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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10. 2022

영화: 다운폴(The Downfall)

독일 베를린 함락전 히틀러의 마지막 10일

20세기 이후 인류 최악의 인물이라면 단연 이차대전을 일으키고 수백만의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를 꼽을 것이다. 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당시 나라 전체가 광기(狂氣)에 빠졌고, 히틀러는 그 정점에 있었다. 최악의 사상자를 낸 이차대전이 종료된 후 전쟁의 책임이 있는 전범들은 재판을 통해 처벌을 받았으나, 히틀러를 비롯한 전쟁의 핵심 책임자들은 패배를 앞둔 무렵 스스로 자살하였다. 


영화 <다운폴>(The Downfall)은 히틀러가 자살하기 전 마지막 10일 동안의 일을 담은 영화로서 2014년 독일에서 제작되었다. 22세의 젊은 처녀 트라우들 융게는 히틀러의 비서로 채용되어 주로 타이핑을 하는 일을 담당하게 된다. 이 영화는 트라우들 융게가 관찰하는 히틀러와 나치 핵심 간부들의 마지막 10일을 그리고 있다. 


나치의 패망이 확연이 드러난 이후 소련군은 이미 베를린의 코앞까지 진격해왔다. 히틀러와 나치 간부들이 모여 있는 지하 벙커에서도 이미 폭격음이 들리고, 벙커 주위에서까지 총격전이 벌어지는 긴급한 상황이다. 나치 간부들은 이제 패전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항복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히틀러는 요지부동이다. 그는 아직도 전황을 잘못 판단하고 있어 적절한 부대 배치로 전세를 역전시키거나 최소한 베를린은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히틀러의 터무니없는 망상을 누구도 제어하지 못한다. 

수백만 유대인을 학살하고, 유럽 전체를 전쟁으로 내몬 전범 히틀러도 주위 사람에게는 인자한 할아버지이다. 자신을 도우는 비서들이나 주위의 간부들의 가족과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자상할 수가 없다. 연속되는 패전으로 히틀러도 이제 지쳤다. 그는 점점 나이 든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히틀러는 에바 브라운과 간단한 결혼식을 올린다. 포화 속에서도 벙커 안에서 조촐한 피로연을 치르며, 히틀러의 가족들과 나치 간부들의 가족들은 춤을 추기도 하며 잠시 동안의 흥겨운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전쟁은 더욱 막바지로 이르고, 이제 이 벙커를 지킬 수 있는 힘도 거의 떨어졌다. 나치의 간부들은 하나 둘 자살한다. 관자놀이에 총을 대고 당기거나 입에 권총을 물고 자살을 한다. 


나치의 만행에 최 전위에 섰던 괴벨스는 가족 모두와 자살하기로 한다. 어린 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이라며 독약을 먹이고, 자신과 부인도 자살한다. 이렇게 주위에 간부들이 하나하나 없어지면서 히틀러도 차츰 현실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는 마침내 에바 브라운과 함께 자살을 한다. 

나치 간부들은 그의 시체를 불에 태우려 한다. 시체를 벙커 밖으로 메고 나와 주위에 있는 병사들에게 휘발유 한통을 가져오라 한다. 이 명령을 들은 병사는 가뜩이나 물자가 부족한데 지금 휘발유 한통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간부들의 연이은 독촉에 병사 한 명이 휘발유 한 통을 가져오고, 그 휘발유를 담요에 쌓인 히틀러와 에바의 시체에 뿌리고 불을 지른다. 온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든 히틀러가 자신의 몸을 태울 휘발유 한통이 제대로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떠한 생각이 들었을까?


히틀러가 자살한 후 남은 나치 간부들은 더 이상의 저항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여 무조건 항복을 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들은 항복을 통보한 후 진격해 들어오는 소련군들을 담담히 바라보고 있다. 


이 영화는 상영시간이 2시간 30분으로 상당히 길다. 그리고 영화 전체가 패전을 목전에 둔 지하벙커의 상황을 그리고 있으므로 어두운 분위기가 계속된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어떤 자는 체념하고, 또 어떤 자는 마지막까지 희망 줄을 놓지 않으면서 버티고 있다. 히틀러는 더 이상 잔인하고 광폭한 독재자가 아니고 힘없고 풀 죽은 노인에 불과하다.  사람들 가운데는 또 그런 히틀러에 동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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