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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24. 2022

미천골 자연휴양림 여행(3)

(2022-05-19 목요일)  천상의 화원 곰배령

오늘은 천상의 화원이라는 곰배령에 간다. 작년 두 번에 걸쳐 가려고 했으나 번번이 사정이 생겨 가지 못했다. 곰배령은 그냥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곳에는 야생화를 비롯한 수많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제한된 인원만 관리원의 관리 하에 탐방할 수 있다. 곰배령에 가기 위해서는 사전에 예약을 하여야 한다. 곰배령에 들어가는 데에는 9시 출발팀과 11시 출발팀이 있다. 나는 예약을 하니 자동적으로 11시 출발팀에 배정되었다. 


8. 천상의 화원 곰배령


곰배령은 야생화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곰배령은 점봉산에 위치하고 있는데, 점봉산은 한계령을 사이에 두고 설악산과 마주하고 있는 산이다. 점봉산도 설악산 국립공원 지역에 포함된다. 작년에는 한계령 쪽에서 이곳에 와 본 적이 있다. 원통에서 한계령을 넘어 조금 가다가 오른쪽 길로 들어선다. 거기서부터 약 25킬로 정도 심심산골을 달리다 보면 곰배령 입구가 나온다. 그리고 또 다른 길은 내린천 방면에서 오는 길이다. 이 쪽에서는 산 쪽으로 향해 약 10킬로 이상을 달리면 곰배령 입구가 된다. 


미천골 휴양림에서 곰배령 입구까지는 차로 20분 남짓 걸린다. 우리는 11시 출발팀이니까 휴양림에서 10시 반 정도 출발하면 된다. 자투리 시간이라 별로 할 일도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10시 조금 넘어 출발하여 곰배령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 반 정도가 되었다. 안내원에게 11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물으니 그렇지 않고 그냥 들어가면 된단다. 이럴 수가... 이럴 줄 알았으면 시간을 허비 않고 일찍 오는 건데... 곰배령 입구 관리소에서는 곰배령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숫자가 적인 표찰을 준다. 내려올 때 반드시 표찰을 돌려주어야 한다. 


곰배령 입구에는 펜션과 민박집, 그리고 식당과 카페들이 제법 많이 들어서 있다. 이들 영업집들도 집 마당과 담장에 꽃을 가득 심어놓아 마을 전체가 꽃밭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관리사무소에서 곰배령까지는 5.1킬로, 보통 걸음으로 걸으면 왕복 각각 110분이 걸린다. 그리고 곰배령 정상에서 2시가 되면 반드시 하산하여야 한다고 한다. 곰배령 가는 길은 아주 평탄한 길이다. 아주 조금 경사진 길에 길 폭도 3-4미터 정도는 되어 걷기가 아주 편하다. 관리사무소를 지나 곰배령 입구를 지나면 바로 데크길이 나온다. 데크길은 좀 가다가 보면 보통 산길이 나온다. 

곰배령 가는 길은 계곡과 나란히 나있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맑고 깊은 계곡을 감상하며 걷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곰배령에 오면 온 천지가 야생화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다. 곰배령 가는 길에 야생화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알고 보니 곰배령은 사계절 내내 꽃이 피지만 지금은 봄 꽃이 지고 아직 여름 꽃이 피기 전이라 꽃이 가장 적을 시기라 한다. 그래도 간간이 꽃들이 보인다. 곰배령에는 사계절 꽃이 핀다면 겨울에도 꽃이 피나? 그렇다. 겨울에는 눈꽃이 핀다.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나있는 길을 걷다보면 몇 가구의 집이 있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강선 마을이라는 곳이다. 옛날에는 제법 큰 화전민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서너 세대밖에 살지 않는 것 같다.  이곳에 있는 주민들은 이제 거의 식당이나 카페, 민박 등을 하는 것 같다. 하긴 옛날 이곳 주민들은 곰배령에서 나물과 약초를 캐다 팔아 생활했겠지만, 이제는 이곳은 보호구역이라 그럴 수가 없다. 곰배령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지 않는 한 생업 수단이 마땅찮을 것 같다. 


곰배령 가는 길에는 500미터 간격마다 길 안내판이 서있다. 강선마을은 관리사무소에서 1.3킬로 지점이니까, 이제 3.8킬로 남았다. 강선마을까지는 어렵지만 차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강촌마을을 지나면 이제 차는 다닐 수 없는 완전한 산길로 들어선다. 길 폭도 좁아져 전형적인 산길이다. 꽃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데 나무 아래에는 고사리 류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다. 나는 고사리나물을 좋아하지만 이전에는 숲 속에서 자라고 있는 고사리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고사리를 보더라도 그것이 고사리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얼마 전 고사리를 알고 나서 관찰하니 정말 산에는 고사리들이 많이 보인다. 강선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었지만 경사는 여전히 완만하다. 걷는데 전혀 부담이 가지 않는다. 


