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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26. 2022

드라마: 블랙 페앙(ブラックペアン)

심장외과 의사들의 결투 의료드라마

우리나라에서도 의료 드라마가 적지 않게 제작되지만, 일본에서도 의료 드라마는 드라마의 중요 장르 가운데 하나이다. 또 한국과 일본의 의료 드라마는 서로 리메이크되기도 한다. <하얀 거탑>은 일본 드라마가 한국에서 리메이크된 사례이고, <굿 닥터>와 <싸인> 등은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리메이크된 사례이다. 이렇게 한일 간 의료 드라마 분야에서 리메이크가 빈번히 이루어지는 것은 아마 두 나라의 의사 양성 방법이나 의료 체계가 비슷하고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드라마 <블랙 페앙>은 2018년 제작되었는데 같은 이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로서 10회에 걸쳐 방영되었다. 이 드라마는 심장수술을 둘러싸고 일종의 결투 드라마식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다. 결투는 총이나 칼, 또는 주먹과 같은 무력으로만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나 요리, 음악, 미술, 게임 등 인간의 모든 활동이 결투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결투에는 반드시 승부가 따르게 마련이므로, 결투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그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좋다. 


드라마 <블랙 페앙>의 주인공은 대학병원에 인턴으로 갓 부임한 세라 마사시(世良雅志)이다. 그러나 세라는 이 드라마에서 관찰자의 역할을 하는데 지나지 않으며, 실질적인 주인공은 “수술실의 악마”라고 불리는 도카이 세이시로(渡海征司郎)이다. 도카이가 펼쳐 나가는 심장수술 승부를 세라 마사시의 눈으로 관찰하는 형식으로 드라마는 전개된다. 

동성대학교(東城大學校, 도죠 대학교)는 지방에 있는 별 볼 일 없는 삼류 사립대학이다. 그런데 이 대학의 의과대학은 그렇지 않다. 동성대학교 부속병원 심장외과의 과장인 사이키 세이고(佐伯清剛) 교수는 “사이키 방식”이라는 수술 기법을 창안해내어 명성을 높이고 있었다. 사이키 교수는 모든 심장의들이 손댈 수 없는 어려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환자를 살림으로서 그 명성을 얻고 있다. 


심장의학학회의 새로운 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학회장 후보로서 유력한 인물은 사이키 교수와 일본 최고 명문대학인 제화대학(帝華大学, 데이카 대학)의 심장 과장 니시자키 게이스케(西崎啓介) 교수이다. 니시자키 교수는 일본 최고 대학병원의 실력자로서 심장의학 분야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런데 그는 이 드라마에서는 매우 교활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심장의학 학회장은 이 분야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후보로 오른 의사들은 사활을 걸고 이에 도전하고 있다. 


동성대학교 심장외과에는 도카이 세이시로(渡海征司郎)라는 괴짜 의사가 있다. 그는 다른 의사들과는 일체 교류를 않으며 돈만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수술 실력만은 누구도 따를 수 없다. 수술에 실패하여 당황하고 있는 의사에게 다가와 돈 천만 엔(일억 원)을 주면 대신 수술을 해주겠다고 협박하여, 수술칼을 넘겨받은 뒤 수술에 성공하여 환자들을 살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행동으로 인해 그는 “수술실의 악마”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어느 날 제화대학의 니시자키 교수의 수제자인 다카시나 곤타(高階権太)가 강사 겸 의사로 부임한다. 데이카 대학의 니시자키 교수가 도죠 대학의 실력을 염탐함과 아울러,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기 위해 보낸 것이다. 다카시나는 미국에서 가져온 첨단 수술 로봇인 <스나이프 AZ>이라는 기계를 가져온다. 그는 이 기계라면 어떤 의사라도 심장수술을 성공적으로 수술할 수 있어 이제는 수술 실력이라는 인간의 능력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자랑한다. 


이때부터 도카이 세이시로의 수술 결투는 시작된다. 그는 <스나이프 AZ>을 이용하여 수술에 임한 다카시나가 수술에 실패하자 수술실에 뛰어들어 수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이후 그는 계속되는 수술 승부에서 이겨나간다. 

도카이의 아버지는 옛날 사이키 교수와 동료로서 도죠 대학에 근무하였다. 그런데 그는 수술 후에 환자 몸에 페앙(수술 시 지혈을 위해 집개 역할을 하는 가위 모양의 의료 기구)을 남겨놓은 채 수술을 끝내, 그 사건으로 인하여 병원에서 퇴출된 후 결국 자살하였다. 도카이 세이시로는 자신의 아버지의 결백을 밝히고 또 자신의 아버지의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못 본채 한 사이키 교수에 대한 복수를 위해 도죠 대학 병원에 들어온 것이었다. 


도카이는 자신의 마침내 자신의 아버지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의 수술을 통해 밝혀 내고, 또 사에키 교수가 자신의 아버지를 외면한 것은 마침 그때 그가 아프리카 의료봉사로 자리를 비운 탓에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아낸다. 사에키 교수는 심장의학학회 학회장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지만, 후보를 사퇴하고 환자치료에 전념하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카이와 사에키 교수는 공동 수술로 위급한 환자를 무사히 살려댄다. 


이 드라마는 매회 다양한 형태의 수술 대결이 전개된다. 그때마다 그 승부는 항상 도카이가 이긴다. 그렇기 때문에 매회 매회가 상당히 박진감이 있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으며, 또 주인공이 매번 악역 상대방을 이김으로써 카타르시스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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