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보령 해저터널을 통과하여 안면도로 간 후 태안반도와 대천을 거쳐 숙소인 오서산 자연휴양림으로 갈 예정이다. 춘장대 해수욕장을 나와 보령 해저터널 방향으로 가면서 상화원이란 곳에 들렀다. 인터넷을 보면 상화원은 아름다운 한국정원으로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상화원에 도착하니 이곳은 4월에 들어서야 개장을 한다고 한다. 아마 이른 봄인 지금으로서는 정원이 볼품이 없어 그런 것 같다. 상화원을 나오니 왼쪽에는 방조제가 있고, 그 아래 도로가 이어진다. 남포 방조제라 한다.
방조제를 지나 한참 달리니 대천시가 나온다. 대천항으로 가는 길을 달리다 보면 대천항에 가까워지면서 보령 해저터널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직진하면 해저터널이고 좌회전이면 대천항과 대천해수욕장이다.
8. 보령 해저터널과 원산안면대교
안면도와 대천은 10킬로 정도의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그렇지만 안면도가 태안반도를 지나 있는지라 차로 안면도에서 대천까지 가려면 두 시간 이상은 잡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안면도와 대천을 연결하는 다리나 터널은 이전부터 이 지역 사람들의 염원이었다. 그뿐만 아니다. 안면도와 대천은 수도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서해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이런 관광수요까지 고려하여 대천과 안면도를 연결하는 보령 해저터널과 원산안면대교가 건설되었다. 보령 해저터널은 작년 12월 1일에 개통되었으므로, 이제 개통된 지 석 달 반 정도가 지났을 뿐이다.
보령 해저터널은 대천과 안면도를 연결하는 터널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렇지 않다. 보령 해저터널은 대천에서 보령시 원산도를 잇는 터널이다. 원산도에서 터널을 빠져나와 원산안면대교를 건너야 안면도의 최남단인 영목항이 나온다. 보령 해저터널은 길이가 거의 7킬로에 달해 해저터널로서는 세계에서 5번째로 길다고 한다.
대천항 부근에서 해저터널로 들어갔다. 통행료는 없다. 길이가 7킬로에 가까운 해저터널이라 한참을 달린다. 그러나 해저터널이라고 해서 별다른 것은 없다. 보통 우리가 흔히 다니는 일반 터널과 조금도 다름없다. 터널이 바다 밑을 통과하든 산속을 통과하든 결국은 상하좌우가 막힌 튜브와 같은 터널이다 보니 해저터널이라 해서 색다른 것이 있을 리가 없다. 만약 벽이 투명하게 되어있다면 바닷속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바다 밑바닥 땅 속에 나있는 터널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원산안면대교에서 내려다 본 바다 풍경
터널을 한참 달려 터널을 빠져나오면 원산도라는 섬이다. 이 섬을 조금 달리다 보면 바다 위로 긴 현수교가 놓여있다. 바로 원산안면대교이다. 높은 다리를 건너다보면 저 아래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수없이 많은 배들이 다리 근처를 지나며, 저 멀리 있는 안면도의 산과 작은 포구가 보인다. 중간에 쉴 수 있는 곳이 있으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는데, 다리 위 도로 한쪽에 차를 세울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승용차가 3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얼른 차를 세우고 내렸다. 정말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다. 원산안면대교는 길이가 1.8킬로 조금 못 미치는데, 최근에 건설하였기 때문에 아주 좋다.
원산안면대교와 다리 밑 풍경
해저터널보다는 다리가 훨씬 좋아 보이는데 왜 대천-원산도 구간을 왜 해저터널로 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곧 그 궁금증이 풀렸다. 바로 돈 때문이다. 길이가 7킬로에 달하는 해저터널과 1.8킬로 정도인 원산안면대교의 건설비는 둘 다 5,000억 원 조금 못 미치는 정도로 비슷하게 들었다고 한다.
