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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22. 2022

미천골 자연휴양림 여행(1)

(2022-05-17 화요일)  충주 미륵 대원사와 옥순봉 출렁다리

한 달 전에 미천골 자연휴양림을 예약해 두었다. 미천골은 범 설악산 지역에 속하는데, 이곳은 곰배령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작년에 곰배령을 가려고 두 번이나 시도했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사정이 생겨 중간에 그만두고 말았다. 이번에는 단단히 마음먹고 며칠 전에 곰배령 탐방 예약까지 해두었다. 


집사람이 가는 김에 속초 낙산사에 가보고 싶다고 한다. 이번 미천골 자연휴양림 여행은 당초 2박 3일 일정이었는데, 낙산사까지 가려면 시간이 빡빡하다. 그래서 1박을 추가하여 3박 4일로 하기로 하였다. 여행을 할 때 숙박은 거의 자연휴양림에서 하는데, 자연휴양림은 매주 화요일이 휴장일이다. 그리고 금요일과 토요일은 피크 요금을 받아 평일에 비해 숙박료가 50%가량 비쌀 뿐만 아니라 예약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화요일은 일반 숙소에 그리고 수요일과 목요일은 자연휴양림에서 숙박하기로 하여, 속초 근처에 값싼 리조트를 하나 예약하였다. 


세종시 집에서 속초까지 어떻게 갈지 계획을 세워보았다. 제일 빠른 길은 중부고속도로와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너무 건조하다. 처음에는 아예 삼척으로 가서 동해안을 따라 속초까지 가려고도 생각해보았으나 그건 너무 돌아가는 길이다. 결국 충청대로를 이용하여 충주와 단양, 영월, 정선, 평창을 거쳐가는 길을 택하였다. 이 길은 요즘 너무 많이 다녀 이젠 중간에 특별히 들를 곳도 많지 않다. 


1. 괴산 보개산(寶盖山) 각연사(覺淵寺)


오전 9시 조금 넘어 집을 출발하였다. 첫 행선지는 충주 미륵대원지이다. 집에서 두 시간 조금 더 걸리는 거리이다. 차를 달리다 충북 괴산을 지나면서 <천년사찰 각연사>라는 도로안내판이 보인다. 이전에도 이 길을 지나면서 많이 본 표지판이다. 계획에는 없었으나 한번 둘러보기로 하였다. 


각연사는 신라 법흥왕 때 창건한 절이라 한다. 예건에는 상당히 큰 사찰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중간 크기 정도의 사찰이다. 비로전에 안치되어 있는 비로자나불 좌상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각연사는 보개산 아래 약간 넓은 터에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사찰 자체로는 큰 특징이 보이지 않으나 전체적으로 넉넉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고 있다. 절 안으로 들어가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대웅전을 둘러싸고 있는 불두화이다. 마치 하얀 수국처럼 생긴 불두화가 활짝 피어 절 전체 분위기를 환하게 하고 있다. 요즘은 절에 가면 불두화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절 전체에 불두화가 활짝 핀 광경은 처음 본다. 


대웅전 뒤편에 있는 약간 넓은 잎의 나무가 보인다. 흔히 보이지 않는 나무인데 잎 색깔이 노란색과 연두색의 중간쯤으로 보인다. 얼른 찾아보니 프락시누스 크리피티라는 이름의 나무란다. 나무 이름이 너무 어려워 외우는 걸 포기하였다. 대웅전에서 절 마당으로 내려가는 돌계단 옆에는 꽃잔디가 화려하게 피어있다. 


2. 충주 미륵대원지


충주 미륵대원지는 전에도 몇 번 찾아보려 하였으나 번번이 시간이 부족하여 그냥 지나쳤다. 충주 미륵대원지는 사적으로 지정된 곳으로써 옛날에는 이곳에 대원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한다. 이 일대는 큰 석불과 탑이 있는 외에는 거의가 논밭이었는데, 절터의 집을 옮기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석제 유물이 발굴되었다고 한다. 아휴 1977년부터 1차 발굴이 시작되었고, 지금도 몇 차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발굴과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바로 옆이 대원지이다. 이곳은 옛 절터로서 가장 안쪽에 석불이 있고, 그로부터 일렬로 오층 석탑과 석등이 서 있다. 그런데 석불은 지금 복원 작업 중인지 크고 넓은 가림막이 쳐져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대원지 입구를 들어서니 먼저 옛 절의 기둥을 떠받쳤던 석제 지주가 나온다. 이 지주는 발굴되기 전에는 동네 할머니의 장독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문화재를 소홀히 다루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래도 장독대로 이용되는 바람에 그나마 지금까지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좀 더 걸어 올라가면 왼쪽에 큰 거북 석상이 나오고 곧 5층 석탑이 나온다. 대원사는 고려 중기에 창건된 절이라고 하니, 이들 유물들은 거의 천년 이상된 것들이다. 제일 안쪽에 큰 가림막이 쳐져 있고 그 안에서 미륵 석불의 복원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가림막 중간에 작은 유리창이 있어 안쪽을 들여다보았으나, 먼지가 잔뜩 끼어있어 잘 보이지가 않는다. 


