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0 일요일 c) 안면암 해상 부교와 오서산 자연휴양림
꽃지 해변공원을 나서니 벌써 오후 2시가 지났다. 배가 고프다. 근처에 안면도 수산시장이 있어 그곳에 가서 적당한 식당을 찾아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수산시장은 작은 원통 모습의 건물들인데 주로 횟집들이 입주해 있었다. 점심으로 너무 무거운 것을 먹기도 내키지 않아 둘러보던 중 튀김 가게를 발견했다. 새우튀김, 오징어 튀김과 꽃게 튀김을 사서 차를 타고 가면서 먹기로 했다. 꽤 잘 튀겼다. 바삭바삭한 것이 지금껏 먹어본 튀김 가운데 상당히 괜찮은 편에 속한다. 특이한 것은 꽃게 튀김이다. 꽃게의 집게발을 튀긴 것인데, 과연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곧 먹을 수 있으니까 팔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샀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역시 집게발은 딱딱하여 먹기가 쉽지 않다. 특별한 것을 찾은 젊은 사람들이나 먹을 수 있겠다.
안면암은 안면도 위쪽 천수만 연안에 있는 사찰이다. 안면암은 절집도 특이하지만, 앞바다에 놓인 해상 부교로 유명하다. 안면암은 처음 와봤는데, 절집들이 모두 탑 형태의 전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좀 요란한 느낌이 드는 건물들이다. 암자 치고는 상당히 규모가 크고 건물도 많다.
전각들을 지나쳐 바다 쪽으로 가면 바다 위로 해상 부교가 만들어져 있다. 부교의 길이는 거의 500미터 정도는 되어 보인다. 이곳은 간만의 차이가 심한 서해안이기 때문에 밀물 때는 해상 부교가 물 위에 떠있지만, 썰물 때는 바닷물이 빠져 갯벌 위에 내려앉는다고 한다. 지금은 마침 밀물 때라 물이 가득 차 부교가 바다 위로 마치 가는 띠같이 놓여져 있다. 부교의 저쪽 끝에는 작은 섬 사이에 만들어진 부상(浮上) 탑이 있다.
바로 해상 부상교에 올랐다. 다리 양쪽으로 바닷물이 출렁인다. 부교를 건너노라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것 같다. 섬이 많은 전남 신안군 쪽으로 가면 바다 위에 만들어진 산책 보도가 많다. 그 가운데 특히 유명한 곳은 퍼플다리인데, 그 외에도 그와 유사한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산책 다리가 여러 곳에 있다. 그런 다리들은 바다 위에 놓여 있으나 바닷물보다는 보도가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다. 대개 바닷물보다 3-4미터 위를 걷는다. 그런데 여기 다리는 부상교이므로 바닷물과 거의 같은 높이이다. 그래서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해상 부교는 작은 섬이 있는 곳까지 걸쳐져 있으므로 이쪽 바다에는 배들이 다닐 수 없다. 배가 해상 부교를 넘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해상 부교가 경치는 좋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배가 다니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으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리를 걸어가면서 사진을 찍는데, 관광객들이 제법 있어 다른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다. 다리의 길이가 500미터 정도 되지만 바닷바람을 쐬며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들어서인지 다리가 끝나는 부상탑까지는 금방 가는 기분이다. 부상탑은 마치 뗏목처럼 만들어진 넓은 부판 위에 서있는데, 1층은 불당으로 되어있다. 이곳에서 해상 부교를 보니 서쪽에 떠있는 태양과 역광이 되어 더욱 분위기 있는 풍경이 되고 있다. 이곳에서 사진도 찍으며 경치도 구경하면서 한참을 보내고 나니 처음 이곳에 올 때는 많았던 관광객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돌아가는 길은 나와 집사람뿐이다. 갑자기 왜 이렇게 사람들이 줄어들었을까 조금 의아스럽기도 하다.
해상 부교를 다 건너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밀물로 바닷물이 차올라 육지와 다리를 연결하는 부분이 바닷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약 3미터 정도가 물에 잠겼는데, 건너자면 다리를 걷고 건널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바지를 걷고 찬 바다로 들어가 건널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물은 무릎 정도밖에 차지 않는다. 그런데 건너와 양말을 다시 신기 위해 바위 위에 앉아 허리를 굽혔더니 지금까지 좀 나은 듯하던 허리가 심하게 아파온다. 걸음을 걷기 힘들 정도이다.
오늘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대천항 수산시장으로 갔다. 오늘 오전 대천항 부근에서 보령 해저터널로 들어가 안면도를 거쳐 다시 이곳으로 왔으니, 천수만을 끼고 크게 한 바퀴 돈 셈이다. 나는 서해안 항구와 수산시장이라면 웬만한 곳은 대부분 가보았는데, 이곳 대천항 수산시장을 제일 좋아한다. 생선의 종류도 많고 값도 싸기 때문이다. 특히 6월경 자연산 광어 철에 오면 킬로그램당 15,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큰 광어를 살 수 있다. 이 때는 양식 광어에 비해 자연산 광어 값이 훨씬 싸다.
대천항 수산시장은 신시장과 구시장으로 나뉜다. 신시장은 주차장 옆에 있고, 구시장은 주차장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포구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신시장도 좋지만 나는 구시장이 마음에 들어 항상 그쪽으로 간다. 서해안의 봄철 명물은 주꾸미이다. 싱싱한 주꾸미를 샤부샤부로 먹으면 좋은데, 재료를 준비해 오지 않아 데쳐 먹을 생각으로 1킬로를 샀다. 갖가지 조개도 서비스로 끼워준다.
저녁거리까지 준비했으니 이제 오늘의 숙소인 오서산 자연휴양림으로 간다. 오서산 자연휴양림은 보령군에 위치하고 있는데, 막상 확인하니 보령군과 청양군의 거의 경계쯤에 위치하고 있다. 대천항에서 거의 40분 정도를 달려야 한다.
휴양림에 도착하니 이미 날이 어두워졌다. 오늘 예약한 숙소는 휴양관이다. 자연휴양림에는 캠프장을 제외한다면 휴양관과 연립동, 숲속의 집 이렇게 세 가지 형태의 숙소가 있다. 휴양관은 큰 건물에 여러 개의 숙소가 들어 있는 곳이며, 숲속의 집은 숲속에 1채씩 각각 떨어져 있는 집이다. 그리고 연립동은 숲속의 집이 2개씩 붙어있는 숙소이다. 집의 구조는 어느 것이나 대부분 비슷하다.
시간이 너무 늦어 이미 어두워져 휴양림을 둘러볼 수가 없다. 들어가서 바로 밥을 짓고, 좀 전에 사 온 주꾸미를 먹는다. 나는 주꾸미를 그다지 즐기지 않고 별로 맛있다고 생각지도 않는데, 사람들은 맛있다고 난리이다. 낙지와 문어에 비해 훨씬 맛이 덜한 것 같은데 나와는 입맛이 좀 다른 것 같다. 주꾸미를 1킬로 샀는데 양이 엄청 많다. 결국 반 정도만 먹고 나머지는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방바닥이 지글지글 끓는다. 오늘도 뜨거운 방에서 기분 좋게 잘 수 있겠다. 자연휴양림은 의자와 침대가 없어서 불편할 뿐이지 그것만 제외한다면 아주 좋다. 특히 국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시설과 도구들이 완벽히 갖춰지고 또 잘 관리되고 있다. 그리고 청결도도 아주 높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웬만한 호텔보다도 이쪽이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