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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03. 2022

영화:팔레스타의 영웅

이스라엘 건국 전쟁을 위해 뛰어든 미군 출신 전략가

세계2차대전이 끝난 후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자신들의 나라를 건국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몇천 년 이상 이 땅에서 살아온 아랍인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즉각 팔레스타인은 아랍인의 땅으로 유대인들에게는 결코 나누어 줄 수 없다고 반발하였다. 이에 유엔이 개입하여 이 지역을 유대인 거주지와 아랍인 거주지로 구분하여 사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는데, 유대인들이 먼저 이 지역을 점령하고 이스라엘의 건국을 선언하였다. 


갑자기 자기의 땅을 빼앗긴 아랍인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이들은 즉각 군대를 동원하여 무력으로 이스라엘의 건국을 막고 유대인들을 축출하려 하였다. 이에 맞서 유대인들도 즉각 대응에 나섰으나, 유대인들은 변변한 무기조차 갖추지 못한 데다가 전쟁에 경험이 있는 군인도 거의 없었다. 특히 전체 전쟁을 지휘할 전략 전문가가 너무나 절실하였다. 


영화 <팔레스타의 영웅>(Cast a Giant Shadow)은 1966년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로서 이스라엘 건국 전쟁에 뛰어든 미군 출신 전략가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이 영하에서는 록 허드슨이 주인공인 마커스 대령으로 출연하고, 존 웨인도 영화 서반 부분에 마커스 대령의 상관인 미군 장군으로 출연하였다. 


1947년 전장에서 돌아온 마커스 대령에게 한 사나이가 접근한다. 그는 바로 팔레스타인 임시정부의 군 간부로서, 그는 이스라엘 건국에 있어 아랍국가들과의 전쟁이 불가피한데, 전략가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으므로 도와달라고 한다. 마커스 대령은 처음에는 거절하였으나, 결국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팔레스타인으로 향하게 된다. 

임시정부가 있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도착해보니 유대인 군대는 한심한 수준이었다. 전력이 될 만한 군인은 거의 없었으며, 그나마 각 파벌로 이리저리 나뉘어져 있어 체계적인 명령체계도 세워져 있지 않았다. 무기는 더 한심하였다. 구식 총이 몇 자루 있는 외에 탱크나 대포와 같은 중무기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달랑 연습기 한 대만 갖춘 것이 공군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랍군이 군대를 동원하여 팔레스타인으로 쳐들어온다. 아랍군은 탱크를 앞세우고 거침없이 이스라엘 임시정부가 있는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진격하지만 마커스 대령이 이끄는 이스라엘 군은 재치 있는 전략과 전술을 이용하여 아랍군을 격파한다. 아랍 전차부대는 이스라엘 연습기에서 뿌리는 물과 종이 조각에 속아 후퇴하기도 한다. 이스라엘 군은 병사 숫자와 무기, 그리고 군사 훈련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마커스 대령은 대 아랍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이제 아내가 기다리는 미국으로 귀국하려고 한다. 귀국을 눈앞에 둔 어느 날 저녁 그는 보초를 서고 있던 이스라엘 군의 오인 발사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아랍 세계는 기원전부터 서방세계와 치열하게 대립해왔다. 아랍은 역사상 이집트, 페르시아 등 여러 제국이 흥하고 망하였지만, 내가 보기에는 큰 전쟁에서 승리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대제국을 세우기 위해서는 강력한 군사력을 가져야 하고 수많은 전쟁에서 승리하여야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전쟁은 대부분 같은 아랍권 내에서의 전쟁이었다. 정작 국가의 명운을 건 서방과의 싸움에서는 거의 이긴 적이 없는 것 같다. 


멀리는 일리아드의 무대인 트로이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 연합군은 소아시아(지금의 터어키) 지방에서 10년에 걸친 전쟁 끝에 찬란한 문화를 이루었던 트로이를 멸망시켰다. 그리고 그 이후 페르샤 제국이 그리스를 침공한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에서도 페르시아는 압도적인 전력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에 대패하였다. 군사력이나 장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하던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는 2차에 걸쳐 그리스를 침공했지만 모두 대패하고 물러난 것이다. 그리고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페르시아를 침공하여 압도적인 병력을 보유한 다리우스 3세의 군대를 일방적으로 격파하고 페르시아를 멸망시켰다. 


로마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로마보다 훨씬 앞서 찬란한 문명의 꽃을 키웠던 이집트는 로마의 공격에 간단히 로마의 속주로 전락하고 말았다. 로마의 2차 삼두정치 후 이집트로 간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의 이집트군과 연합하여 옥타비아누스에 대전하였으나, 악티움 해전에서 우세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반나절만에 전멸당하였다. 또 지중해 연안의 아랍 국가들은 대부분 로마의 속주로 복속되었으며, 신흥 강대국인 파르티아도 로마와의 여러 번에 걸친 전쟁에서 거의 이기지를 못하였다. 

트로이 전쟁
그리스-페르시아 전쟁과 알렉산더 대왕 정복전쟁

중세에 들어서도 여러 차례에 걸친 십자군 전쟁에서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분명히 아랍 측이 우세한 것 같았으나, 대개는 유럽 측의 승리로 끝난 것 같다. 물론 점령한 땅을 장기간 지킬 힘이 없었으니까 결국은 유럽 세력은 다시 후퇴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리고 영화 <팔레스타의 영웅>의 무대가 된 이스라엘 건국 전쟁에서도 아마 아랍과 이스라엘의 전력 차이는 아마 100:1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랍군은 너무나 간단히 패배하였다. 이후 3차에 걸친 중동전쟁에서 아랍 연합군은 군사력의 압도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나면 바로 지리멸렬 패배해버리는 양상을 보였다. 참 의문의 군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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