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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22. 2022

영화: 링컨(Lincoln)

남북전쟁과 노예제도 폐지 그리고 정치투쟁을 헤쳐나가는 링컨

미국의 남북전쟁은 노예해방을 위한 전쟁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으나, 실은 연방주의자와 공화주의자들의 갈등이 저변에 깔려 있다. 미국의 주(州, state)는 우리나라의 도나 광역시 등과 같은 지방자치 단체가 아니라 하나하나가 어엿한 독립된 국가이다. 주권을 가진 주들이 그들의 기능 가운데 일부를 위임하여 미국 전체로서 공통적인 이익을 위한 기구가 바로 연방정부이다. 미국이 독립하면서 공업화가 진전된 북부에서는 연방정부의 보다 강력한 역할을 지지하는 연방주의 색체가 강하였으며, 반면 농업이 주산업이었던 남부 지역은 각 주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공화주의적 색채가 강하였다. 


공업화가 진전된 북부에서는 노예라는 것이 필요가 없었으며, 오히려 자유민이 늘어나 공장 노동자들을 쉽게 확보하는데 관심이 있었다. 그러므로 자연히 노예제도의 폐지가 옳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였다. 이에 비해 농업을 주산업으로 하는 남부에서는 값싼 노예노동이 생산의 기반이 되었으며, 따라서 그들은 노예제도의 유지를 적극 지지하였다. 이러한 북쪽의 연방주의자와 남쪽의 공화주의자들 사이에 일어난 전쟁이 바로 남북전쟁(Civil War)였다. 


우리는 가끔 남북전쟁을 다룬 영화를 보면 그 전쟁이 상당히 낭만적인 전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병사들이 횡대로 줄을 서서 밀집되어 공격하여 현대전에서 보듯이 전쟁의 치열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또 패배한 쪽이 후퇴를 하더라도 보통 전쟁에서 볼 수 있는 적을 추격하여 전멸시키는 등의 장면을 보기는 힘든다. 그리고 공격이 성공하여 적군의 거점을 점령하더라도 주민에 대한 약탈 같은 것도 그다지 보기 어렵다. 그리고 영화에서 보면 전쟁에 참가하는 병사들의 수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남북전쟁을 상당히 낭만적인 전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그렇지 않다. 남북전쟁은 현대 전쟁에 들어서기 전의 근대 전쟁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큰 전쟁으로서, 서양에서 벌어진 이전의 어떤 전쟁보다도 큰 전쟁이었다. 군대 숫자만 보더라도 북군은 연인원 총 220만 명, 남군은 연인원 약 백만 명 정도였으며, 피크 때를 기준으로 한다면 북군은 최고 70만 명, 남군은 최고 40만 명의 군인을 보유하였다. 그리고 사망자수도 북군 36만 명, 남군 29만 명에 이르렀고, 전쟁 중에 수많은 주민들에 대한 약탈, 학살이 발생하였다.  


영화 <링컨>(Lincoln)은 미국에서 2012년에 제작된 영화로서, 남북전쟁의 시작부터 링컨의 암살에 이르기까지의 링컨의 생애를 그리고 있다. 연방주의의 강화를 주장하는 북부와 주정부의 권한을 보호하려는 남부의 공화주의자들 간의 갈등이 점점 커지면서, 마침내 남부 10개 주는 동맹을 맺고 연방에서의 탈퇴를 선언한다. 이에 대해 연방정부는 남부의 행동이 반란행위로 규정하고 무력으로 이를 제압하려고 함으로써 남북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남북전쟁은 초기에는 남군이 우세을 차지하였으나, 점차 북군, 즉 연방군이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링컨은 연방정부의 권한 강화와 노예제의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연방헌법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를 통과시키려 한다. 

그러나 전쟁과 헌법 개정, 둘 가운데 어느 쪽도 쉽지 않다. 비록 북군이 우위를 차지하였다고 하나 전쟁의 피해는 극심하여 전쟁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또 노예제도와 관련하여서도 북부의 주민들 가운데서도 인종차별을 당연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 노예제의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헌법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링컨의 부인까지도 연방주의와 노예제의 폐지를 위해 강수를 두는 링컨에게 강력히 반발한다. 이러한 여론의 압박, 정치적 반대에 맞서 링컨은 대남부 전쟁에서의 강경기조, 그리고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설득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이념을 차근차근 실현해 나간다. 


마침내 남북전쟁에서 승리하고, 또 수정헌법도 통과시켜 스스로의 염원을 이룬 직후 링컨은 오페라 극장에서 암살자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둔다.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로 상당히 긴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신 등 액션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링컨의 내적인 고민, 정치적 투쟁, 그리고 반대자들에 대한 설득 등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극적 전개도 그다지 기복이 없이 밋밋한 편이다. 그래서 영화가 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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