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9 토요일 b) 칠갑산 장곡사와 장항 해송 숲
천장호를 출발하여 칠갑산 장곡사로 향하였다. 칠갑산에는 몇 개의 사찰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장곡사이다. 장곡사는 통일신라 시대인 서기 850년에 창건되었다고 하니 절의 규모는 비록 작지만 역사가 상당히 오랜 절이라 할 것이다. 장곡사로 가는 길 양쪽은 온통 벚나무 가로수이다.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아 앙상한 모습이지만, 벚꽃이 만발하면 장관을 이룰 것 같다. 벚꽃 나무도 상당히 커서 꽃이 피면 그야말로 벚꽃 터널을 만들 것 같다. 알고 보니 이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올라와 있다고 한다.
차를 주차하고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장곡사 절이 나온다. 언덕 위에 있는 돌 담 너머로 절 집이 보인다. 장곡사의 절집들의 배치는 상당히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보통 절은 금강문을 지나면 바로 대웅전이 보이고 그 대웅전을 중심으로 양쪽에 부속 건물들이 위치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장곡사는 건물들이 일정한 규칙 없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보통 절처럼 대웅전이 산 아래를 향하여 정면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산허리를 바라다보는 위치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절에는 대웅전이 2개 있다.
대웅전 담장 아래 비탈에 서있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이 기어올라가기도 어려울 듯한 가파른 비탈에 얼마나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느티나무가 자라고 있다. 절도 좋지만 이 느티나무가 더욱 마음에 든다. 이전에는 몰랐지만 재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여행을 하면서 느티나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시골마을이나 사찰에 가면 오래된 늙은 느티나무가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 느티나무는 마치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는 신목(神木)처럼 보인다. 느티나무는 조금만 나이를 먹어도 다양한 모습의 괴목으로 변한다.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워지는 나무가 바로 느티나무인 것 같다. 집사람은 불공을 드리겠다며 대웅전에 들어가고 나는 절 주위를 돌아다니며 이곳저곳 구경을 한다. 관광객이나 신도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주 좋은 절이다.
집사람보다 먼저 주차장 쪽으로 내려왔다. 오다 보니 올라갈 때는 그냥 지나쳤던 장곡사 소개 안내판이 보인다. 평상시 절에 가면 안내판을 꼭 보는데 오늘은 이곳을 못 보고 그냥 지나쳤다. 읽어 보니 장곡사에는 2점의 국보(국보 제58호 장곡사철조약사여래좌상 및 석조대좌, 국보 제300호 장곡사 미륵불괘불탱)와 5점의 보물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조금 전에 다녀왔던 그 대웅전 법당 안에 국보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그냥 대충 절 안을 훑어보고 내려왔으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가파른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며칠 뒤 벚꽃이 피면 다시 한번 이곳을 찾기로 하고 오늘은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칠갑산을 나온 후 오늘의 숙박지가 있는 장항으로 달렸다. 장항은 금강 하구에 위치한 도시로 금강 하구를 사이에 두고 군산과 마주 보고 있다. 작년엔가 금강 하구둑을 구경하러 이곳을 찾은 적이 있었다.
요즘 우리나라 내륙에는 출렁다리를 건설하는 것이 유행이라면 바닷가에는 스카이워크를 만드는 것이 유행이다. 나는 벌써 영덕 스카이워크, 부산 오륙도 스카이워크, 남해 스카이워크 등 여러 곳의 스카이워크들을 가보았다. 이들 스카이워크는 대개 바닷가 절벽 높은 곳에서 바다로 향해 짧은 도보 다리 형태를 하고 있다.
장항에도 스카이워크가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장항 스카이워크에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동해나 남해라면 바닷가에 절벽이 있는 곳도 많고 또 간만의 차이도 심하지 않아 바닷가에서 바로 바다 위로 나가는 스카이워크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서해는 다르다. 잘 아시다시피 서해는 간만의 차가 심하고, 또 개펄이 넓어 물이 빠지면 저 멀리까지 개펄이 드러난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스카이워크를 만드나?
장항 해변에는 해수욕장이 있으며 그 뒤쪽으로는 해송(海松) 숲이 있다. 이제 조금씩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아직 해가 질 때는 아니지만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부는 탓에 빨리 어두워지는 것 같다. 장항 스카이워크는 이곳 해송 숲에 위치하고 있다. 동해나 남해의 바닷가에 있는 스카이워크와는 달리 이곳 스카이워크는 해송 숲 위로 마치 뱀같이 구불구불한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다. 넓은 개펄을 가진 서해인 만큼 바다 위로는 스카이워크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스카이워크로 올라가려니까 오늘은 바람이 심하고 일기가 불순하여 입장 금지라 한다. 이곳을 찾아 멀리까지 왔건만 걸어 볼 수가 없어 아쉽다.
스카이워크를 못 걸은 대신 해송 숲을 산책하기로 했다. 그다지 넓은 숲은 아니지만 오늘 벌써 많이 걸었기 때문에 이 정도 걷는 것으로 충분하다. 바다는 만조 때인 듯 해송 숲 바로 앞에까지 물이 차올라 있다. 날이 어두워지려 한다. 이제 저녁거리를 해결하고 숙소로 가야 한다.
보통 때는 자연휴양림에서 숙박을 하기 때문에 직접 밥을 해 먹는다. 그렇지만 오늘은 모텔에서 숙박을 하기 때문에 밖에서 저녁을 해결하여야 한다. 가까운 곳에 장항항 수산시장이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서천 특화시장이 있다. 조금 망설인 끝에 규모가 큰 서천 특화시장으로 가기로 하였다.
서천 특화시장은 수산물 특화시장으로서, 큰 수산물 판매동을 중심으로 농산물 판매동과 생활잡화 판매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혹시 이곳에는 병어회가 없으려나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마침 병어회를 파는 곳이 한두 곳 눈에 띈다. 한 접시에 만원으로서 양도 적당하다. 병어회 한 접시를 산 후 백반집이 있는지를 물으니 앞 건물로 가라고 한다. 수산물동 앞쪽에는 시장 부속의 작은 식당 건물이 있다. 이곳에는 커피, 칼국수 등을 파는 집과 더불어 작은 백반집도 있다. 백반을 주문한 후 여기서 병어회를 먹어도 괜찮냐고 물어보니 상관없다고 한다. 1인분 6천 원짜리 백반이라 반찬이래야 별 것도 없었지만, 게장 하나만은 괜찮았다. 병어회가 아주 싱싱하고 좋다. 소주와 함께 먹으니 아주 맛이 그만이다.
저녁을 먹은 후 숙소인 금강 하구 옆에 있는 모텔로 왔다. 좀 낡아 보이는 모텔이어서 춥지 않으려나 걱정이 되었는데, 침대에 전기담요가 깔려 있어 아주 뜨끈 뜨근한 게 좋다. 숙소로는 휴양림이 좋지만, 모텔은 침대와 의자가 있고 또 와이파이도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