산을 오를수록 야생화가 제법 눈에 뜨인다. 꽃이 보일 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런 후 네이버나 구글 검색 기능을 이용하여 꽃 이름을 확인하니까 시간이 한정 없이 간다. 산을 오를수록 인터넷도 빨리 연결되지 않아 꽃 이름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네이버를 이용하여 꽃 이름을 검색하여 나오는 정보를 그대로 믿었는데,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다. 어떨 때는 터무니없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네이버와 구글을 크로스 체크하면서 꽃 이름을 확인하자니 시간이 더 걸린다. 

관리사무소에서 3킬로 정도, 그러니까 곰배령을 2킬로 정도 남겨두고서부터는 길 경사도 조금 더 심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부담이 갈 정도의 경사는 아니다. 간혹 구간에 따라 가파르고 험한 곳도 나오지만 금방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짧은 구간이다. 계곡은 조금씩 급해지면서 작은 폭포들도 여러 개 나온다. 올해는 상당히 가문 편인데 이곳에는 이렇게 맑은 물이 넘친다. 


곰배령을 1킬로 정도 남겨놓고는 길이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 이 정도 가파른 길은 상당히 부담이 되는데 스틱을 가지고 와 걷기에 한결 편하다. 그렇지만 경사가 상당하여 숨이 가빠온다. 길도 제법 험한 편이다. 이런 길을 한참 걸어 올라가다 보니 한순간 하늘이 터진다. 지금까지 숲 속 산길을 걸어왔는데, 갑자기 넓은 초지가 펼쳐진다. 드디어 곰배령에 올라온 것이다. 곰배령 위에는 식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초지 위에 보행 데크가 설치되어 있으며, 탐방객은 이 길로만 걸어야 한다. 


사방이 툭 터져 바람이 상당히 세다. 곰배령은 능선 위에 위치해 있으므로 산 양쪽 아래가 모두 내려다 보인다. 시원한 바람에 산 아래 아름다운 풍경까지, 정말 좋은 곳이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반이 지났다. 아무리 늦어도 2시면 이곳을 내려가야 한다. 이곳은 나무는 한 그루도 보이지 않고 모두 초지이다. 이 풀들이 때가 되면 모두 꽃을 피우는 거다. 특히 봄에는 이곳이 온통 꽃 천지로 변한다고 한다. 지금은 아주 적은 종류의 꽃들만이 드문드문 피어있을 뿐이다. 

이제 내려가야 한다. 곰배령의 마지막 가파른 구간을 올라올 때는 숨이 차고 힘들어 사진을 찍을 생각을 못했지만, 이제 내려가는 길에는 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내려가도 된다. 이렇게 쉬엄쉬엄 내려가다가 배가 고파져 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 의자에 자리 잡아 가져온 빵과 우유를 먹는다. 이때 관리원 두 사람이 내려온다. 이 분들은 이곳을 찾는 탐방객과 함께 곰배령까지 걸어 올라가면서 입출입을 통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오후 2시가 되면 곰배령에서 탐방객들을 모두 내려보내고 이 두 분이 제일 마지막으로 내려온다. 우리를 보더니 우리가 제일 마지막이라면서, 오후 4시까지는 관리사무소까지 가서 받아온 표찰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2시 반, 1시간 반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딴짓을 할 여유가 없다. 부지런히 내려가야 한다. 빨리 내려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진을 찍을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서두르다간 자칫하면 사고가 난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대신 쉬는 시간을 없앴다. 오랜만에 오랫동안 걸어 다리도 아파온다. 드디어 강선마을이 보인다. 우리 뒤 멀찍이서 따라오던 관리인은 여기서 표찰을 받아갈 테니 천천히 여유 있게 내려오라 한다. 이제 반드시 4시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강박이 없어져 편안하다. 강선마을에 있는 음식점에서 산채 전을 하나 시켜 먹고 천천히 내려왔다. 


휴양림으로 돌아오니 이젠 걸을 힘도 없다. 근래에 들어 가장 많이 걸은 것 같다. 보통 여행을 하면 돌아가는 길에 여러 명소를 거쳐가지만 오늘 많이 걸어 지친 탓에 내일은 돌아다닐 기분이 나지 않는다. 내일은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바로 집으로 가기로 하고, 이번 여행은 이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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