미륵불은 미래의 부처이다. 앞으로 50억 년이 지난 뒤에 나타날 부처라 하니 아마 지금의 지구의 나이보다 더 긴 세월이 흘러야 나타날 것이다. 이 미륵불을 만든 지가 천년이 넘었다고는 하지만, 미륵불이 나타날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찰나에 지나지 않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옥순봉 출렁다리


지난번 여행에서 옥순봉 출렁다리를 가려고 했으나 시간이 늦어 가지 못했다. 오늘은 시간도 충분하니 느긋하게 구경하여야겠다. 대원지를 나와 충주호 옆으로 굽이굽이 난 도로를 달린다. 충주호는 충주댐의 건설로 생긴 호수로서, 면적으로는 우리나라 호수 가운데 가장 넓다고 한다. 충주호는 넓기도 하지만 경치도 좋다. 


옥순봉 출렁다리는 청풍호에 걸쳐져 있다. 그런데 충주호와 청풍호가 같은 것을 말하는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 즉 충주호를 다른 명칭으로 청풍호라 하는지, 아니면 충주호의 특정 구간을 청풍호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충주 사람들은 충주호라 부르고 제천 사람들은 청풍호라 부른다고도 하는데, 그것이 호수 전체에 적용되는 명칭인지, 아니면 두 도시에 가까운 호수 부분을 그렇게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옥순봉은 청풍호반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봉우리이다. 이 옥순봉 아래 청풍호반 위로 만들어진 보행교가 옥순봉 출렁다리이다. 출렁다리 입구에 있는 주차장으로 들어가니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차가 가득 차있다. 관광버스도 여러 대 보인다. 이제 코로나 공포도 지나가고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 관광을 왔다. 최근 2년 동안은 거의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출렁다리 입장료는 3천 원, 표를 끊으면 제천지역상품권 2천 원어치를 준다. 요즘 지역별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이것이 좋은 것인지는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냥 느낌으로는 오히려 부정적 효과가 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출렁다리로 들어섰다. 길이가 200미터 조금 넘는 다리인데, 이름 그대로 많이 흔들린다. 요즘 전국 곳곳에 출렁다리가 만들어져 있는데, 실제로 움직이는 다리는 그리 많지 않다. 흔들린다고 하더라도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정도이다. 그런데 이 다리는 다르다. 걷기가 힘들 정도로 많이 흔들린다. 너무 흔들려 사진도 제대로 찍을 수 없다. 다리 아래는 청풍호이다. 그런데 날이 가물어서 그런지 물이 많이 줄어들어 있다. 물이 가득 차 있으면 더욱 경치가 좋을 텐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대로 괜찮은 정도이지만 지난번 여행에서 갔던 <단양강 잔도>에는 비길 바가 못된다. 게다가 거긴 공짜였는데. 


티켓 대신 받은 지역 상품권으론 옆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옥순봉 막걸리 큰 병을 한 병 샀다. 


4. 리조트


이젠 속초까지 바로 직행할 예정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국도로 가자니 여기서 차로 거의 4시간 가까이 달려야 한다. 제천을 벗어나 곧 영월이 나오고 이어 단양, 평창으로 연결된다. 오대산 월정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오대산을 넘었다. 


오늘 저녁거리를 사야 한다. 어제 유튜브에서 주문진 수산시장 옆에 있는 소돌항이리는 곳을 소개받았다. 어민들이 직접 잡아온 활어를 판매한다는 곳이다. 오후 6시가 지나서야 소돌항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활어회 판매소는 모두 파장한 뒤였다. 다시 오늘 저녁 숙소인 리조트로 향하다가 설악항에 들렀다. 2만 원에 광어 1마리에 작은 가자미 2마리를 준다기에 사서 회를 쳤다. 


오늘 저녁 숙소는 <설악 포유>라는 리조트이다. 숙박 예약 앱을 통해 1박 39,000원에 예약하였다. 어떤 리조트이길래 이런 가격일까, 그냥 이름만 리조트인 숙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룻밤 자면 그만인데 어떠랴 생각해서 예약한 곳이다. 그런데 뜻밖에 괜찮은 리조트이다. 침대 2개가 있는 방에 넓은 거실, 대략 20평짜리 아파트 정도의 넓이이다. 시설도 괜찮고 깨끗이 청소되어 있다. 창문으로는 저 멀리 설악산 공룡능선이 보인다. 


그런데 어떻게 쌀까? 이 리조트는 미시령을 넘어 속초로 가는 길 옛길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미시령을 넘는 새로운 넓고 좋은 길이 건설되어 이젠 이 길을 다니는 차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도로 건설로 졸지에 외진 곳으로 변해 버려 이렇게 싼 값으로 손님을 유치하는 것 같다. 이용하는 나로서야 싼 값에 이용할 수 있어 좋지만, 운영업체나 회원들로서는 가슴 아픈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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