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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25. 2022

영화: 소화잔협객(昭和残侠伝, 쇼와잔쿄덴)

전후(戰後)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야쿠자 영화

일본에서는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조직폭력배, 즉 야쿠자들이 사회세력의 하나로서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주제로 한 영화는 수없이 많이 제작되었다. 야쿠자 영화는 대체로 B급 영화가 많았지만, 그 가운데서는 제법 영화 팬들의 평가를 받는 작품도 적지 않았다. 


영화 소화잔협전(昭和残侠伝, 쇼와잔쿄덴)은 1965년 개봉된 영화인데, 야쿠자 영화로서는 상당히 인기를 끈 제법 괜찮은 영화로 평가받았다. 소화(昭和, 쇼와)란 히로히토 천황 기간의 연호로서, 쇼와 천황의 재임 기는 1925-89년이었으나, 보통 소화 시대(昭和時代)라 하면 일본 패전 후 1940년대 중반에서 1960년대 초반까지를 일컫는 경우가 많다. 일본인에게 소화 시대라면 뭔가 향수를 느끼게 하는 가난하지만 낭만적인 시대라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영화 <소화잔협전>의 제목의 의미를 풀어보면 “소화 시대의 잔인한 협객 이야기” 정도의 뜻이 될 것이다. 예로부터 일본에서는 야쿠자들이 스스로를 협객(俠客)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았고, 또 일반인들이 야쿠자들을 좋은 의미로 표현할 때는 협객이란 말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니까 이 영화 제목은 “소화 시대의 잔인한 야쿠자들 이야기”란 뜻이라 할 것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과 그들을 도우는 떠돌이”라는 포맷을 취하고 있다. 패전 직후 동경의 아사쿠사(浅草)의 한 노천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신흥 야쿠자 조직인 신성회가 등장하였다. 이들 신성회는 장사꾼들에게 과도한 상납금을 부과하고 그 돈을 바치지 않으면 행패를 부리곤 하고 있다. 옛날부터 이 지역을 관할하고 있던 카미즈 구미(神津組)가 있었으나, 이들은 신성회의 횡포를 감당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한 가운데 카미즈 구미의 두목 켄노스케(源之助)가 신성회의 손에 의해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던 중 며칠 후 전쟁에서 돌아온 테라지마 키요츠구는 달라진 거리의 분위기와 두목의 죽음을 알게 된다. 테라지마는 두목 자리를 물려받아 조직원들과 함께 노천 시장의 장사꾼들을 도운다. 신성회는 이러한 카미즈 조직원과 테라지마를 비열한 수법을 동원하여 방해한다. 카미즈 조직원 중 하나인 고로는 마침내 분을 못 참고 신성회에 쳐들어가나, 고로는 잡히고 그의 애인인 미요는 신성회 조직을 말리다가 그들에 의해 맞아 죽는다. 


카미즈 구미에는 카자마(風間)란 떠돌이가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카자마는 죽은 미요의 오빠였다. 이때 카미즈 구미는 상인들과 협력하여 아사쿠사에 시장 건물을 건축하여 상인들이 마음 놓고 장사를 하도록 한다. 그런데 시장 건물이 완성되지 마자 신성회가 방화로 이를 불태워버린다. 마침내 분을 참지 못한 키요츠구와 카자마는 단도를 들고 함께 신성회 본부로 쳐들어가서, 치열한 격투 끝에 이들을 모두 처단한다. 


영화 소화잔협전(昭和残侠伝, 쇼와잔쿄덴)은 개봉 후 큰 히트를 쳤다. 이 인기를 바탕으로 속편이 계속 제작되었는데, 이 시리즈는 전부 합해 9편이 된다. 각 시리즈의 스토리는 서로 연결되지는 않으며,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상당히 인기를 끈 야쿠자 영화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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