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소설, 만화 등에서 격투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이야기들에서 격투의 소재로는 가장 일반적인 것이 주먹싸움이나 힘 싸움이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이 소재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음식 즉 요리를 소재로 한 격투 이야기도 많다. 주인공이 요리사가 되면서 수많은 뛰어난 요리사들과 만나 그들과 대결하면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들이다. 우리나라에서 20여 년 전 큰 히트를 쳤던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원제: 쇼타의 스시)가 전형적인 요리를 소재로 한 격투 이야기일 것이다.
격투 이야기는 주인공이 항상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여, 그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일본 영화 <담뽀뽀>(민들레)도 일종의 요리를 소재로 한 격투 영화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영화는 요리를 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도전자들을 만나 이겨나가는 것이 아니라, 서툰 요리기술을 가진 주인공이 주위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요리사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 <담뽀뽀>는 1985년 일본에서 제작된 영화로서, 배우인 이타미 쥬조(伊丹 十三)가 감독과 주연을 맡았다. 맛없는 라면집을 맛있는 라면집으로 바꾸어 나가는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라면의 맛을 내기 위해 현실적으로 닥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라면 웨스턴”이라 불려지기도 하였다.
장거리 트럭 운전사인 고로와 간은 어떤 낡은 라면집에 들어가니, 여주인인 담뽀뽀가 어린 시절부터 친구인 시켄에게 집요하게 사귀자고 졸리고 있다. 고로가 곤란한 처지에 놓인 담뽀뽀를 도와주려 하면서 고로와 담뽀뽀는 가까워지게 된다. 담뽀뽀는 남편이 죽은 후 혼자서 라면집을 해서 먹고 살아가고 있는데, 고로가 담뽀뽀가 만든 라면을 먹어보니, 이건 영 맛이 아니다. 이렇게 라면 맛이 없다 보니까 라면집이 잘 될 리가 없다.
고로와 간은 담뽀뽀가 맛있는 라면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들은 인기 있는 라면 맛집을 찾아다니며 라면의 기술을 하나하나 배워나간다. 맛있는 면을 고르는 법, 맛있는 국물을 우려내는 법 등 기초부터 하나하나 수행하도록 한다. 이들은 맛있는 라면집의 종업원을 구슬려 맛의 비결을 알아내기도 하고, 또 밤에 몰래 식당에 숨어 들어가 라면 국물을 우려내는 노하우를 훔쳐 배우기도 한다. 이렇게 우여곡절,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담뽀뽀의 라면 요리 기술을 점점 높여, 마침내 맛있는 라면집으로 성공하도록 한다. 이 이야기는 동경의 오키구보(荻窪)에 있는 <사쿠신>(佐久信)이라는 라면집을 모델로 하였다고 한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맛없는 라면집을 맛있는 라면집으로 키워나가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있으나, 영화 중간중간에 뜬금없이 영화 내용과 관계없는 이야기가 수시로 등장하여 관객을 혼란시킨다. 젊은 야쿠자와 그 정부(情婦)가 등장하여 결국 다른 야쿠자의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도(道)를 추구하는 것처럼 라면을 먹는 노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 에피소드는 영화의 내용에 전혀 녹아들지 않아, 이런 장면이 왜 등장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라면의 도(道)를 추구하는 노인은 등장은 재미있다. 그는 찾아온 젊은이와 라면집을 찾아가서 라면을 먹는 법을 가르쳐준다. 먼저 라면이 나오면 눈을 지그시 감고 라면과 마음의 교감을 한다. 그리고는 라면 그릇에 코를 가까이해서 라면의 냄새를 맡는다. 라면을 정신을 몸속으로 흡수하는 과정이다. 그리고는 나무젓가락으로 쨔슈(일본 라면에서 라면 위에 얹는 얇은 삶은 돼지고기)를 가볍게 두어 번 쓰다듬는다. 그리고는 라면을 한 젓가락 먹고 그 맛을 깊이 음미한다. 이렇게 라면을 다 먹고 나면 국물을 마신다. 라면 국물을 마실 때도 법도가 있다. 자세를 꼿꼿이 하여 국물을 한 모금 먹고 그릇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반복하여 라면 식사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