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0 일요일 a) 마량리 동백나무 숲과 춘장대 해수욕
전기담요 덕택에 아주 잠을 잘 잤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바닥이 따뜻한 것이 좋다. 공기가 따뜻한 것보단 바닥이 따뜻한 편이 훨씬 잠이 잘 온다. 아침에 일어나 먼저 날씨부터 확인했지만, 오늘도 여전히 흐리다. 빵과 우유로 대충 아침을 때우고 출발하였다.
모텔 문을 나서니 도로 건너편에 넓은 금강 하구가 펼쳐진다. 이곳이 바로 기벌포(伎伐浦)이다. 백제의 마지막 충신인 좌평 성충이 감옥에서 육지에서 오는 적은 탄현(炭峴)에서 막고, 바다에서 오는 적은 기벌포에서 막으라 충언을 올렸던 바로 그 기벌포이다. 그리고 또 이곳은 백제 멸망 후 왜국이 보낸 4만 5천의 지원군이 전멸당한 백강 전투(白江戰鬪)가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오늘 첫 행선지는 마량리 동백나무 숲이다. 마량리는 서천군에 속한 지역으로 이곳 바닷가에 있는 동백나무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충남 서해안 지역은 화력발전소가 밀집된 지역이다. 당진, 태안, 보령, 서천 등에 많은 화력발전소가 들어서 있는데, 이곳 마량리에는 서천화력발전소가 입지 해 있다. 동백나무숲은 서천 화력발전소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언덕 위에 있다. 동백 숲으로 가는 길은 발전소가 들어서 있는 길을 이리저리 돌아서 간다.
발전소 담벼락에는 석탄 화력발전을 중지하라는 주민들의 항의 플래카드가 빈틈없이 붙어있다. 아마 수백 개는 될 것 같아 보인다. 우리가 전기를 편히 사용하고 있는 그늘에서는 이렇게 발전소 인근 지역의 주민들의 고통이 숨어있는 것이다. 전력 생산은 참 풀기 어려운 과제이다. 석탄발전은 비용이 적게 들긴 하지만 탄소와 공해를 너무 많이 배출한다. 석유나 천연가스가 좋긴 하지만 이것은 비싸다. 원자력 발전은 비용이 싸고 공해도 적지만 폐기물 처리가 쉽지 않으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상상도 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는 효율이 너무 낮고, 국토훼손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여하튼 쉽지 않은 문제이다.
동백나무 숲에 도착하였다. 동백꽃이 활짝 피어있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작은 계단길이 있으며 계단길을 올라가는 양쪽에도 모두 동백나무이다. 꽃은 활짝 피었는데 꽃이 깨끗하지 못하다. 꽃이 깨끗하지 못한 것이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공해 때문에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곳에 있는 동백나무는 그다지 크지 않다. 또 다른 곳의 동백숲의 경우 나무들이 밀식되어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비하여 이곳은 듬성듬성하다. 동백나무 숲 언덕 위로 올라가면 정자가 있고 발아래에는 서해바다가 펼쳐진다. 바다 가운데는 옆으로 길쭉한 작은 바위섬이 보인다. 아직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그렇지만 이곳 동백 숲은 기대보다 못해 조금 실망이다.
나는 여러 곳의 동백나무 숲을 찾은 적이 있다. 전남 강진군 백련사의 동백나무 숲, 여수 오동도의 동백, 거제도 해금강 선착장 부근의 동백숲 등과 비교한다면 이곳은 숲의 규모나 나무의 크기, 그리고 꽃의 아름다움 등 모든 면에서 좀 실망이다. 나는 지금까지 가본 동백 숲 가운데 최고는 강진 백련사 동백 숲이었다. 혹시 봄에 전남 남해안 방면으로 여행하시는 분은 꼭 들러보시기 바란다.
마량리 동백나무 숲을 나와 조금만 가면 마량포 해돋이 마을이 나온다. 해돋이 마을에 대해서는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서해안에 있는 마을이라면 해지는 마을이 당연할 것인데, 어떻게 해 돋는 마을이 있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는 이상 어떻게 서해안에서 해 돋는 광경을 볼 수 있을까? 마량리는 서천에서 남쪽으로 길쭉하게 늘어진 비인반도에 위치하고 있다. 반도의 오른쪽 즉 서쪽으로는 마량리 동백나무 숲이 있고, 반도의 오른쪽 바닷가, 즉 동쪽에 해돋이 마을이 위차하고 있으며, 가장 아래쪽에 마량포구가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해돋이 마을의 앞바다는 동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마량 해돋이 마을은 우리나라에서 성경이 최초로 전래된 곳이다. 이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해변에는 성경 최조 전래 공원이 만들어져 있고, 계속 이곳에 성역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성경을 최초로 가지고 들어온 사람은 신부나 목사와 같은 성직자가 아니고 군인이었다. 1815년 맥스웰 대령과 홀 대령이 이끄는 두 척의 영국 순양함이 이곳으로 와서, 이곳을 다스리는 관리인 조대복에게 성경을 건네주었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최초의 성경책이라 한다.
공원에는 영국 해군이 타고 온 목선으로 된 순양함과 조선의 관리가 탔던 판옥선을 형상화한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집 사람이 영국 배를 보면서 옛날 저런 배를 타고 어떻게 유럽에서 아메리카나 인도로 탐험을 갔을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도대체 그 사람들은 어떤 사명감을 가졌길래 저 정도의 배를 타고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다고 나섰을까 궁금하다는 것이다. 내가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바로 돈 때문이라고. 지금도 사람들은 돈이라면 어떤 위험을 안고서도 뛰어드는데, 옛날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고 설명하였더니, 그제서야 쉽게 이해를 한다.
해돋이 마을을 나온 후 근처에 있는 춘장대 해수욕장으로 갔다. 이곳에도 이전에 몇 번 온 적이 있은 것 같은데, 언제 왔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해수욕장 바다 근처로 오니 썰물이라 물이 빠져 있다. 바닷물은 저 멀리 아득한 곳까지 후퇴해있다. 몇 명의 사람들이 물가에 있는 것이 보이고, 또 중간중간 가족들끼리 조개를 캐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왕 왔으니 물가까지 가보기로 하였다. 이곳은 비교적 굵은 모래로 이루어진 동해안 백사장과 달리 아주 가늘고 촘촘한 모래에다 개펄 흙이 섞여 있어 걷기에 아주 편하다. 동해안 백사장이라면 모래에 발이 빠져 조금만 걸어도 힘들고, 또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 불편한데, 여기는 그런 것이 없어서 좋다. 물가까지는 거의 1킬로는 되는 것 같다. 바다 안으로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물가에 도착하였다. 들이치고 나가는 파도를 보고 있으면 그 단조로운 움직임에 머리가 그냥 멍한 기분이다. 이제 밀물이 시작된 것 같다. 모르는 사이에 물이 점점 더 차올라 온다. 물이 차오르는 속도에 맞추어 육지 쪽으로 조금씩 물러난다. 이곳 바닷물은 비교적 푸르다. 서해에 가면 어떤 곳은 바다 색이 아주 푸르고, 또 어떤 곳은 황해란 이름 그대로 아주 탁한 색깔을 하고 있다.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궁금하다. 이렇게 밀려오는 바닷물과 장난을 하는 사이에 바닷물은 점점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