9. 꽃지 해수욕장과 해변공원
원산안면대교를 건너 안면도로 들어왔다. 안면도는 이름 그대로 섬이다. 그러나 이곳은 원래부터가 섬이 아니다. 육지였던 곳을 일부러 섬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일종의 인공섬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예부터 교통이나 관개를 위한 목적으로 운하를 만들었다. 옛날 중국의 수나라 문제와 양제는 중원에 거미줄같이 운하를 만들었으며, 근세에 와서는 인도양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 대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 등이 건설되기도 하였다. 그러면 우리나라에는 운하가 없었을까? 십여 년 전 MB가 그가 공약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사대강 정비사업이라면서 온 나라의 강바닥을 파 헤치는 소란을 피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부터 운하 사업이 시작되어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500년에 걸쳐 운하 건설사업이 이루어져 왔다. 바로 태안반도를 횡으로 관통하는 굴포 운하 사업이다.
서해는 해상 교통의 요충지인데, 천수만과 서해 외해를 가로막고 있는 태안반도는 해상 교통에 큰 방해가 되었다. 그래서 외해와 천수만을 바로 연결하기 위해 태안반도의 중심을 뚫는 운하 건설사업이 고려 인종 때 착수되어 조선 인조 때에 이르기까지 장장 500년에 걸쳐 진행되었던 것이다. 이 사이에 수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제기되어 공사는 중단되었다가 다시 시작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후 인조 때 운하가 완성됨으로써 태안반도 가운데 운하 아래쪽에 있는 지역이 섬이 되었고, 이것이 바로 지금의 안면도이다.
꽃지해수욕장과 꽃지해변공원
안면도는 풍광이 뛰어나 많은 해수욕장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 꽃지 해수욕장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꽃지 해수욕장은 해변이 길고 백사장이 넓으며, 주위의 풍광도 뛰어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즐겨 찾고 있다. 나도 이전에 이곳을 몇 번 찾은 적이 있었으나, 한번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 그 이후 이곳에 아예 올 생각을 않았다. 15년 전쯤 해수욕 시즌도 거의 끝나 관광객도 별로 없는 늦은 여름 바다 풍경을 보기 위해 이곳을 들렀는데, 몇 사람의 주민들이 길을 막고 들어가려면 시간에 관계없이 주차료로 5,000원인가를 내야 한다면서 막무가내로 통행을 막았다. 한 10분 정도 경치만 구경하고 나오겠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 이후로는 두 번다시 꽃지 해수욕장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와보는 꽃지 해수욕장이다. 이전과는 달리 바닷가에는 <아일랜드 리솜>이라는 현대식 큰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이 외에도 이곳에는 몇 개의 리조트가 더 있다고 한다.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해수욕장으로 내려갔다. 역시 해수욕장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주위 풍광도 좋고 바다도 아름답다. 바닷가 모래 위를 걸으면서 바다와 주위 풍경을 감상한다. 갈매기가 유난히 눈에 많이 보인다. 해변 위를 날아다니기도 하고, 모래사장 위에서 떼를 지어 앉아 있기도 하다.
꽃지해변공원의 갈매기
꽃지 해수욕장은 옆으로 아주 길다. 해수욕장 끝자락에는 해변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작은 공원이지만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놓았다. 해변 쪽 도로 옆에는 인공으로 만든 작은 연못이 있다. 이곳에는 갈매기들이 여러 마리 앉아서 쉬고 있는데, 아마 관광객들이 주는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관광객들이 먹이를 던져주자 갈매기들은 바로 머리 위까지 날아와서 재롱을 부린다. 갈매기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강화도에서 석모도로 가는 배안에서 새우깡을 던져주면 수많은 갈매기들이 모여드는데 여기 갈매기들은 그곳 갈매기들보다는 아주 얌전한 편이다.
앞바다에는 멀지 않은 곳에 두 개의 작은 섬이 보인다. 한 개는 조금 작고 다른 한 개는 그 보다 조금 큰 섬인데, 마치 의좋은 형제처럼 나란히 솟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