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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pr 23. 2022

영화: 하하하

너무나 리얼하기에 별 재미가 없는 영화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배우들의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 하고 평가를 한다. 그래서 정말 현실과 닮은 리얼한 연기를 보면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라고 평가하는 듯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리얼한 연기를 하는 것이 잘하는 연기일까?


실제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을 몰래카메라 등으로 찍는다면, 화면에 나타나는 그들의 행동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리얼한 연기는 사실은 그 연기가 정말 리얼해서가 아니라 현실을 사실 이상으로 잘 깔끔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리얼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현실에서 하는 일상 행동이나 대화는 영화에서 보듯이 그렇게 깔끔하지 못하다. 그래서 정말 현실과 같은 리얼한 연기를 하면 오히려 뭔가 거북하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십여 년 전 <낙타들>과 <강원도의 힘>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현실과 꼭 같은 듯한 너무나 리얼한 연기였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에서 심한 거부감마저 느껴졌다. 


영화 <하하하>를 보고서도 그와 비슷한 느낌을 가졌다.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이 제작하여 2010년 개봉되었는데, 어느 여름날 각각 통영에 다녀온 두 친구 문경과 중식이 청계산 자락에서 막걸리 잔을 나누면서 서로 통영에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내용이다. 캐나다로 이민을 더나기로 한 문경(김상경)은 어머니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통영에 가서 우연히 만난 성옥이란 여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옥은 관광 해설가로서 혼자 살고 있는데, 해병대 출신의 애인이 있다. 문경은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쫓아다며 마침내 그녀의 마음을 얻는다. 

중식은 결혼을 한 몸이지만 애인과 통영에 놀러 간다. 거기서 시인인 친구 정호를 만나고, 또 정호의 애인인 아마추어 시인 성옥을 알게 되어 넷은 함께 술을 마시며 통영 시내를 돌아다닌다. 그런데 알고 보니 문경이 만난 관광해설가 성옥과 중식이 만난 아마추어 시인 성옥은 같은 사람이었다. 이렇게 통영에서 있었던 일을 문경과 중식은 막걸리 한잔에 하나씩 번갈아가며 이야기하는 것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문경과 중식이 하는 이야기도 우리가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도로 지극히 리얼하다. 특히 성옥을 연기하는 문소리의 연기는 표준말을 사용하려고 하는 경상도 여자의 전형적인 말투이다. 이렇게까지 리얼하게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영화를 이전에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이 이야기 자체가 너무나 일상적이고, 또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나 리얼하므로 오히려 영화를 보는데 거부감이라 할까, 뭔가 편치 않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우리가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그 내용이 일상적이지 않기 때문인 면이 크다. 이 영화의 내용은 너무나 일상적이기 때문에 나로서는 영화에 별 재미를 못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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