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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20. 2022

영화: <고지라>와 <괴수왕 고지라>

일본 괴수 영화의 출발점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 발음 가운데 잘 하지 못하는 가운데 하나가 “L” 발음이다. 한글에 L 발음에 해당하는 글자가 없다보니까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난봉꾼인 “플레이 보이”(play boy)란 말을 기도하는 소년이란 뜻의 “프레이 보이”(pray boy)로 발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합니다.”(I love you)를 해야 할 것을 “당신을 문지릅니다.”(I rub you)라고 발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이 “L” 발음을 더 못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일본인들이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요즘은 “프레이 보이”라 발음하는 사람들은 잘 없으나, 일본인들은 백이면 백 거의가 “프레이 보이”라 발음한다. 


일본의 대표적 괴수인 “고지라”에 대해 이것을 한글로 표기할 때 “고질라”가 맞느냐 아니면 “고지라”가 맞느냐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영어 표기로는 “Godzilla”로 쓰므로 “고질라”로 발음하는 것이 맞는 것 같으나, 원래 고질라가 일본에서 만든 괴수로서, 영어 표기는 단순히 외국인들에게 그 발음을 알리기 위해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인들의 표기대로 “고지라”로 쓰는 것이 타당한 것 같다. 그래서 여기서는 한글로는 “고지라”로 표기하기로 한다. 


일본의 괴수 영화는 고지라로부터 시작하며, 고지라 시리즈는 1954년에 제작된 이후 지금까지 20편 이상 제작되었다. 이렇게 일본의 대표적인 괴수로 자리 잡게 된 고지라는 그 활동무대를 넓혀 미국의 할리우드에서도 여러 편이 제작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고지라가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에서는 고지라 외에도 수많은 괴수 영화가 제작되었다. 


일본의 동보 영화사가 1954년에 제작한 <고지라>는 관객 동원수가 961만 명에 이르러 그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인기를 얻었다 어느 날 일본 동경에서 태평양 쪽으로 멀리 뻗어있는 오카사와라 제도(小笠原諸島) 근해를 운항하던 여객선과 화물선이 SOS를 타전한 후 돌연 행방불명이 딘 사건이 발생한다. 섬에 급파된 선박회사 직원과 신문기자는 섬 주민들로부터 이 사건이 거대 생물체로 인한 것이라는 증언을 듣는다. 그 괴생물이란  오오도시마(大戸島)에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속의 바다의 괴물 <呉爾羅<(고지라)이며, 고지라는 바닷 속에 먹을 것이 떨어지면 섬으로 올라와 인간들을 잡아먹기 때문에 옛날에는 젊은 처녀를 산재물로 먼바다로 보내기도 하였다는 이야기도 어부로부터 듣는다. 

조사단의 멤버로 오오도시마 섬에 도착한 야마네(山根), 에미꼬(恵美子), 오가타(尾形) 3인은 오가타 섬을 조사하던 중 일부의 우물만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야마네는 근처에서 직경 수 미터에 이르는 의문의 거대한 발자국과 이미 절멸되었다고 알려진 삼엽충을 발견한다. 새로운 발견을 하였다고 기뻐하는 조사단이었지만, 곧 섬에 요란한 종소리가 울리고 섬 가운데 있는 산 뒤로 거대한 생물이 머리를 들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여러 증거물을 채취하여 동경으로 돌아온 조사단은 그로부터 괴생물은 “해저의 동굴에 숨어있던 200만 년 전의 주라기 생물이 거듭되는 수소폭탄 실험 때문에 살 곳에서 쫓겨 나온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후에도 고지라의 짓이라 생각되는 선박 피해가 계속된다. 이에 따라 드디어 해상자위대가 출동하여 오오도시마 근처 고지라가 숨어있다고 생각되는 지역에 대대적인 폭뢰 공격이 시작되고, 고지라는 모습을 감춘다. 


그 후 어느 날 동경만을 운항 중인 유람선 <다치바나 호>에서 댄스를 즐기는 사람들의 눈앞에 고지라가 나타난다. 고지라 문제를 담당하는 특설 재해대책본부는 야마네 박사를 불러 고지라를 죽일 방법을 묻지만 야마네 박사는 수소폭탄의 세례를 받고도 살아남은 고지라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고지라의 생명력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어떤 정보를 통해 한 때 에미꼬의 약혼자였던 세리자와(芹沢) 박사가 고지라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을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세리자와 박사는 전쟁 중 오른쪽 눈을 잃어 인간 불신에 빠져 에미꼬 조차도 멀리하고 있다. 세리자와 박사는 자신을 방문한 에미꼬에게 무서운 실험을 보여준다. 그는 옥시겐 디스트로이어라는 물질을 발명하였는데, 이는 생물체를 산채로 해체해버리는 무서운 물질이다. 세리자와 박사는 이 물질이 전쟁에 사용된다면 인류는 파멸된다고 하여 이 물질의 발명을 숨기나, 고지라 퇴치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사람들의 설득으로 옥시겐 디스트로이어로 고지라를 죽이기로 한다. 


그러나 넓은 바다에서 옥시겐 디스토로이어로 고지라를 공격하는 것을 불가능하며, 고지라에 접근하여 가까운 곳에서 이것을 터트려야 효과가 있다. 세리자와 박사는 스스로 자원하여 고지라가 숨어 있는 곳으로 잠수하여 옥시겐 디스트로이어를 고지라 옆에 장치해두고 이들 터트린다. 고지라는 비명을 지르며 사라진다. 


이상이 영화 <고지라>의 개략적인 줄거리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감상한 며칠 후, 이 영화보다 2년 뒤인 1956년에 제작되었다는 <괴수왕 고지라>(고지라, 킹 오브 몬스터)라는 영화를 감상하였다. 그런데 <괴수왕 고지라>는 <고지라>의 내용과 전체적으로는 흡사하면서 세부적으로 조금씩 달랐다. 어떻게 이렇게 거의 복사하다시피 한 영화가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하였다. 알고 보니 영화 <고지라>가 일본에서 대인기를 얻자 이를 외국에서 수출하고자 하였다.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 좀 더 친근한 영화로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1954년의 <고지라> 영화에 외국의 신문기자를 주인공 급으로 등장시킨 <괴수왕 고지라>를 리메이크한 것이었다. 

고지라는 영어로 “Godzilla”로 표기한다. <괴수왕 고지라>는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리메이크된 작품이므로 대사도 영어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고질라의 발음을 “갓질라”라고 한다. 과연 고지라가 마치 신과 같은 막강의 파워를 가진 괴수이므로 영어식 발음이 한편으로는 수긍이 간다. 


그런데 <고지라> 영화에서는 과학적인 고증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영화에서는 고지라의 정체에 대해 “200만 년 전인 주라기 시대에 살았던 수생 공룡”이라는 말이 여러 차례 나온다.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주라기는 1억 8천만 년 전~1억 3천만 년 전의 시기이다. 이런 기본적인 고증조차 잘 이루어져 있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그 외에도 지금은 잊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과학적인 고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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