 적은 예산의 B급 영화였으나, 의외로 그런대로 인기를 얻어 속편이 계속 제작되었다. 


삼남지방의 꽤 많은 장정 배지기(이대근 분)는 동네 여자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보다 못한 사내들이 그를 마을에서 쫓아내 버리는데, 그는 떠돌아다니다가 최 과부(민복기 분) 집에서 머슴살이를 시작한다. 배지기는 최 과부의 머슴살이를 하면서 꾀를 내어 최 과부와 관계를 맺고 만다. 그러면서 배지기의 콧대는 높아져간다. 

최 과부는 점점 더 건방져가는 배지기를 쫓아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한양에 사는 오빠에게 돈을 빌려오라는 심부름을 보낸다. 한양에 가는 길에 배지기는 투전판과 기생집에서 노자돈을 모두 탕진하나, 꾀를 내어 잃은 돈을 몽땅 도로 찾는다. 그렇지만 어느 민가에서 딱한 사람을 만나 그 돈을 다 내어주고 만다. 빈털터리가 되어 의원 집에서 일을 해주던 배지기는 우연히 최 과부 집에서 함께 일하던 달비와 재회하게 되고, 함께 한양의 최승지(한명구 분) 집에 가서 돈 만 냥을 전해 받고, 부부의 연을 맺은 후 행복하게 살게 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배우 이대근을 주인공으로 한 시대 에로물 영화가 한동안 인기를 얻었다. 이 영화 <고금소총>도 그러한 많은 영화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 보면 그다지 재미있지도 않은 영화이지만, 우연히 보이길래 심심풀이 삼아 감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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