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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21. 2022

영화: 몽타주

15년의 시간을 두고 겹쳐진 두 건의 아동 유괴사건

이전에는 한국영화를 그다지 즐기지 않았는데, 요즘 한국영화를 보면 스토리가 탄탄한 영화들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대한 몰입도는 외국영화보다는 오히려 한국영화 쪽이 더 깊은 경우가 많다고 느낀다. 나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영화, 특히 유괴사건에 대한 영화는 가능한 한 피하는데, 이번에 감상한 영화 <몽타주>는 상당히 재미있게 느꼈다. 그렇지만 시 어린이 유괴 영화는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영화 <몽타주>는 2014년에 제작된 영화로서, 유괴사건으로 딸을 잃은 어머니가 유괴범의 손녀를 유괴하여 범인을 응징하는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15년이라는 시간적 간격을 두고 두 개의 유괴사건이 서로 겹쳐 진행되고 있어 처음에는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가운데 실타래처럼 엉켜가던 사건의 진행이 영화의 막바지로 갈수록 실타래가 하나씩 풀려가면서 영화 전체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상당한 고도의 스토리 전개 방식이다.


하경(엄정화 분)은 15년 전 딸이 유괴를 당해 사망하였다. 범인은 지금껏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버리고 만다. 딸을 죽인 유괴범을 결국 처벌할 수 없게 된 하경은 절망하지만, 경찰이 이미 사건 수사를 포기한 현실에서 스스로 범인을 찾으려 한다.

어느 날 할아버지와 함께 놀이터에서 놀던 어떤 여자 아이가 할아버지가 잠시 전화를 받으러 집으로 들어간 사이에 유괴되고 만다. 곧 유괴범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아이를 찾으려면 5천만 원의 돈을 준비하여 지시대로 넘기라고 한다. 이 사건은 15년 전 하경의 딸이 유괴되었던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전개된다. 범인은 같은 조건으로, 같은 돈을, 같은 장소에 가져오라고 지시를 한다.


유괴범이 지정한 용산역에 돈 가방을 두자, 유괴범인 듯 한 사람이 나타나 돈가방을 가지고 달아난다. 형사들은 이 범인을 치열한 추격 끝에 체포한다. 그러나 범인을 체포하고 보니 그는 다름 아닌 유괴당한 여자 아이의 할아버지인 한철이다. 경찰은 아들 부부로부터 돈을 노린 한철의 자작 유괴사건이라 판단하고 그를 취조한다. 그러나 한철은 모든 것은 유괴범이 지시한 것이며, 자신은 손녀를 찾기 위해 유괴범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찰은 그런 한철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 다만 형사 청호(김상경 분)가 한철이 유괴범이라는데 의심을 품고 사건 경위를 조사하면서 진범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번 유괴사건의 범인은 바로 하경이었다. 하경은 혼자 조사를 하여 15년 전 자신의 딸을 죽인 유괴범이 바로 한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버려 한철을 처벌할 수 없다. 그래서 그녀는 한철에게 그의 손녀 납치범이라는 죄를 씌워 처벌을 받게 하려 한 것이다.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형사 청호는 한철에게 만약 자신이 손녀 납치범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손녀를 돌려보내겠다는 제안을 하며, 한철은 그 제안을 받아 들여 자신이 손녀를 납치하였다는 거짓 죄를 자백한다. 그리고 손녀는 다시 한철의 딸 부부에게 돌려보내 진다.


한철은 스스로가 저지른 15년 전의 유괴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을 받지 않지만,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손녀 유괴 사건의 범인이라는 점을 받아들여 법의 처벌을 받게 된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도 없고, 말도 안 되는 스토리이지만, 두 개의 유괴사건이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가면서 관객을 미스터리의 세계로 끌고 가는 아주 괜찮은 이야기이다. 그리고 영화 앞쪽에 여러 가지로 얽혀 있던 사건과 이야기들이 뒤로 가면서 한꺼번에 풀어지는 이야기 전개 방식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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