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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16. 2022

영화: 풀 메탈 재킷(Full Metal Jacket)

베트남 전쟁을 담담하게 그려간 영화

베트남 전쟁은 20세기 이후 미국이 처음으로 패한 전쟁이다. 애당초 이 전쟁은 미국으로서는 명분 없는 전쟁이었다. 프랑스의 식민지배에서 스스로의 해방투쟁으로 독립을 쟁취한 베트남에 대해 냉전체제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킨다는 목적에서 독재정권을 지원하고, 베트남의 민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의 게릴라 즉 베트콩의 합동 군사작전에 의해 미국이 결국은 패퇴한 것이다. 그래서 베트남 전쟁처럼 미국 시민들의 저항을 불러온 전쟁도 드물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미국 영화에서 베트남 전쟁을 다루는 영화는 다른 전쟁영화보다는 조심스럽다. 물론 람보 2와 같은 오락성 짙은 국뽕 영화도 있지만, 그보다는 반전영화 그리고 미군의 비인도적인 만행 등을 고발하는 영화가 적지 않다. 영화 <풀 메탈 재킷>(Full Metal Jacket)은 1987년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로서, 약간의 반전 영화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베트남 전쟁에서 현실적으로 있었을 것과 같은 사건들을 담담히 그려가고 있다. 


조커와 로렌스, 카우보이 등 젊은 청년들은 베트남 전에 참전하기 위해 해병에 입대하였다. 이들은 베트남 파견에 앞서 신병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는다. 교관인 하트만 상사는 이들에게 혹독한 교육을 시킨다. 특히 로렌스는 하트만 상사의 교육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늘 질책과 기합을 받는다. 그렇지만 고문관으로 찍힌 로렌스도 어느 순간 사람이 달라져 훈련도 제대로 소화하고 또 뛰어난 역량을 보인다. 


이쯤 되면 보통 전쟁영화라면 혹독한 훈련을 시키고 거침없이 자신들을 질책하는 하트만 상사가 실은 훈련병을 위해서 그렇게 하였다는 것을 이해하고, 처음에는 그를 원망하던 훈련병들도 나중에는 진심으로 그를 존경하게 된다는 뻔한 스토리로 전개된다. 그리고 실제 전투에서는 그  교관이 위기에서 신병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이 뻔한 스토리이다. 그렇지만 <풀 메탈 재킷>은 그렇지 않다. 로렌스가 훈련이 끝날 때쯤 되어 하트만 상사를 총으로 쏘아 죽이고, 자신도 총을 물고 자살한다. 

베트남에 참전하게 된 나머지 장병들도 전쟁의 실상을 알게 된다. 헬리콥터를 타고 정찰을 하면서 논에서 일을 하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재미로 기관총을 갈기는 동료를 보게 된다. 그리고 베트콩과 민간인들이 잘 구분이 가지 안된다는 핑계로 그다지 가책도 없이 베트남인들을 죽이는 동료들도 있다. 이들의 행동들은 <스타즈 앤 스트라이프> 신문의 취재로 미화되기도 한다. 


베트남군들의 구정 공세가 시작되면서 치열한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종군 신문기자로 보직을 바꾼 조커는 수색대와 함께 수색 임무에 나선다. 이들은 어느 폐건물을 수색하려 하던 중 건물에 숨어있던 적군의 공격을 받아 몇 명의 수색대원이 전사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산개 접근 작전을 통해 폐건물에 침입하여 베트남 저격병을 쏘아 부상을 입히는 데 성공한다. 중상을 입은 베트남 저격병은 젊은 여자 병사이다. 그녀는 총상에 고통을 참으면서 미군 수색대원에게 자기를 죽여달라고 애원한다. 병사는 그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그녀의 부탁대로 사살한다.  


이상에서 보듯이 이 영화는 반전영화적인 요소를 갖고는 있지만 과도하게 그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전쟁영화에 비해 전투장면도 아주 적은 편이며, 또 전투 규모도 수색대의 전투라는 소규모에 머물고 있다. 이 영화는 어느 전쟁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들을 그냥 담담히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베트남 전쟁의 비극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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