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9 토요일 a) 집을 떠나 청양 천장호로
며칠 전부터 아들이 감기 증세로 콜록거린다. 코로나가 아닌가 검사를 받아 보라고 해도 평소에도 비염으로 감기를 달고 다니는 아들이라 감기일 것이라 고집을 부린다. 그러다가 목요일 자가진단 키트 검사를 하였더니 처음에는 음성이었으나 다시 몇 차례 테스트를 하니 양성으로 나온다. 즉시 PCR 검사를 받았더니 금요일 코로나 확진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란다.
난감하다. 한 집에서 살면서 아들과 격리생활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집사람과 내가 잠시 집을 떠나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기에는 내 몸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며칠 전부터 허리가 매우 아파 사나흘 전만 해도 몇 발자국을 떼는 것도 힘들고,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기도 어려운 정도였다. 지금은 많이 나았지만 그래도 일어서고 앉는 것조차 쉽지 않다. 금요일 저녁을 그렇게 보낸 후 오늘 일어나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고 있는데, 집사람이 아들을 집에 두고 며칠간 여행을 다녀오자고 한다.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 격리생활을 하는 것이 좋긴 한데, 아픈 아들을 보고 집을 나가라 할 수는 없으므로 우리가 집을 떠날 수밖에 없다. 허리가 아픈 건 여전하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다.
갑자기 여행을 떠나려니 우선 숙박 예약부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여행을 가면 숙박은 거의 자연휴양림에서 한다. 급히 자연휴양림 예약 앱을 검색해보니 오늘 숙박이 가능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물론 큰 방이 남아있는 곳은 몇 곳 있었지만, 집사람과 둘이서 여행을 하면서 구태여 비싼 방값에 주말 할증료까지 붙는 큰 방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숙박 앱을 검색한 끝에 오늘 저녁은 서천에 있는 모텔을 이용하고, 내일부터 이틀 동안은 보령에 있는 오서산 국립 자연휴양림을 예약해두었다.
계획에도 없이 갑자기 떠나는 여행이라 서둘러 준비를 했다. 집사람은 그동안 아들이 먹을 음식을 장만해두고 또 여행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나는 나대로 숙박을 예약하고 서둘러 여행 스케줄을 짰다. 그러나 보니 근 12시가 넘어 집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아들의 코로나 확진으로 집을 비우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다 보니 마음이 가볍지 못하다. 그리고 혹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가능한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자는 집사람의 말에 충남과 전북 일대를 여행하는 것으로 하였다.
집을 나서니 하늘은 잔뜩 찌푸려져 있다. 간혹 비가 뿌리기도 하고 쌀쌀한 바람도 분다. 그러다가 한 번씩은 햇빛이 비치기도 하는 매우 변덕스런 날씨이다. 가뜩이나 무거운 마음으로 출발하는 여행인 데다 날씨까지 변덕이 심하니 더욱 을씨년스럽다. 오늘의 첫 행선지는 청양 천장호이다.
청양이라면 사람들은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아마 청양고추와 칠갑산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즐겨먹는 매운 청양고추가 청양이 주산지라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게 아니다. 원래 청양고추란 경북의 청송과 영양 지방에서 생산되는 고추로서, 청송과 영양 지방은 예로부터 고추를 많이 재배하였다. 이 청송과 영양을 합하여 “청양”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모르고 청양이라 하니까 충남 청양군으로 오해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청양군이란 공식 명칭을 가진 청양과 청송과 영양을 합하여 청양이라 부르는 경상도의 청송ㆍ영양지역을 비교할 때 당연히 청양이란 공식 명칭을 가진 청양군에 더 권위를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청양군에서도 ‘청양고추’라는 고추가 자신들이 군 명칭과 같다는 점에 착안하여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탓에 지금은 청양군이 청양고추의 본고장처럼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칠갑산(七甲山)은 청양군의 한가운데 위치한 산이다. 높이는 500미터에 미치지 못하고 그다지 명산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로 시작하는 온 국민의 애창곡 <칠갑산> 노래 덕분에 온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산이다. 그런데 칠갑산 노래는 좋아하지만 정작 칠갑산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천장호는 칠갑산 아래 자락에 위치한 저수지이다. 칠갑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개울을 막아 만든 저수지이기 때문에 그다지 넓지는 않다. 보통 저수지를 보면 사각형이나 타원형 모습을 한 것이 많다. 그렇지만 천장호는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아주 구불구불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호수의 모습에 변화가 많으며 아기자기하게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천장호에는 출렁다리가 놓여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출렁다리 쪽으로 내려간다. 조금 내려가다 보니 청양고추를 형상화한 작은 구조물이 보이고 곧이어 “콩밭 매는 아낙네”의 등신상이 보인다. 조금 더 내려가면 출렁다리가 나오는데, 이 출렁다리는 길이가 200미터 조금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출렁다리라고 하는데, 그것은 아마 이 출렁다리를 건설할 무렵에 그랬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은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에 출렁다리가 놓여져 있다. 출렁다리를 건설하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느껴지는데, 그러다 보니 최근 크고 아름다운 출렁다리가 많이 만들어져 더 이상 천장호 출렁다리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길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출렁다리 위를 걸어서 호수 저쪽으로 건너간다. 천장호 출렁다리 가운데에는 청양고추를 형상화한 탑이 있다. 다리를 걷다 보면 이름 그대로 다리가 조금씩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리 위에서 보면 호수 둘레로 나무로 만든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우리나라는 요즘 조금 알려진 곳을 찾아가 보면 어디에나 걷기 좋은 산책로를 만들어 두고 있다. 이 산책로만 찾아다녀도 건강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호수와 출렁다리의 경치가 아주 잘 어울린다. 아주 아름다운 다리이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바로 호수를 끼고 산 허리에 만들어진 산책로로 연결된다. 산책을 즐기고 싶었지만 찌푸린 날씨에 간혹 빗방울도 뿌리고 또 허리도 아파 이만 돌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